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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원래 삼성물산 등 삼성계열사 임원 6명 정도가 출석하기로 약속돼 있었다. 그런데 이 중 3명은 복통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고 2명은 외국 손님과 긴급한 미팅이 있다며 소환을 요청해 한 사람만 출석해서 조사받기로 했다."

 

삼성그룹의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다.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윤정석 특검보는 29일 오전 브리핑에서 "소환 일정을 약속했더라도 참고인이 개별적인 사정에 의해서 못 온다고 통보가 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핵심 참고인 잠적... 출금조치 위법 소송까지 벌여

 

이 뿐만이 아니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의 최 모 부장도 지난해 12월 이후 잠적했다. 최 부장은 비자금 관리 실무를 맡았다고 지목된 인물로 지난 14일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과 함께 최 부장의 경기도 분당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후 최 부장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이미 최 부장은 지난해 12월 회사에 병가를 낸 뒤 잠적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윤 특검보는 이날 "수사에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사관들을 연고지 등에 파견해 찾고 있다"며 "소재를 파악하면 (체포영장 등) 적절한 방법을 찾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 수사 당시 출국 및 잠적한 전략기획실 김 모 부장과 삼성증권 감사팀장 강 모씨까지 포함하면 벌써 3명의 핵심 참고인들이 모습을 감춘 셈이다. 또 검찰과 특검이 출국금지 조치한 인사들도 출국금지 해제를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전직 간부인 최모씨는 "뒤늦게 출국금지 사실을 알고 특본에 출석해 수사에 협조했는데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되지 않아 지난 21일부터 예정됐던 뉴질랜드 법인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지 못하는 등 현재 회사에서 실직될 위험이 있다"며 출국금지 조치 위법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최씨의 요청에 대해 "이미 지난 28일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최씨가 추후 소환조사도 성실히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데다, 금융정보조회동의서도 내 이후 수사에 필요한 조치가 다 돼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참고인들의 출국금지 해제 요청에 대해서는 사유를 검토한 후 거부한 상태다. 

 

삼성화재 지난해 11월부터 문서 파기 의혹도 불거져 

 

 

특검팀은 이 같은 삼성그룹의 '버티기' 전략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 특검보는 '동행명령제' 사용 여부에 대해 "이미 헌법재판소가 BBK 특검법 중 위헌 결정을 내린 조항과 똑같은 조항이기 때문에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참고인이 소환에 불응할 때 현행법 상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는 28일 삼성화재 관계자의 말을 빌어 삼성화재가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오래된 보험금 입출금 내역 등 관련 문서를 파기했다고 보도했다.

 

그에 따르면 "삼성화재 고위 임원이 지난 20일 특검 출석하기 하루 전날 직접 지하 문서창고와 14층부터 22층까지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문서 보관 상태 등을 점검"하는 등 삼성화재는 검찰 · 특검의 수사에 대비 철저하게 증거를 인멸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삼성화재 본관에는 애초 지하 2층에서 6층까지 문서창고가 있고 각 창고마다 문서가 담긴 상자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지난 16~18일에 폐기물 업체 소속 대형트럭이 와서 수천상자 이상의 서류 등을 싣고 갔다"며 "지하 4층에 특검팀을 배려해 일부 문서를 의도적으로 남겨뒀다"고 전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보안지침이 내려와 문서를 매일 파쇄기에 넣어 없앴다"며 "회사 쪽에서 업무에 지장이 있더라도 데스크톱 컴퓨터를 없애고 대신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라고 했다"고 말해 삼성그룹의 증거인멸이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삼성화재 홍보팀 관계자가 '문서가 많이 나오는 보험 업무의 특성상 문서 파쇄기는 항상 쓰고 있고 창고에 문서에 쌓이면 오래된 문서부터 없애고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라며 증거인멸 의혹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태그:#삼성 특검, #삼성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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