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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명희씨(맨 왼쪽)와 한국어학당 학생들
 맹명희씨(맨 왼쪽)와 한국어학당 학생들
ⓒ 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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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외교의 의미는 외교관 신분을 가진 사람이 자국을 대표해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대표인 외교관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실생활에서 민간외교를 펼치는 사람은 많다.

수원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원인 수원 YMCA 한국어학당. 수원 영통에 자리한 이곳에서 민간외교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 중 맹명희(43)씨를 만났다. 그는 수원 YMCA 한국어학당 강사로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맹씨는 2002년 봄학기부터 한국어학당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국어학당 내에서는 수준별 학습을 실시하는데 맹명희씨는 외국인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직접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에서 우리의 것을 전하는 것이 바로 외교”

어떻게 이곳에서 외국인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맹명희씨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중학교 때부터 외교관을 꿈꾸었고 외국인들과 펜팔도 많이 했어요. 러시아 쪽으로 특히 관심이 많았구요. 하지만 여러 어려움으로 그 꿈을 포기했죠. 그리고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다가 한국어 강사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알게 돼서 같이 공부했어요. 얼마 전까지는 교직에 있었지만 봉사활동 같은 것을 찾다가 여기 오게 되었죠. 비록 외교관이라는 직업은 갖지 못했지만 이런게 다 민간외교 아니겠어요?”

맹씨는 한국어 교육에서만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언어는 물론이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겪을 수 있는 문화와 생활방식의 차이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그들이 생활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치를 담그고 있는 한국어학당 학생들
 김치를 담그고 있는 한국어학당 학생들
ⓒ 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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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들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한국어라는 언어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껴요. 하지만 그것은 불편함의 일부에 불과하죠. 음식, 생활방식, 개인의 성향차이에 대해서도 불편해해요. 가령 외국인들은 서로 부딪혔을 때 미안하다고 바로 말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안하고 겸연쩍은 표현을 웃음이라는 표정으로 대신 전달하는 경우가 있죠. 외국인들은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해요. 부딪힌 사람이 앞에서 마냥 웃고 있으니 황당한 거죠. 우리에게는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들에게는 하나하나가 다 어려움의 연속인 거죠.”

우리 사회 전반에서 외국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은 버스를 타거나 세금을 낼 때와 같이 기본적 생활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맹명희씨는 외국인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몸소 도와주고 있다. 그들의 가정을 방문해서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가구를 보러 가기도 한다. 그녀는 학생들과 병원을 함께 갔던 적이 가장 많다고 했다.

"우리말을 모르는 외국인들과 함께 가서 의사의 말을 전달해주고 그들의 말을 다시 의사에게 전해줘요. 한번은 일본인 친구와 같이 근처 병원에 갔었는데 제가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의사의 말을 통역해주기 위해서였어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것 하나하나를 도와주기 위해 직접 몸소 실천하는 맹씨는 그들에게 있어 매우 고맙고 큰 존재인 것이다.

우리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한국어학당 학생들
 우리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한국어학당 학생들
ⓒ 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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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 대한 편견, 우월주의 버려야”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데 힘든 점이 많은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개선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맹씨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특히 우리보다 못산다고 생각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우월주의가 심해요. 그리고 편견 또한 많죠. 그것이 바탕이 돼서 우리나라 사람이 그들을 대할 때 무조건 무시하고 좋지 않은 행동을 하게 돼요. 이러한 것들을 버려야 할 필요가 있어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들 보거나 대할 때 말과 행동에 배타적인 모습들이 묻어난다. 우리와 피부색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보면 아래위로 훑어보거나 좋지 않은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게 다반사다. 이것이 바로 외국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이다.

그녀와의 인터뷰가 마무리되어가고 있을 때쯤 한 외국인 수강생이 찾아왔다. 발음이 약간 어눌했지만 그는 한국말로 자신의 이름은 루즈담이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고 소개했다. 외국인인 그에게 한국에서의 힘든 점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물론 말이 안 통하니까 조금 힘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은 처음 만난 사람과 일하는 것이에요. 그들이 가진 우리에 대한 편견이 문제인거죠. 한국 사람들은 우리들을 보면 겉모습만 보고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무시해요.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서요. 그래도 이제는 처음보다 한국어도 어느 정도 하니까 그것 말고는 별로 힘든 건 없어요.”

국내 외국인들이 생활하면서 겪는 불편함의 요소는 아직 많다. 따라서 수원 YMCA 한국어학당에서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언어 뿐 아니라 우리의 문화와 생활을 직접 가르쳐 그들을 도와주고 있다.

맹명희씨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 외교의 주체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대외적이고 국가적인 교류나 수용만이 외교는 아니다. 작은 다양한 공동체 안에서 그들을 도와주고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바로 외교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태그:#한국어학당, #YMCA, #한국어교육, #외국인, #맹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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