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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한글을 사랑하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듯하다. 한글의 과학성은 세계에서 인정했고 글자가 없는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들은 우리나라의 말을 배워 쓰고 있다. 한국에 오래 남고 싶어도 한국말을 가르쳐주는 곳을 찾기 어려우니 문화조차 이해하기 어려워 결국 떠나게 된다는 외국인들의 얘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작 인수위는 한글과 우리 문학을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 몰입정책’을 내놓았다가 반대 여론에 주춤한 상태다.

한글보다 영어를 더 사랑하는 분위기의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곳은 소수이다. 그 중 세 곳이 수원에 자리하고 있다. 그 중 2000년 9월 개설한 수원YMCA 한국어학당을 방문했다. 수원시 영통에 위치한 그곳에서 한국어강사 맹명희(43)씨를 만날 수 있었다.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도 알려줄 수 있도록 노력"

맹명희씨는 매우 인자한 인상이었다. 먼저 농담도 건네는 적극적인 모습이 밝고 멋져보였다. 그녀에게 한국어학당의 수업에 대해 묻자 그녀가 차근차근 설명했다.

“봄 학기는 3월 첫째 주 토요일부터 시작해요. 한국어를 배우지만, 봄 학기 동안 두어 번 소풍을 가서 농촌이나 사찰 등 한국의 문화도 체험합니다. 가을학기에는 우리나라의 산에 다녀오며 각종 활동을 하지요. 설, 추석 등의 명절에는 그날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고 한글과 한국의 문화를 동시에 익힐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2007년 가을학기 한국어학당의 가을소풍 사진
 2007년 가을학기 한국어학당의 가을소풍 사진
ⓒ 최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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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마치고 맹씨는 무언가 떠오른 듯 눈빛을 반짝이더니 입을 열었다. “채식주의자인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초급반에 들어오는 분들에게 제일 먼저 ‘고기 빼주세요’라는 말을 가르쳐줘요. 그 밖에도 한국의 아파트 단지에서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법, 쓰레기 종량제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병원도 같이 가주는 등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도 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YMCA 한국어학당의 수업은 1회당 2시간 정도의 수업으로, 주말반과 주중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주중반은 월‧수, 화‧목요일과 같이 한 주당 2번 수업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주말에는 주로 학교의 원어민 교사나 기업체 직원인 외국인들이 주로 수업을 듣고, 주중에는 주부나 오후에 일하러 가는 사람, 직업이 없으신 분들이 와서 듣는 경우가 많다. 맹씨에게 수업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 물었다.

“교재는 서강대학교의 교재를 주로 이용하고, 각 반 수준에 따라 수업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말하는 속도와 어휘 난이도도 다르지요. 영어권 국가에서 오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수업은 처음에 영어로 진행되지만, 점차 한국어의 비중을 높이죠. 최대한 한국어를 쓰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마지막 강의 때 자기 나라 음식을 준비해 나눠먹어요"

말과 글을 배우는 것은 어렵다. 한국어학당의 외국인들은 대부분 한글을 익히는 것을 수월히 해낸다. 그러나 점차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관용어가 많아져 어려움을 느낀다. 맹씨는 관용어를 주로 배우는 반은 고급반인데, 우리나라에 오래 거주하는 사람들이 대개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어학당에서는 관용어와 같은 우리말의 애매모호한 부분을 어떻게 가르칠까?

“색깔이나 날씨를 가르치는 경우가 어렵죠. ‘새빨갛다’를 설명하려면 색상표를 가져와 설명해야 합니다. 만약 ‘쌀쌀하다’와 ‘시원하다’의 의미를 가르치려면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부는 바람의 느낌을 설명하며 공감할 수 있는 느낌으로 설명해야 하지요. 설명 후에는 각자의 나라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말하는지 물어봅니다. 그러면서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언어를 배우게 되는 것이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한국어를 배우는 한국어학당. 그 안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한국어로 세계의 언어와 문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를 통해 교사는 한국의 말과 문화를 더 널리 알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니 한국어학당은 민간 외교사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서로의 문화 등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말과 문화가 얽혀있으면 ‘이러한 말은 영어로 이러한 뜻이다’라는 식으로 설명하면서 ‘여러분의 나라에서는 어떻습니까?’라고 묻기도 해요. 예를 들면 러시아 사람과 호주 사람, 한국 사람이 있을 때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 기준이 다르지요. 한국의 추운 날씨에 러시아 사람은 ‘이정도면 춥지 않다’라고 말하고, 한국의 더운 날씨에 호주 사람은 ‘전혀 덥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서로 대화하면서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 등을 교류하고 인정해요. 학기 마지막 강의 때에는 자신이 살던 나라의 음식을 준비해 오도록 해서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음식과 문화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도록 하고 있어요.”

2007년 가을학기인 15기 YMCA한국어학당 종강식. 맹명희(왼쪽)씨와 학생들의 모습이다.
 2007년 가을학기인 15기 YMCA한국어학당 종강식. 맹명희(왼쪽)씨와 학생들의 모습이다.
ⓒ 최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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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학당은 1년에 2번 개강하여 학생들에게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다른 나라의 문화도 접해보는 외교 사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YMCA 한국어학당은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 학기에 약 5만원의 수업료를 받는다. YMCA 한국어학당은 3월 8일에 개강하므로 그 전까지 YMCA로 연락하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 수업을 저렴하게 들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어학당, #수원, #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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