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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참 좋다.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행복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닥끝까지 내려간 인생이라는 것을 절감할 때는 반대로 '꿈도 희망도 없는' 현실이다. 사람에게 인생의 낙관과 비관의 양 갈래의 기로에 서게 하는 꿈. 사람들은 다양한 꿈들을 꾸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그림책을 보다보면 꿈과 희망, 삶에 대한 성찰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아이들이 읽는 책들이니 당연히 긍정적인 시선들이 주제가 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림책은 아이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보는 하나의 작품이다. 모 출판사에서는 0세~100세까지 어린이와 어른모두를 위한 그림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림책은 점차 다양한 폭의 사람들을 담는 미학적 즐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삶이 고달플 때, 아주 명료하고 깊이 있는 그림책을 보라. 따뜻한 그림에 반하고 정갈한 글에 또 한 번 반할 것이다. 필자가 제일 먼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주변에서 어른들을 위한 선물로 권할 만큼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바버러 쿠니의 <미스 럼피우스>라는 책이다. 책 표지를 보면 차분한 톤의 따뜻한 그림이 안겨온다.

 

이 책은 루핀 부인의 이야기다.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살고 있는 루핀 부인은 아주 작고 늙었다. 그러나 루핀 부인은 처음부터 늙은 사람은 아니었다. 시간은 점차 거슬러 올라가 이 작고 늙은 할머니가 꼬마 앨리스로 불리었을 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도 어른이 되면 아주 먼 곳에 가 볼 거예요.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에 와서 살 거고요.”

 

아주 먼 곳을 가고 싶어 했던 앨리스에게 그녀의 아버지는 말한다.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다, 얘야. 그런데 네가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구나.”

 

그녀의 아버지가 말한 한 가지 일은 바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었다.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 꼬마 앨리스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시간은 흘러 꼬마 앨리스는 금방금방 어른이 된다. 그리고 집을 떠나 바다냄새가 나지 않는 도시로 건너간다. 그 곳에서 앨리스는 미스 럼피우스라는 이름으로 불러지며 도서관에서 일을 한다.

 

어느 날, 식물원으로 간 럼피우스는 열대의 냄새를 맡고는 진짜 열대의 섬으로 가게 된다. 아주 먼 곳을 좋아했던 그녀가 처음엔 바다냄새가 나지 않는 도시로 갔다가, 이내 핸들을 돌려 열대의 섬까지 건너간 것이다. 미스 앨리스 럼피우스는 만년설이 덮여 있는 산봉우리도 올랐고, 정글을 뚫고 지나기도 했고, 사막을 횡단하기도 했다.

 

아주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언덕을 올라간 럼피우스는 그 곳에서 푸른빛, 보랏빛, 장밋빛 루핀 꽃을 발견했다. 아름다운 루핀 꽃을 보고 럼피우스는 근사한 생각을 떠올렸다. 바로 세상을 조금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일 말이다.

 

럼피우스는 여름 내내 주머니에 꽃씨를 가득 넣고 다니면서 들판이며 언덕이며 꽃씨를 뿌렸다. 고속도로에도 뿌리고, 시골길에도, 학교 근처에도, 교회 뒷마당에도 뿌렸다. 사람들은 “저 정신 나간 늙은이”라고 그녀를 불렀다. 그러나 미스럼피우스 때문에 이듬해 봄, 이 마을은 루핀꽃으로 가득찬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다.

 

지금은 파파할머니가 된 미스 럼피우스. 그래서 그는 루핀부인이라고도 불린다. 아이들 눈에 세상에서 가장 늙은 사람으로 보이는 파파할머니, 미스 앨리스 럼피우스, 루핀 부인은 아이들에게 머나먼 세계 이야기를 들려주며 말한다.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 그 일을 하라고 말이다.

 

그녀가 한 일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보일 수 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을 했고, 아주 작게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녀가 한 일은 그녀의 존재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고, 그녀의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

 

우리 주변에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종이컵 대신 머그잔을 쓰는 일, 내 집 앞 눈을 먼저 쓰는 일,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도 책을 읽어주는 일, 눈을 마주친 이에게 먼저 웃어주는 일처럼 습관이 될 수 있는 일도 있다.

 

사람들과 주말농장을 만들어보는 일, 소외받는 아이들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일, 우리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 스쿨존을 만드는 일, 함께 공동육아를 꿈꾸어 보는 일, 우리 동네 놀이터를 이웃들과 가꾸어보는 일처럼 뭔가 의식적으로 창조하는 일도 될 수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란 무궁무진하다. 우리의 꿈들이 무궁무진하고, 우리의 삶의 영역은 바다처럼 넓기 때문이다.

 

미스 럼피우스처럼, 온 세상에 열정을 품고 시선을 열어보자.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 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선미 기자는 춘천 꾸러기어린이도서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미스 럼피우스

바버러 쿠니 지음, 우미경 옮김, 시공주니어(1996)


태그:#미스럼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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