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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의 최종 합격자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최종 합격자 발표가 많아지면서 하숙, 월세, 전세 등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학생들이 꿈꾸는 ‘독립’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지금 학생들은 합격이라는 기쁨과 함께 ‘혼자 사는 로망’을 가슴에 품고 꿈에 부풀어 있을 테다. 부모들은 합격의 기쁨도 잠시, 걱정이 앞선다.

 

특히나 대학 입시가 처음인 부모들은 모든 게 새롭다. 타향살이를 시켜야 하는데 어디에 아이를 살게 하나 등의 고민이 많다. 우리 부모님 역시 그 당시 생각이 많으셨다. 걱정도 분명 많았으리라. 처음으로 자식을 내보내는 일인 데다가 여자 아이 혼자 타지 생활을 시켜야 하니 그 걱정이 오죽했을까 싶다.

 

자취와 하숙, 둘 중 어떤 것을 택하느냐가 혼자 살기의 시작이었다. 시작은 ‘하숙’이었다. “처음 혼자 사는데 매일 밥해 먹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또 주인집이 있어 안심이 된다”는 부모님의 생각을 따랐다. 2년 후 나는 자취를 시작하였다.

 

‘혼자 살기’는 단순한 자유가 아니었으며, 나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기회였고 또 하나의 배움이었다. 그 배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타향살이 5년차. 이제는 어디 가서 ‘짬 좀 됩니다’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이제 막 시작하는 이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 어떻게 할지 몰라 인터넷 검색을 하고, 혼자 끙끙대고, 전화해대는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다.

 

우선 어디서 살지부터 정하자.

 

 

하숙이냐? 자취냐? 그것이 문제로다.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면 집 문제는 이미 해결된 상태다. 이제 하숙이냐 자취냐를 놓고 고민하자. 하숙의 경우에는 정해진 날짜에 한 달에 한 번씩 하숙비만 주인집 계좌로 넣어주면 된다. 위치와 집 주인에 따라 30만원 ~ 40만원 후반 정도의 집을 구할 수 있다. 자취를 할 경우 일반 주택과 오피스텔, 아파트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줄이는 게 가능한 집이 있는가 하면 안 되는 집도 있다. 오로지 월세만 받는 경우도 꽤 많다. 가정 경제 상황을 살피며 어떤 방법이 지출을 최소화 할 수 있는지 정하면 된다.

 

이밖의 차이점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식사해결과 공동사용, 관리비의 유무.

 

하숙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석식과 조식이 가격에 포함된다. 하숙집 구조와 주인에 따라 점심 식사도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하숙은 공동으로 화장실과 세탁기 등을 사용한다. 내가 있던 하숙집은 여성 전용 층과 남성 전용 층이 나뉘어져 있었다. 화장실 사용 시간이 긴 여성들만 모아 놓은지라 곤혹을 치를 때도 간간히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았다. 하숙비에는 식비, 수도세, 가스비, 전기세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 한 달에 한 번씩 제때 하숙비를 지불하면 된다. 공과금을 직접 내야 할 자취에 비해 신경 쓸 일이 없다.
 
난 하숙부터 시작할래

 

하숙하기로 결정했다면 위치와 옵션을 꼼꼼히 살펴본다. 낮에 방을 찾아보는 것도 좋으나, 밤에 안전한지, 큰 길이 있는지, 사람이 많이 다니는지 등의 안전을 빠트리면 안 된다. 위치가 좋다 싶으면 이제 방을 살펴보면 된다.

 

창문은 제대로 닫히는지, 벽지는 깨끗한지(곰팡이가 보인다면 날아다니는 바퀴벌레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화장실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옵션(침대, 책상, 의자)은 제대로 갖춰졌는지 확인한다. 부모님이 정한 하숙집 방에는 옷걸이만 달랑 있었다. 나머지는 내가 다 구입해야 했다. 자취를 하면서 책상이라도 가져오고 싶었지만 운반비가 너무 많이 나와 그대로 놔두고 왔다. 그 안타까움이란 말할 수 없었다. 2년밖에 안 쓴 정말 깨끗한, 크기마저 큰 책상이었는데…….

 

제일 중요한 부분, 밥은 어디서 먹는지 특히 눈 여겨서 본다. 나의 경우에는 반 지하에 있는 주인집 부엌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혼자서 밥을 먹을 때면 그냥 왠지 눈치가 보였다. 주인집 식구들이 들락날락거리며 쳐다보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집 떠나 먹는 밥은 먹어도 먹어도 허하다‘는 말을 실감하는 때였다. 식당이 따로 있는 곳은 혼자 라면도 끓여먹을 수 있고, 편안히 먹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식사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본다. 식사 시간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넉넉하게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게 좋다. 나는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조식, 저녁 6시부터 7시까지 한 시간씩뿐이었다. 6시 45분쯤 밥 먹으러 가니, 주인 아주머니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에게 “어떡하니, 다 치워버렸는데”라는 말을 하고는 설거지에 열중이셨다. 문을 닫고 계단을 올라오는데 어찌나 서럽던지, 지금 생각해도 짠하다. (고시원의 경우 밥만 제공된다.)

 

난 자취할 거야!

 

안전, 건물 연도, 옵션, 공과금 납부 등을 집중해서 살펴본다. 특히 주택가에 위치한 경우에는 밤에 안전한지 확인해 본다. 건물 옆에 큰 도로가 있으면 먼지나 소음으로 괴로울 수 있으니 빠트리지 않는다. 자취의 경우 옵션(세탁기, 책상, 침대, 냉장고 등)이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옵션이 갖추어졌다 하더라도 몇 가지 빠질 수 있으니 꼼꼼히 살핀다.

 

월세이건, 전세이건 공과금은 어떻게 지불하는지 확인한다. 지금 나의 경우에는 호수별로 자기가 쓴 만큼만 내면 되도록 지로용지가 배달된다. 어떤 경우에는 사람 수로 나누어 지불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도 지나치면 안 된다. 건물이 튼튼한지 살펴본다. 오래 되고 관리가 제대로 안될 경우 살면서 보수비용이 많이 나올 수 있다. 화재에 대비한 소방 시설 또한 확인한다.

 

하숙이든, 자취든 고려해야 할 점

 

친구와 함께 산다? = 친구와 함께 살다 좋지 않은 결말을 맺을 수 있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발로 뛰어라 = 인터넷으로 부동산 시세, 하숙비 등을 파악하고(해당 학교 게시판을 찾아본다)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사기를 조심하라 = 보증금을 갖고 튈 수 있으니, 합법적인 절차로 허점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모두 만족하는 집은 없다 = 하숙생들 사이에 전해오는 말이 있다. 따뜻한 집은 밥이 부실하고, 밥이 잘 나오면 집이 춥다. 물론 모두 충족한 집도 있으나, 이 말은 신기하게도 맞는 경우가 많다.


태그:#자취, #하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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