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기조 및 정책의 골간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는 'MB에게 보내는 편지' 제하의 공개편지를 통해 새 정부가 각 분야에서 역점을 둬야할 중점 사항 등을 정리해 10여차례에 걸쳐 내보낼 예정입니다. 이 글은 참여연대 사이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그 첫 번째 글은 홍성태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이 보내왔습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6월 22일 이명박 당선인이 방문해 삽으로 뻘을 뜨면서 운하가 건설되면 수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던 낙동강 하구 염막지구(자료사진).
 지난해 6월 22일 이명박 당선인이 방문해 삽으로 뻘을 뜨면서 운하가 건설되면 수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던 낙동강 하구 염막지구(자료사진).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위의 시는 1922년 1월 <개벽>에 실린 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라는 너무나 유명한 시입니다. 강이 살아 있던 시대를 잘 보여주는 대단히 아름다운 시입니다.

1960년대부터 강행된 본격적 근대화로 전국 곳곳에서 이렇듯 아름다운 시를 빚어낸 우리의 강들은 크게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그 주범은 댐, 강변도로, 콘크리트 옹벽입니다. 그런데 한 세대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자행된 대규모 파괴에도 불구하고 많은 곳에서 우리의 강들은 아직 아름답게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이 나라를 대표하는 강들이 모두 완전히 파괴될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명박 당선인께서 경부운하에 이어서 호남운하, 금강운하, 남북운하도 건설해서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운융성의 길이 아니라 망국의 길입니다

지난해 7월 2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 합동연설회를 마친 당시 이명박 후보가 한 지지자에게 건네받은 '한반도대운하' 그림액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2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 합동연설회를 마친 당시 이명박 후보가 한 지지자에게 건네받은 '한반도대운하' 그림액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 당선인께서는 '국운융성'이라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워서 운하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망국의 길'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너무나 많습니다만, 여기서는 열 가지만 추려서 제시하겠습니다.

첫째, 무엇보다 운하사업의 주체들부터 전혀 신뢰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 추부길 당선인 비서실 정책팀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으나, 추부길 팀장의 이력을 찾아보면 신문방송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본래 직업은 목사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운하사업은 경부운하만 560k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토건사업입니다. 이런 사업을 주도하 사람은 마땅히 토건학자여야 할 것입니다. 추부길 목사가 운하사업을 홍보하는 책들을 출간하기는 했으나 운하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는 결코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 운하사업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였던 유우익 교수도 추부길 목사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유 교수도 토건학자가 아니라 지리학자입니다. 토건학자에게도 극히 어려운 일을 목사나 지리학자가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둘째, 철저한 검증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전국의 18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운하저지국민행동'은 1월 22일 '인수위, 한반도 운하 국민검증 회피'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평에서 국민행동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운하 건설에 부정적이며, 70% 이상은 철저한 검증과 재검토 후 결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정보공개 하지 않고, 혹세무민 홍보에만 치중

국민행동은 그야말로 국민적 우려와 반대를 배경으로 지난 1월 10일 인수위에게 운하사업에 대한 국민검증을 제안했습니다. 이 당선인께서도 그리고 인수위도 여러 차례 철저한 검증을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인수위가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토건학자가, 그것도 운하에 대해 잘 아는 토건학자가 운하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주간동아> 최근호는 인수위가 이미 지난 12월에 기본설계도면을 작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경악할 보도를 접하고 여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민주적 방식으로 운하사업을 강행하려고 한다는 우려가 커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운하사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적 우려는 곧 국민적 저항으로 타오를 것입니다.

셋째, 인수위는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수위는 경부운하에 관해 여러 실측자료들을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운하사업이 좋다는 일방적 주장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듯해 보이는 그림들을 그려서 열렬히 언론홍보를 하고 있어서 혹세무민의 전술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질학, 토건학, 경제학, 문화학, 생태학 등 운하사업에 관해 필요한 전문정보는 너무나 많습니다. 사실 이것들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만도 대단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 엄청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선자께서는 오래 전부터 연구해 왔다며 호언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공개된 전문정보가 너무나 없습니다. 국민의 불신과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넷째, 운하사업을 반민주적으로 강행할 우려가 이미 팽대한 상황입니다. 반대여론을 수렴하되 운하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이재오 의원의 말은 그 좋은 예입니다. 전문가도 제대로 참여하고 있지 않고, 전문정보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약속한 철저한 검증도 외면하고 있으면서, 운하사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다수의 뜻은 운하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반대여론을 수렴하면서 운하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습니까? 운하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 다수의 뜻을 묵살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재오 의원의 말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토론에 앞서 이재오 의원이  직접 '한반도대운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토론에 앞서 이재오 의원이 직접 '한반도대운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공학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는데... 경제성?

다섯째, 운하사업은 심지어 공학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운하사업에 대한 토건학의 연구조차 사실상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런 상황에서 운하사업의 경제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합니다.

예컨대 과연 터널을 뚫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엄밀히 조사해야 합니다. 터널이 탄광지대를 지나기 때문에 대대적 붕괴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터널뿐만 아니라 강의 양안과 바닥을 일정한 너비와 깊이로 파서 항상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엄밀히 조사해야 합니다. 물을 공급하기 위해 대형댐들을 곳곳에 건설해야 하며, 따라서 수천만평이 수몰되고 큰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여섯째, 운하사업은 강을 대대적으로 파괴할 것입니다. 강의 양안과 바닥을 일정한 너비와 깊이로 파서 항상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전대미문의 파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운하사업은 무엇보다 강의 양안과 바닥을 파헤치고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을 건설하는 사업입니다. 이렇게 강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면서 운하가 생태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습니다. 운하는 당연히 물 생태계를 급격히 변화시킬 것이며, 나아가 기후, 강수, 식생 등에도 상당한 변화가 초래될 것입니다.

운하건설은 단군이래 최악의 문화재 파괴사업될 수도...

일곱째, 운하사업은 문화를 대대적으로 파괴할 것입니다. 문화연대의 황평우 위원장이 제시한 자료들만 보더라도 운하사업은 수백점의 소중한 문화재들을 훼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황평우 위원장이 제시한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운하사업은 단군 이래 최악의 문화재 파괴사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운하사업은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적 문화기구들과 함께 막아야 하는 문제적 사업입니다. 더욱이 운하사업에 따른 지역사회와 지역문화의 파괴를 감안하면, 운하사업이 문화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그야말로 제대로 따지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황평우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이 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운하 TF팀 사무실 있는 서울 삼청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앞에서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운하 추진시 훼손될 주요 역사 문화유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평우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이 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운하 TF팀 사무실 있는 서울 삼청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앞에서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운하 추진시 훼손될 주요 역사 문화유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여덟째, 운하사업은 비실용적입니다. 운하는 물건을 옮기기 위한 교통수단입니다. 그런데 예컨대 경부운하는 경운기보다 느립니다. 더욱이 하루에 12대 정도밖에 다닐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물류업계에서조차 "물류는 빼고 운하를 추진하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한국은 도로와 철도가 이미 너무 많이 건설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이에 맞서 관광운하가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문제입니다. 경운기보다 느리게 가야 하는 운하에서 무슨 관광을 한다는 말입니까? 물류뿐만 아니라 관광이라는 면에서도 운하사업은 너무도 비실용적입니다. 운하사업은 실용을 최고의 가치로 내건 정부에서 할 일이 결코 아닙니다.

운하는 황당한 토건국가 확대정책입니다

아홉째, 운하사업은 비경제적입니다. 비실용적인 것이 경제적일 수는 없습니다. 물류로도, 관광으로도,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운하사업은 그저 강을 대대적으로 파괴하고,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을 건설하고, 다리들을 다시 놓고, 대형댐들을 건설하고, 대형갑문들을 만들고, 엄청난 땅을 수몰시킬 뿐입니다.

망국적 수도권 과밀문제가 잘 보여주듯이 주변지역의 개발과 발전이라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민자사업이라고 해도 혈세로 이자와 이익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건설비와 관리비는 수십조원을 넘어 수백조원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운하사업은 결국 재정을 크게 왜곡하고 투기를 적극 조장하는 극단적 토건국가 확대정책이 될 것입니다.

열째, 운하사업은 식수원을 크게 위협합니다. 우리의 강은 모두 식수원입니다. 우리의 강이 운하로 이용될 수 없는 것은, 무엇보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만, 또한 식수원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운하사업에 따라 기존의 취수시설을 모두 바꿔야 합니다. 여기에만 수십조원의 혈세를 써야 할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엄청난 양의 물을 운하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식수원 자체가 엄청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유럽의 알프스, 중국의 텐산과 같은 거대한 산이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강변 여과수라는 지하수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기름이나 독극물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훨씬 더 커질 것입니다.

이렇듯 당선자께서 매달리고 있는 운하사업은 너무나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이미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상세히 지적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선자와 주변인들은 제대로 된 답변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속고만 살았냐"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해서 더욱 더 불신을 깊게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결국 토건업과 투기꾼만 크게 득을 볼 것이라는 우려가 큰 이 황당한 토건국가 확대정책은 즉각 폐기되어야 합니다.

큰 정치를 해 주십시오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큰 정치를 해야 합니다. 과도한 경제성장 공약과 임박한 4월 총선 등에 집착해서 거대한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것은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듯이 거대한 실패로 귀결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이 당선인만의 거대한 실패로 끝나지 않고 재정의 탕진, 산업의 왜곡, 투기의 만연, 국토의 파괴 등의 문제를 통해 이 나라의 대재앙으로 이어지리라는 사실입니다. 아마 이 당선인께서도 전대미문의 토건국가 확대정책을 펼친 정치인이 아니라 진정한 선진화를 이끈 큰 정치인이 되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먼저 이 나라를 망국의 길로 이끌고 갈 운하사업을 폐기해야 합니다. 한강을 굽어보는 곳에서 마음 속으로 조용히 소월의 시를 읽는다면, 정말 해야 할 일은 강의 파괴가 아니라 복원이라는 사실을 잘 알게 될 것입니다.


태그:#경부운하, #운하, #홍성태, #MB에게 보내는 편지
댓글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