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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성듬성 자른 무와 다시마, 통째 들어간 굵은 대파가 우려낸 뽀얀 국물, 그리고 그 국물 속의 어묵…. 요즘 같은 겨울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한입 가득 뜨거운 어묵을 베어 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짜릿해지는 노곤노곤함에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다.

 

어묵 한 입에 국물 한 모금, 다시 어묵 한 입에 국물 한 모금…. 그때서야 느끼게 된다. 겨울이란 계절은 어묵 한 입으로도 때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추운 겨울거리 한켠. 포장을 들이치는 칼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오늘도 어묵국물을 우려내는 아줌마의 손길은 분주하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날 때쯤, 시간을 맞춘 듯 어묵이 배달된다. 배달된 건 어묵뿐 아니다. 삶의 힘까지 덤으로 배달된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자'며 어묵박스를 건네는 사장님의 사람 좋은 웃음이 어묵국물만큼이나 구수하다. 돈 많이 벌라며 최고로 맛있고 최고로 신선한 어묵을 한 치 오차도 없이 늘 그 시간에 딱딱 맞춰 배달해주는 사장님의 변함없는 그 친절에 아줌마는 절로 힘이 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든 동네 구멍가게든 경영에 있어 내용과 형태는 천차만별이겠지만 경영의 기본은 서비스다. 또 그 서비스의 기본은 친절이다. 그러나 서비스나 친절은 가장 보편적인 덕목임에도 참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식품 박재극 대표는 15년을 한결같이 친절경영을 고집하고 있다.

 

93년 어묵을 시작으로 15년째 식재료 납품업을 하고 있는 친절식품의 경영이념은 '친절'이다. 또 박재극 대표의 직함은 대표사원이다. 경영이념이고 직함이고 평범하지는 않다. 싱싱한 식재료를 부각시킬 뭔가 다른 경영이념이 있을 법한데 굳이 친절이란 경영이념을 택한 것도 그렇고 권위주의가 만연한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대표사원이란 직함을 고집하는 것도 그렇다.

 

"업체 특성상 하루에도 수십 군데를 돌아야 하고 수십 명의 사람들을 대해야 합니다. 고객을 대하는 일에 친절은 가장 기본이죠. 친절이란 두 글자는 많은 것을 포용하고 있습니다. 가식 없는 친절은 철저한 정직을 요구합니다. 정직하지 않은 친절은 사기이며 고객들은 어렵지 않게 이것을 발견합니다. 먹을거리에 있어 정직은 생명이랄 수 있습니다. 더불어 먹을거리를 취급하는 일에 있어선 사장과 사원이 따로 있을 수 없죠. 모두 한결같은 마음으로 스스로 낮아져야만 고객들에게 정직할 수가 있는 것이고 그 정직이야말로 최우선의 서비스 즉 친절의 지름길이죠."

 

 

친절식품이 취급하는 식재료는 연육제품과 냉동제품을 비롯해 곡류, 면류, 장류, 음료수까지  2500가지가 넘는다. 그 중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어묵이며 주 거래처가 거리 노점상이다. 겉으로 보자면 겨울 한철 어묵 납품은 그야말로 성수기랄 수 있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그도 아닌 것이 노점상 하는 사람들치고 어렵지 않은 사람이 없다. 또한 한철 장사이다 보니 겨울이 지나면 장사를 걷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이유로 수금이 늘 문제다.

 

친절식품의 경우 겨울 한철 미수로 남는 금액이 천만원에서 천오백만원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박재극 대표사원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더 신선하고 더 질 좋은 어묵을 납품해주는 것도 모자라 단 한 번도 수금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꺼내지 않는다. 그건 바로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고객에 대한 친절만큼 고객에 대한 믿음도 중요합니다. 수금을 안 해주는 게 아니라 형편이 어려워 못해주는 거라 생각하고 형편이 나아지면 꼭 수금을 해줄 것이라 믿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더 신선하고 더 질 좋은 재료를 정말 좋은 마음으로 납품해 드리죠. 그런 제 마음을 우리 고객들도 아시기에 1년도 좋고 3년도 좋고 수금해 주시러 일부러 찾아오지 않겠어요."

 

여름에도 돈가스 한 봉지를 사러오는 한 사람의 고객을 위해 30평이나 되는 냉동고의 문을 연다. 돈가스 한 봉지를 팔면 남는 이윤은 300원 남짓. 그러나 냉동고 문을 한번 열 때 전기료는 대략 500원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친절식품 냉동고의 문은 여름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열리고 고객들은 돈가스 한 봉지에 친절식품의 친절이 거짓이 아님을 실감한다.

 

 

친절식품 박재극 대표사원의 정직은 업계에선 정편이 나 있다. 식재료에 있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유통기한과 원산지 표기. 냉동제품의 박스 하나하나를 들추어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원산지 표기가 되어 있지 않은 제품은 철저히 가려 유통에서 제외시킨다.

 

친절식품은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24시간 풀가동된다. 한밤중 시작된 냉동제품의 배송은 새벽 2시까지 이루어지며 이어 새벽 농수산물시장에서 야채류를 구입, 즉시 오전 배송으로 이어진다. 또 직접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는 노점상들에게 특히나 신선한 재료를 엄선해 들려 보내는 일까지…. 식재료를 위해 친절식품의 배송기사들은 이렇듯 밤잠을 잊은 채 구슬땀을 흘리는 것이다.

 

"남들 다 자는 한밤중에 조금이라도 더 신선한 식재료 납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직원들을 보면 늘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발빠르게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고객들에게 신선한 식재료 납품을 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또 아무리 친절을 베풀고 싶어도 재료가 엉망이면 그건 고객들에 대한 기만 아니겠습니까. 친절이란 경영이념을 제 의지대로 실천할 수 있는 건 언제나 묵묵히 따라주는 우리 직원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올곧은 정직함과 최고의 신선함과 가식 없는 친절함만이 먹을거리 앞에서 누구나 떳떳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박재극 대표사원. 요즘엔 외롭고 소외된 불우이웃들에게 먹을거리로나마 따스한 정을 베풀고자 또 친절을 베풀고 있다니 친절이란 모토가 결코 허언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도매상을 비롯 거리노점상을 대상으로 신선도 유지가 특히 생명인 식품 유통에 있어 친절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올곧은 정직 앞에 친절은 오히려 당당해질 수밖에 없다.

 

눈속임을 통한 부끄러운 이윤보단 정직이라는 떳떳한 이윤 창출 앞에 당당해지고 싶다는 친절식품 박재극 대표사원. 친절의 절대조건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참을 웃더니 명언 한마디를 던진다.

 

 

"진짜로 행복한 웃음이죠. 진짜로 행복하게 웃으려면 진짜 행복해야 합니다. 진짜 행복하려면 나를 조금만 낮추면 됩니다. 행복 별거 아니죠?"


태그:#친절식품,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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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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