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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겨울, 덕유산 종주를 하게 된 연유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들은 대개 남쪽의 지리산에서 출발 북쪽의 설악산에서 산행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대간 종주에서 가장 의미 있고 어려운 코스를 지리산과 설악산 구간으로 잡는다. 설악산은 아름다움에서 당할 수 없고, 지리산은 어려움에서 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점이 대간꾼들로 하여금 설악산과 지리산을 찾게 만든다.

 

나는 산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산을 찾곤 한다. 옛날에는 혼자 산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산악단체와 함께 산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된 것은 계획을 짜느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교통편이나 시간 때문에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 산행대장이 있어 코스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날짜와 코스를 선택한 다음, 그 코스를 따라 가면서 보고 느끼고 즐기는 단체산행이 이제는 좋다.

 

 

이번에 겨울산행을 덕유산 종주로 잡은 것도 내가 평소 함께 하는 산행 단체 '산행담소'가 코스를 덕유산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덕유산 종주라는 말이 생소했다. 지리산 종주, 설악산 종주는 들어봤어도 덕유산 종주라는 말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덕유산 종주라는 산행 공지를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그러다가 1월 30일에야 덕유산 종주 내용을 자세히 알게 되었고, 대타로 마지막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이것은 겁 없는 참가이기도 했고, 의미 있는 산행이기도 했고, 또 큰 행운이기도 했다. 37㎞에 달하는 거리를 20시간에 주파하는 강도 높은 산행이었는데 이러한 코스에 도전했으니 정말 겁 없는 참가였던 것이다. 그리고 어려운 만큼 산행을 끝내고 느끼는 만족감이 그 어떤 산행보다 컸으니 보람 있는 산행이었다. 더욱이 마지막에 꼬리를 잡아 무사히 산행을 마쳤으니 행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덕유산 종주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다음 하게 된 공부

 

 

덕유산(德裕山), 이름을 풀이하면 크고 넉넉한 산이 된다. 덕유산은 정말 크고 넉넉할까? 산행을 마치고 글을 쓰는 지금 돌이켜보면 덕유산은 정말 크고 넉넉하다.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서 중봉을 거쳐 백암봉에 이르는 지역은 1500~1600m의 고지에 자리 잡은 넓은 고원지대를 형성하고 있어 평평하면서도 넉넉해 보인다. 그리고 향적봉에서는 남쪽 가까이 서봉(장수 덕유산)과 동봉(남덕유산)이 선명하게 보이고, 그 너머 멀리 동서로는 지리산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이 구름 속에 신비한 자태를 드러낸다.

 

덕유산은 현재 서봉과 남덕유산에서 동쪽의 신풍령(일명 빼재 또는 수령<秀嶺>)까지 덕유산 국립공원을 지칭하는 큰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최고봉인 향적봉을 가리키는 작은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가 이번 덕유산 종주에서 사용하는 덕유산은 육십령에서 신풍령까지 이어지는 큰 개념의 덕유산 국립공원을 말한다. 덕유산 국립공원은 현재 크고 넉넉한 이름에 걸맞게 덕유산 향적봉을 중심으로 한 삼공지구, 적상산을 중심으로 한 적상산 지구, 남덕유산을 중심으로 한 영각사 지구 등으로 나누어진다.

 

 

그렇다면 역사 속의 덕유산은 어떤가? 현재의 행정구역에 근거해서 먼저 무주현과 장수현에 대한 기록들을 찾아보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전라도 무주현(茂朱縣) 편 산천(山川) 조에 보면 상산(裳山)에 대한 설명이 가장 자세하고 길다. 현의 남쪽 15리에 있으며 성이 있어 상성산(裳城山)이라 불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방으로의 조망이 좋아 동쪽으로 가야산(伽耶山)을, 남쪽으로 지리산(智異山), 서쪽으로 큰 바다를, 북쪽으로 화악(華岳)을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재의 덕유산으로 추정되는 미마산(彌磨山)에 대한 설명은 아주 짧다. 현의 남쪽 35리에 있다는 것이 전부다. 여기서 미마산은 오랫동안 마모된 산이라는 뜻을 가진다. 실제 남쪽이나 동쪽에서 덕유산을 바라보면 오랫동안 풍화되어서인지 밋밋하면서도 둥근 모습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덕유산이라는 이름은 오히려 전라도 장수현(長水縣)편 산천(山川) 조에 나온다. 그러나 이곳에서 말하는 덕유산은 현재의 남덕유산이다.

 

 

"덕유산(德裕山) 현의 북쪽 50리에 있다. (중략) 육십현(六十峴) 현의 북쪽 40리, 경상도 안음현(安陰縣)의 경계에 있다. 신라 시대로부터 요해지(要害地)로서 행인이 이곳에 이르면 늘 도적에게 약탈을 당하므로 반드시 60명이 되어야만 지나가곤 했다. 이것이 이름이 되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현재의 덕유산이 백두대간의 중심에 크고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적상산은 대간에서 벗어나 작게 그려져 있다. 조선 전기에는 적상산이 요새적인 측면에서 더 중요하고 또 사고가 있어 더 중시되었다면, 자연지리적인 측면을 강조한 '대동여지도'에서는 덕유산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고 볼 수 있다.   

 

덕유산 종주에서 만나는 고장, 장수·함양·무주·거창

 

현재 덕유산 종주를 위해서는 전라북도 장수와 무주 땅은 물론이고 경상남도 함양과 거창 땅을 밟아야 한다. 출발을 남쪽 육십령에서 해야 하니 덕유산 종주는 장수와 함양의 경계에서 시작된다. 장수는 요즘 논개를 상징인물로 선정, 가을에 축제까지 열고 있다. 그런데 옛 문헌에는 장수 황씨의 대표적인 인물인 황희 정승이 장수의 대표적인 인물로 소개되어 있다. 육십령은 장수군 장계면과 함양군 서상면을 이어준다.

 

함양군은 북쪽의 덕유산과 남쪽의 지리산 사이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은둔의 땅이다. 함양군은 전체적으로 지리산 북쪽의 땅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상면에 있는 영각사가 남덕유산 남쪽 자락에 자리 잡아 함양군을 덕유산과 연결해준다.

 

거창군은 남덕유산에서부터 백두대간 덕유산 종주 길을 따라 신풍령까지 덕유산 국립공원의 한 축을 형성한다. 덕유산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거창군 북상면과 고제면이 덕유산 국립공원과 맞닿아 있다. '소백산 줄기 따라 덕유산 솟고 옛 가야 빛난 문화 전통을 잇고'라는 거창군민의 노래를 통해 거창의 지리와 역사를 알 수 있다.

 

장수와 함양과 거창이 덕유산과 관련이 있지만 그래도 덕유산을 안고 있는 고장은 무주군이다. 무주군은 덕유산 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덕유산의 중심부가 향적봉과 무주구천동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덕유산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주리조트나 무주구천동을 통해 향적봉에 오른다.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은 해발 1614m로 남한에서 네 번째 높은 산이면서도,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통해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향적봉에서 남덕유산(1507m)에 이르는 17㎞ 남북 능선이 덕유산의 주릉으로, 이 구간에는 중봉 백암봉 무룡산 삿갓봉 등 천 사오백 미터 대의 산들이 파노라마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백암봉에서 신풍령으로 이어지는 동서능선은 11.4㎞로 향적봉을 비롯한 덕유평전을 조망할 수 있다. 이 능선에는 지봉과 대봉 그리고 갈미봉이 있다. 덕유산 종주 마라톤은 남덕유산의 남쪽 육십령 고개에서 시작,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을 찍은 다음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신풍령 고개까지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 2월 2-3일 1박2일간 백두대간 덕유산 구간을 종주했다. 이때 보고 느낀 일을 산행기 형식으로 5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덕유산 종주를 마라톤에 비유해 보았다. 그것은 백두대간 덕유산 종주가 장거리 산행으로 인내와 끈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태그:#덕유산, #남덕유산, #육십령, #향적봉, #신풍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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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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