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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백야대교를 건넜다. 백야삼거리에서 오른편 길로 접어들면 여수 화정면 백야도 화백리다. 푸른 바다에는 봄바람이 살랑인다. 살랑이는 봄바람 맞으며 어부가 전복을 손질하고 있다.

 

전복이 가득 쌓인 어선의 바구니에는 미역줄기가 유독 눈에 띈다. 어부는 미역이 전복의 먹이라고 한다. ‘톡톡~’ 어부는 해마다 한 차례씩 양식장의 전복에 붙은 쩍을 제거해준다. 전복 껍데기에 홍합이나 따개비 등이 붙으면 전복 성장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전복에 쩍이 붙어 있으면 전복이 안 커요.”

 

 

마을 돌담길에 봄이 모여 있네!

 

넘실대는 봄바람에 여울지는 물결이 갯바위에서 부서져 내린다. 하얀 물거품으로 사라지곤 한다. 바닷물에 갯가로 밀려온 해초는 봄기운을 가득 머금었다.

 

마을 빈집 텃밭에도 봄이 찾아왔다. 냉이의 하얀 꽃이 피었다. 광대나물도 층층이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우사의 송아지와 어미 소도 봄볕이 그리운지 고개를 내민다. 낯선 인기척에 멍멍이는 고개를 치켜들고 자꾸만 짖어댄다.

 

텃밭에는 마늘의 푸른빛이 가득하다. 마을 곳곳에는 키가 큰 신이대숲이 많다. 바다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S라인을 이루고 있다. 초록이 가득한 늦봄이나 초여름에 찾아오면 정말 멋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산자락 붉은 황토 언덕배기에는 쑥이 파릇하니 돋아나고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마을 돌담길에 봄이 모여 있다.

 

 

“와~ 봄이다! 백매다”

 

낮달이 하늘 한가운데 떠 있다. 솔개 한 마리가 편백나무 위로 날아간다. 구불구불 굽이치는 오솔길을 오르다 산밭에서 만개한 매화나무를 만났다. “와~ 봄이다! 백매다.”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직 찬 기운이 감도는데 하얀 매화꽃이 청초하게 피었다.

 

산 속에서 장끼의 울음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온다. 바다에는 금빛 햇살이 눈부시다. 다도해 사이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이 너울에 밀려온다. 부지런한 농부는 땅심을 돋우려고 벌써 다랑이 논을 갈아엎었다. 다랑이 논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너 채의 집에도 봄볕이 비춘다. 그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다가온다.

 

마을은 고즈넉하다. 대부분의 집들은 인기척이 없다. 주인은 간데없고 봄볕 한 자락이 툇마루에 머물고 있다. 벌써 춘곤증이 왔나. 바지게는 툇마루에 기댄 채 게으름이다. 마을 군데군데 있는 텃밭은 마늘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환한 봄꽃 길손을 반기네!

 

동구밖 담장에 할머니가 서 있다. 손을 펴들어 눈 위에 모으고 먼 곳을 주시한다.

 

“누굴 기다리세요?”

“우리 머이마들이요.”

“오늘 온데요?”

“아뇨! 내일 온데요.”

 

어미의 마음이다. 내일 온다는 걸 빤히 알면서도 어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구 밖으로 나섰다. 할머니는 동구 밖에서 한없이 아들을 기다리고 서 있다. 봄은 아직 더디기만 한데 봄을 무작정 찾아 나선 나의 마음을 들킨 듯 멋쩍다.

 

마을 우물가에서 또 다른 봄을 만났다. 갓이 꽃대를 올리고 올망졸망 꽃을 피워 올리기 시작한다. 봄바람 불어오는 백야도 바닷가 곳곳에는 이미 봄이 찾아와 머물고 있다. 백야도 화백리에 가면 때 이른 환한 봄꽃이 길손을 반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백야도, #화백리, #봄, #동구밖, #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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