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면 오가는 건 '덕담'을 빙자한 '악담'이나 봉투만이 아니다. TV는 사랑 대신 특집을 싣고 온다. 이번 설날 연휴에 TV는 무슨 영화 선물세트로 'TV는 내 친구'인 인생을 위로할까? 명절 설 특선 영화를 총정리 했다.

특히 7일과 9일 밤에 1, 2탄이 이어지는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MBC)로 007과 다르게 고민하고 충돌하는 스파이 시리즈를 만들어낸 '본 시리즈'의 매력을 맛보거나, 6일 낮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KBS 1TV )나 9일 밤<오다기리 죠의 도쿄 타워>(EBS)로 최근 독특한 유머 감각과 다른 느낌으로 마니아층을 넓혀가는 일본 영화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설 연휴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5일 밤부터 설 특선 영화는 시작한다. 시꺼멓게 빛나는 블랙 펄 아이섀도의 저주는 계속된다. 1탄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의 놀라운 흥행 전설을 이어받아 조니 뎁이 여전히 눈에 아이섀도를 짙게 칠한 캡틴 잭으로 분한 영화  MBC <캐리비안의 해적 2- 망자의 함>(밤 11시10분)이 찾아온다.

SBS는 '역할이 바뀐 거 아냐?' 소리가 절로 나오게, 모던한 차승원이 촌스런 이장으로 전원 이미지를 간직한 유해진이 군수로 나와 티격태격하는 코미디 <이장과 군수>(밤 11시15분)를 방송한다.

▶ 2월 6일(수)

일본 영화의 매력을 놓치지 마시라. KBS 1TV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오후 3시30분)를 방송한다. 설 특선 아시아 영화다. 아시아라고 동남아만 떠올리면 착각이다. 일본 영화다. <노다메 칸타빌레>로 국내에 수많은 팬을 거느린 '노다메' 역의 우에노 쥬리와 <훌라걸스>의 아오이 유우가 주연이다. 평범한 전업주부가 어느 날 문득 '스파이 모집' 광고를 보고 덜컥 지원했다 벌어지는 코미디다. 신기하고 독특한 제목처럼 '못 말리는' 일본 스타일 코미디 영화다.

조폭 가문이 이제 김치 사업을 벌려 부활을 꿈꾼다는 코미디 영화 MBC <가문의 부활>(오전 10시35분)과 송일국, 손예진이 누가 누가 '작업의 달인'인지를 놓고 겨루는 SBS <작업의 정석>(오전 10시35분)이 찾아온다.

저녁이면 KBS 시트콤 '못 말리는 가족'을 잉태한 영화가 KBS 2TV <못 말리는 결혼>(오후 7시50분)을 방송하고, 김하늘, 권상우가 주연한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아니라 이청아, 박기웅이 주연한 2탄 <동갑내기 과외하기2> (밤 11시5분)를 KBS 2TV에서 방송한다.

어떻게 이 남자가 박쥐 인간이 되었나? SBS는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이 배트맨으로 변신 설화를 캐는 <배트맨 비긴즈> (밤 10시55분)를 방송한다. 이어서 SBS는 흉터 있는 험악한 외모를 지닌 '야수'(류승범)가 착하지만 앞 못 보는 애인(신민아)에게 자신을 미남으로 속였다가 여자가 눈을 뜨는 바람에 거짓말 메들리의 세계로 가는 해프닝을 그린 <야수와 미녀> (새벽1시 25분)다.

EBS는 에드워드 노튼과 나오미 왓츠가 주연한 영화 <페인티드 베일>(밤 10시40분)을 방송한다. <인간의 굴레>로 유명한 작가 서머셋 모옴이 쓴 <인생의 베일>이 원작으로 1925년 즈음 영국을 배경으로 진정한 '사랑'을 묻는다. KBS 1TV는 KBS 독립영화관 <비만 가족 외>(새벽 0시25분)를 방송한다.

▶ 2월 7일(목)

설날이다. SBS가 록커였던 차태현이 복면을 뒤집어쓰고 '뽕필'이 충만한 '뽕짝' 가수로  좌충우돌 성공기를 그린 <복면달호>(오전10시 30분)로 아침을 열어젖히면 MBC는 DOA경기에서 실종된 오빠 찾으러 나선 미녀의 활약을 그린 <D.O.A 미녀 파이터> (오후 3시25분)를  방송한다.

KBS 1TV는 설 특선 아시아 영화로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에 빛나는 이란 영화 <오프사이드>(오후 3시 30분)를 방송한다.

MBC는 수목 드라마 <뉴하트>에 이어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직 CIA 요원이 자신이 누군지 알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좌충우돌하는 독특한 스파이 영화 <본 아이덴티티>(새벽 0시 20분)를 방송한다.

SBS는 김아중이 '뚱녀'에서 전신 성형으로 '미녀'로 거듭나는 <미녀는 괴로워>(밤 9시35분)에 이어 장쯔이가 주연한 중국 무협영화 <야연>(새벽 1시5분)을 방송한다.

KBS 2TV는 '콩가루 가족'의 독특한 콩냄새가 고소한 영화 <가족의 탄생>(새벽 0시 15분)을 방송한다. 고두심이 엄태웅의 스무 살 연상 애인으로 등장하고 그 남동생을 바라보는 누나 문소리에 이어 공효진, 류승범, 봉태규, 정유미까지 출연해 바람 잘 날 없게 바람나고 바람 부는 '가족' 이야기를 보여준다.

KBS 1TV는 KBS 독립영화관으로 민병훈 감독의 <괜찮아 울지마> (새벽 1시)를 방송하고, EBS는 스무 살 적 엄마와 만난다는 전도연, 박해일 주연의 <인어 공주> (밤 10시40분)를 방송한다.

▶ 2월 8일(금)

KBS 2TV는 말이 필요 없는 봉준호 감독이 만든 한강에 출연한 괴물 영화 <괴물>(오전 10시 40분)을, SBS는 톰 크루즈가 외계 괴물과 맞서는 영화 <우주전쟁>(오전 10시30분)으로 괴물 전쟁을 벌인다. 또 KBS 1TV는 설 특선 아시아 영화로 인도네시아 영화인 로맨스 코미디 <달려라 조니>(오후 3시35분)를 방송한다.

밤이면 MBC는 이제 '두사부일체'를 넘어 계두식이 조폭 조직의 글로벌화를 꿈꾸며 대기업에 입사해 벌이는 코미디, 이성재, 김성민 주연의 <상사부일체>(오후 9시30분)를 방송하고, KBS 2TV는 조폭도 중년의 위기를 겪는다는 송강호 주연 <우아한 세계>(밤 10시50분)를 방송한다.

SBS는 해리 포터 시리즈로 3개 마법학교가 맞서는 퀴디치 대회 장면이 현란한 <해리 포터와 불의 잔> (밤 9시30분)을 방송한다. 이어서 섹시한 미녀 3인방 카메론 디아즈, 드류 배리모아, 루시 리우가 '미션'을 해결하는<미녀삼총사2>(새벽 0시20분)를 방송한다.

EBS는 톰 행크스가 감독하고 출연해 1960년대 미국 팝 그룹 이야기를 그린 <댓 씽 유 두>(밤 10시 40분)를 방송하고 KBS 1TV가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새벽 0시 10분)을 방송한다.

▶ 2월 9일(토)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냐? 오다기리 죠냐? MBC는 '본 시리즈' 2탄으로 맷 데이먼이 여전히 기억을 잃은 채, 전 세계를 누비며 자신의 정체를 찾아 헤매는 독특한 스릴러 첩보 영화 <본 슈프리머시>(밤11시)를 방송하고 SBS는 <매트릭스2>(밤 11시45분)를 방송한다.

EBS는 암에 걸린 엄마 때문에 슬퍼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오다기리 죠가 출연해 화제가 된 최근작 <오다기리 죠의 도쿄 타워>(밤 11시)를 방송한다.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가 원작인 영화로, 왜 한국에 오다기리 죠 열풍이 불었는지 알 수 있다. 오다기리 죠의 독특한 매력과 뛰어난 패션 감각이 사뭇 돋보인다.

▶ 2월 10일(일)

안타깝지만 연휴 마지막 날이다. 그 암울함을 반영했는지 SBS가 암울한 미래 사회를 그린 SF <아일랜드>(낮 12시10분)에 이어 밤에도 역시 미래 사회에 자신의 기억을 지운 천재 공학자가 음모에 빠진 이야기를 그린 벤 애플렉, 우마 서먼 주연의 <페이첵>(밤12시)을 방송한다.

MBC는 서기가 '조폭 마누라'로 출연해 이범수와 함께 찍은 조폭 마누라 시리즈 3탄인 <조폭마누라3>(밤 9시 30분)를 방송하고 KBS 2TV는 조선시대 '야설' 작가로 나선 양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한석규, 이범수, 김민정 주연의 <음란서생>(밤 11시 35분)을 방송한다.  KBS 1TV 는 찰스 디킨스의 고전인 <올리버 트위스트>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2005년 새롭게 그린 영화 <올리버 트위스트>(새벽 0시 30분)를 방송한다. 아이는 그렇게 자라고, 우리도 나이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