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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동해 삼척까지 58km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마주보고 달리는 바다열차가 안인항을 뒤로 하고 달리고 있다.
▲ 바다열차 강릉에서 동해 삼척까지 58km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마주보고 달리는 바다열차가 안인항을 뒤로 하고 달리고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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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삼척까지 해안선을 따라 바닷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바다 열차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커다란 차창을 향해 놓인 의자에 앉아 발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또 창문 위에 놓인 모니터를 통해 기차 앞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영동지방에 내린 눈으로 산의 굴곡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하얀 눈으로 소나무가 더욱 푸르러진 겨울. 파란 파도도 해안에 밀려와서는 바위에 부딪치며 하얗게 부서진다.

강릉역을 출발한 바다열차는 시가지를 벗어나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가을걷이가 끝난 밭을 덮고, 앙상하게 마른 넝쿨을 감싸안고 있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차와 달리 차창 밖을 향한 의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특이하게 다가왔다.

정동진 해안과 썬크루즈의 전경
▲ 바다열차에서 본 정동진 썬크루즈 정동진 해안과 썬크루즈의 전경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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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속도로 달리는 열차는 끝없이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 내고 여승무원의 설명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차를 타고 수없이 지나다닌 곳의 풍경이 이렇게 새로울 수 있을까?

볼거리가 뜸한 곳을 지날 때는 모니터에 표시된 번호로 사연과 희망곡도 신청할 수 있다. 또 터널을 지날 때 나타나는 화면은 우주여행의 분위기를 만든다.

모니터에는 열차가 진행하는 방향의 풍경이 보이고 차창으로는 주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모니터와 차창밖에 비친 풍경 모니터에는 열차가 진행하는 방향의 풍경이 보이고 차창으로는 주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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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항의 빨간 등대와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를 보다 보면 열차는 어느새 정동진에 도착해 한 무리의 사람들을 내려놓고 또 태운다. 어린 아이와 혹은 군대가는 아들을 위한 가족여행, 젊은 연인 한 쌍, 할머니 계원들, 노부부, 말 그대로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함께 하는 여행이다. 세태에 맞게 문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또 추억을 기록하는 이들의 화사한 웃음도 볼거리의 하나다.

묵호~동해~추암~해변역~ 삼척역까지 이어지는 여행에서 내리고 싶은 곳은 어디어도 좋다. 마음에 드는 정차역에서 내려 해변을 거닐다가 되돌아 오는 열차를 타면 된다. 아니면 묵호나 동해역에서 일반 열차를 갈아타고 태백으로 경주나 부산·서울로 가도 된다.

삼척역에서는 시티투어버스를 탔다. 바다열차와 연계해서 삼척항과 주변의 회센터에서 점심과 자유시간을 즐길 수 있다. 6000원으로 3시간 반 동안 편안한 여행을 즐긴다.

바다와 어울리지 않는 큰 덩치의 시멘트공장이 한 눈에 들어오고 포구와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횟집들. 우리는 배추김치를 썰어 넣고 끓인 곰치국을 택했다.

자연산 활어회와 건어물을 살 수 있다. 1시간 동안 주어진 자유시간은 회를 먹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 삼척항 자연산 활어회와 건어물을 살 수 있다. 1시간 동안 주어진 자유시간은 회를 먹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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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항 회센터는 KBS 월화드라마 권상우·이요원 주연의 <못된사랑>의 주 촬영지로 일본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은 여행길에 고래고기를 사기 위해 들르던 곳이다. 이제 옛 주인은 집을 지키고 아들이 장사를 한다. 맛난 고래고기도 맛볼 수 없다. 동해척주비 앞을 지나며 문화유산 해설사 심명자씨의 안내로 삼척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해신당 공원에 도착한다.

덕배와 애랑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전설로 전해지며 마을 사람들이 나무로 남자 성기 모양의 제물을 바치며 풍어를 기원한다.
▲ 해신당 덕배와 애랑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전설로 전해지며 마을 사람들이 나무로 남자 성기 모양의 제물을 바치며 풍어를 기원한다.
ⓒ 최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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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뜻한 청춘 남녀간 사랑의 전설을 근거로 남근 숭배민속신앙이 전래되는 곳이다. 조그마한 산 언덕에 남근들이 하늘로 향해 우뚝우뚝 솟아있는 곳. 어촌 민속전시관의 어촌민속은 뒷전이고 우리나라와 세계의 성민속에 귀가 솔깃한다.

해신당 전설 속의 주인공 집을 재현해 놓은 곳에는 20세 이하 관람 불가의 장면이 적나라하게 연출되어 있다. 청춘남녀라면 얼굴이 붉어지고, 아이들과는 함께 보기 민망할 정도를 넘어 선다. 20세 이상 관람 가능한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한 컷이다. 단원 김홍도의 춘화도를 디오라마 기법으로 재현한 것이다.

남자의 성기 모양의 조각상들이 공원에 즐비하다.
▲ 해신당공원의 조각상 남자의 성기 모양의 조각상들이 공원에 즐비하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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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 덕배가 살던 집을 복원해놓고 내부에 단원 김홍도의 춘화도를 디오라마 기법으로 재현해 놓았다.
▲ 20세 미만 관람불가 500년 전 덕배가 살던 집을 복원해놓고 내부에 단원 김홍도의 춘화도를 디오라마 기법으로 재현해 놓았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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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지역의 해안선은 높고 낮음이 특색이다. 특히 산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조그만 포구의 풍경은 이국적이다.

삼면으로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갈남 전망대다. 남쪽으로는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장호항이 펼쳐지고 푸른 바다와 자그만 섬이 다정한 연인들의 사진속 뒷 풍경이 된다.

커다란 차창밖의 풍경에 감탄이 절로난다.
▲ 바다열차 안의 풍경 커다란 차창밖의 풍경에 감탄이 절로난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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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의 여행은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법. 좀더 일찍 첫차로 왔더라면 죽서루와 환선굴, 대금굴 공양왕릉 준경묘도 둘러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욕심을 내 본다.

바다열차는 왔던 길을 되짚어 달리기 시작한다. 추암에 내렸던 할머니들과 한 쌍의 연인도 열차에 오른다. 즐거운 여행 되셨냐는 DJ의 안내 방송이 열차 안을 메운다. 사람들의 분위기가 다르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는 문자 사연이 줄을 잇는다.

덧붙이는 글 | 자전거포(bike1004.com)를 운영하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태그:#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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