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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사진 전시회를 한단다.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 전시회는 화랑이나 전시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물관이 문화의 중심지이니,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여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럼에도 조금은 낯설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관조 스님의 유작 사진전. 몽골 초원과 유목민의 삶

2008년 1월 15일부터 3월 2일까지 국립 전주 박물관 기획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일요일 오후, 눈발이 날리고 있어 외출하기에는 결코 좋은 날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고 있었다. 박물관의 주 전시실은 전시실 개축 공사를 하고 있으니, 순전히 사진전을 보기 위한 관람객들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관조 스님은 얼마 전에 열반하신 분으로서 아름다움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지니신 분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알지 못하는 분으로서 전시회의 설명을 통해 처음 뵙게 되었는데, 낯설지가 않다. 사직 작품을 통해서 스님의 온화하고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기 무심하게 놓치기 쉬운 미를 예리한 스님의 눈을 통해 재발견함으로서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사진은 몽골의 아름다운 풍광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우리와 너무 닮아 있어서 더욱 더 정감이 가는지도 모른다. 불교가 17세기가 되어서야 들어왔다는 그 곳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문화와는 분명하고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우리와 통하는 무엇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드넓은 초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때 그 곳을 달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살다보면 남들의 모습이 부러울 때가 많다. 나는 이렇게 힘들고 복잡한데,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음에 좌절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살아갈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이렇게 살아서 무엇 하나 싶은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사진 작품을 감상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내 안의 장점은 보지 못하고 내가 갖지 못한 것만을 부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진 작품 속에 나타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렇게 순박하고 순수할 수가 없다. 꼭 배고픈 시절을 보는 것 같다. 유년 시절의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되살아난다. 그 때가 그리워진다. 그 때에는 가난하였지만, 행복하였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넘치기에 기쁘고 즐거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하였던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은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걱정은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수많은 일들로 고통을 받고 있다. 단 한 순간도 편안하고 안정되어 있지 못하다. 사진 속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바라만 보고 있는 것으로도 행복해졌다.

 

박물관에 이루어지고 있는 사진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진 것에 대해서 만족해하는 것은 행복의 지름길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주어진 오늘의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이란 생각을 해본다. 관조 스님의 미의식에 빠져드니, 시나브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삶을 관조를 통해 새로운 세상에 들어설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주 국립 박물관에서


태그:#사진, #전시회, #문화, #가족,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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