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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괭이밥 이파리 봄 햇살을 가득 머금고 있는 괭이밥의 이파리(실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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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까치까치 설날' 입니다.
저 남녘땅에서는 입춘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왔는데 서울은 아직도 겨울의 기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아직도 꽃샘추위라고 하기보다는 겨울이라고 해야 할 만큼 지리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침햇살이 눈부신 날이었습니다.
설 준비를 마치고 오랜만에 카메라를 챙겨들고 가까운 공원으로 나들이를 했습니다.
'영춘화', 단 한 송이라도 피어 있는 꽃을 만났다면 까치까치 설날 받은 설빔으로 여겼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하루 이틀이면 터질 듯한 영춘화를 보면서 '봄'이 온다는 것이 끊임없는 진행형임에 감사하게 됩니다.
이제 저 꽃을 선두로 하나둘 피어나 앙상한 줄기들마다 노랑 꽃이 가득하겠죠.
저 꽃이 얼어터지지 않을만큼의 추위만 오든지 꽃샘추위가 와도 꿋꿋하게 견뎌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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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사철 사철푸른 줄사철도 단풍이 들었다. 이번 겨울이 참으로 혹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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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에서는 이름 그대로 늘 사철 푸른 상록의 '줄사철'이건만 서울 하늘에서 겨울을 만다는 것이 쉽지 않았는지 단풍이 들었습니다. 사철푸른 나무의 단풍을 본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지요. 그러나 나의 행운에만 기뻐할 수 없는 것은 맨 몸으로 긴 겨울을 난 그들 생각
때문입니다.
따스한 봄 햇살이 고맙기만 합니다.
골고루 언 땅을 녹이고, 마른 가지에 생기를 돌게 하는 봄 햇살, 그가 있어 따스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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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나리 이파리 따스한 어느 겨울날 새싹을 냈다가 추위에 놀라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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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나리 이파리 추위에 깜짝 놀란 이파리가 봄햇살에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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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일까요?
개나리 이파리입니다.
모양새로 보아 작년에 난 것이 아니라 올 겨울, 잠시 따스한 햇살을 틈타 연록의 잎을 내었다가 맹추위에 얼어붙은 바보이파리들입니다. 바보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보이파리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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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나리 바보꽃 개나리 피었다 추위에 얼고, 말라버렸다. 그렇다고 의미없는 삶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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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곁에는 바보꽃 개나리도 있었습니다.
피었다가 맹추위에 얼어붙고, 이내 말라버린 바보꽃, 이제 개나리 가지마다 꽃몽우리가 터질 듯 다닥다닥 달려 봄을 기다리고 있는데 성급하게 꽃을 피웠다 말라버린 꽃, 피었던 흔적만 간직한 바보꽃.
그런데 그가 밉지 않습니다.
대견스럽습니다.
마치 봄의 전령 혹은 선구자, '산 자여 따르라!' 외치며 앞서서 나가는 투사를 연상시킵니다. 그들의 삶을 애도하며,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개나리들이 앞을 다퉈 피어날 시간도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입춘이 지났건만 아직은 겨울이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할 듯 벚나무는 앙상했습니다.
그러나 그도 봄이 오는 것을 속일 수는 없었는지 나뭇가지마다 물기를 잔뜩 머금었고, 나목들이 가득한 숲을 바라보니 빈가지마다 연한 초록의 빛을 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워졌다가 충만해지고, 다시 비우고 또 다시 채우는 윤회의 삶, 우리 사람들의 삶이라고 다르지 않을 터인데 우리네 사람들은 너무 오만하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길어야 고작 백 년의 삶 정도를 사는가 봅니다. 어쩌면 그래서 다행일 수도 있을 것이구요.
까치까치 설날의 봄햇살은 유난스럽게도 따사로웠습니다.
약간의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봄이 오는 길목에 그 정도의 바람도 없으면 안되겠지요.
꽃다지, 쇠별꽃, 개망초, 뱀딸기의 이파리들이 조심조심 온 몸을 땅에 쫙 붙이고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봄이로구나, 봄'을 노래합니다.
이제 까치까치 설날을 보내고 나면 우리 설날이 돌아옵니다.
새해를 두 번 맞이한다는 것, 그것도 행운인 것 같습니다. 삼 세판은 아니지만 다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그리고 그 좋은 일이 혼자만 좋은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좋은 일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