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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성훈련원의 전광훈 목사가 중심이 돼 4월 9일 총선에서 100석 이상의 의석을 노리고 있다는 '사랑실천당'. 그러나 2월 10일 현재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사랑실천당 예비후보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오는 3월 25일까지 후보등록시안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난 1월 24일 열린 창당발기인대회를 보면 전광훈 목사의 측근이나 영성훈련원 관계자들 외에는 교계에서 조차 외면당한다는 느낌입니다. 

 

반면 통일교에서 만든 '평화통일가정당'(이후 가정당)은 지난 1월 28일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가 전국적으로 142명에 달하며 오는 3월 24일까지 두 차례 더 지원자를 모집한 후 전국 지구당을 조직해서 200명 이상의 후보자를 등록하겠다고 밝히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랑실천당에 대해 "링 위로 올라오라"며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이들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사랑실천당' 발기인대회를 지적하며 "사랑실천당의 창당목표가 통일교에 대비하자는 것"이라며 "급기야 그간 통일교 비판의 첨병이었던 한국기독교통일교대책협의회(대표 최재우)에서도 가정당 후보들의 낙선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것은 단지 '이단'이라는 자의적 판단에 따른 행위"라며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또 "기독교가 통일교를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사랑실천당을 내세우는 것은 '사랑실천'의 근본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라며 "비겁하게 뒤에 숨어 있지 말고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안 한 것을 빗대는 듯-필자주) 당당하게 나와서 정책대결을 펼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통일교가 이번 총선에서 200명 이상의 후보자를 등록시킬 것이라는 소식은 지난해 줄곧 각종 언론을 통해 나왔던 얘기들입니다. 그래서 전광훈 목사도 사랑실천당을 창당하면서 이 같은 통일교의 국회장악에 대비하자는 취지를 언급하기도 했었지요.

 

통일교 문선명 교주와 삼성 이건희 회장은 전남 여수에 이미 수백만 제곱미터 이상의 땅을 사들였다고 보도가 되기도 했는데, 이는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 특수를 노린 관광개발사업의 노른자위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통일교의 물량공세에 대해서는 익히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이단 사이비이기 때문에 등장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은 없습니다.

 

그들이 '평화통일가정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뒤에서 통일교 포교활동을 하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또 이번 총선에서 가정당이 후보를 낸 숫자에 비해 몇 석을 차지하게 될지도 의문입니다. 사랑실천당이 기독교의 포교 목적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통일교를 포교할 목적으로 활동하기에는 국회가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기독교 정당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 또한 기독교의 교리를 전하는 정당은 아닙니다. 또한 아직 우리나라처럼 국회의원 개개인의 견해와 의지를 존중하기보다는 집단의 목소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상, 독일과 같은 민주화된 국회를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기독교 정당이나 통일교 정당이 국회에 입성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국회가 사랑실천당과 통일가정당이 이단싸움을 하는 장소는 아님은 분명합니다.

 

사랑실천당은 통일교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통일가정당은 기독교정당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예비후보를 등록시킨다면 두 정당 모두 국회에 들어갈 꿈은 꾸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는 지난 1월말 현재로 전국 243개 지역구를 기준으로 1887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각 당에서 공천심사를 거쳐 추려낸다고 해도 이번 18대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원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더 분통이 터집니다.

 

허경영씨의 황당한 공약에 국회의원 숫자를 절반 이상 줄이겠다던 대선 때의 주장이 싫지만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민심을 외면한 국회에 갈수록 지원자는 늘어만 가는 모습에서 여러 생각이 오갑니다. 과연 저들이 국민들을 위해서 하겠다는 노력은 어떤 것일까요.

 

또 기독교인들은 거기에다 호화생활을 하는 목사들의 탈세와 비리에 실망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통일교까지 합세해서 국회를 종교전쟁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가슴이 더 답답하기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뉴스앤조이>에 게재됨.


태그:#통일교, #통일가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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