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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근처 양지 바른곳에서 굴을 까고 있는 할머니 기온이 좀 올라갔기 때문에 다행이다. 이곳에서 나는 굴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횟집 근처 양지 바른곳에서 굴을 까고 있는 할머니 기온이 좀 올라갔기 때문에 다행이다. 이곳에서 나는 굴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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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충남 당진군에 자리 잡은 아담하고 포근한 성구미 포구를 찾았다. 서해안을 생각하면 기름 유출로 인해 피해를 본 어민들의 멍든 가슴이 떠오르고, 인재로 인한 사고를 회복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그곳을 찾아가는 자원봉사자들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또 기름과는 아무 상관없는 곳에 위치해 있지만 단지 서해안이라는 아유 때문에 더욱더 멍이 들어가는 근교 어민들을 생각하면,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인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멍을 들이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성구미포구의 바닷물이다, 맑고 깨끗하다.
 성구미포구의 바닷물이다, 맑고 깨끗하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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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유출 사고가 나기 전 이곳 성구미 포구는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어시장을 구경하기도 하고 횟집에 들러 맛있는 회로 배를 불리던 곳이었다 한다. 이곳에서 돈을 벌어 자식들 대학도 보내고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했던 이전을 회상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요즈음은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뿐이라서 먹고 사는 것도 빠듯하다는 어시장 상인들과 횟집 상인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팔리지 않는 생선들을 손질하여  말리고 있다.
 팔리지 않는 생선들을 손질하여 말리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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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을 벌여 놓은 어시장에는 손님들은 보이지 않고 상인들만이 무표정하게 지키고 있다.
 좌판을 벌여 놓은 어시장에는 손님들은 보이지 않고 상인들만이 무표정하게 지키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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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상인들만 좌판을 벌이고 앉아 있는 모습이 착잡해 보였다.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상인이 “간재미회도 드시고 쭈깨미도 드시고 나서 사진도 찍으세요” 한다. 주꾸미를 충청도에서는 쭈깨미라 부르나 보다.

어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손님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횟집 옆 양지 바른 곳에서 굴을 까는 할머니를 만났다. 주름진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굴 까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자니 할머니께서 조용히 말씀을 하신다.

“젊은 양반 굴 좀 사가시구랴, 덤으로 더 줄 터이니. 요즈음 기름 때문에 당최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오. 이곳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말여, 예전에 잘 찾아오던 손님들도 요즈음에는 발을 딱 끊었다우” 하시며 한숨을 쉬신다.

“그놈의 기름 때문에 살기가 힘들게 되었다우, 먹고 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하시며 말끝을 흐리신다. 굴을 따서 까고 팔아 생계를 유지하셨던 할머니의 주름진 모습에서 기름에 대한 한이 묻어난다. 할머니의 푸짐한 인심으로 덤까지 주시는 굴을 한 봉지 사들고 작지만 아담한 포구를 따라 걸어본다.

선입견으로 서해안 바닷가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바닷가를 보며 걷고 있노라니 내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배를 사이에 두고 철썩 거린다. 그동안 잘못 생각했던 나 같은 사람들이 이곳 포구 어민들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시간 정도가 흐르자 간간이 몇몇 가족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한시간 정도가 흐르자 간간이 몇몇 가족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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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어민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 분들의 고충을 듣고 있노라니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시간이 흐르자 한두 명씩 짝을 지어 가족들이 시장을 찾아온다. 조용했던 어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찾는 듯하다.

값을 물어보던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조금은 미심쩍은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잠시 뒤 어시장을 한 바퀴 돌고 바닷가를 산책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횟집을 찾아 흥정을 한다.

맑은 바닷가를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나 보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간재미회를 주문하는 사람도 눈에 띄고 주꾸미를  주문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상인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홍어를 닮은 싱싱한 간재미를 들고 손님들을 불러 모은다.
간절한 표정이다.
 홍어를 닮은 싱싱한 간재미를 들고 손님들을 불러 모은다. 간절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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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해도 군침이 도는 간재미회 무침
 보기만해도 군침이 도는 간재미회 무침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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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미포구에서 간재미회를 먹기위해 서울에서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며
맛있게 먹는다.
 성구미포구에서 간재미회를 먹기위해 서울에서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며 맛있게 먹는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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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재미회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곳 성구미 포구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예전처럼 다녀갔으면 하는 취지로 기사를 쓰고자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라고 묻자,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회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먹음직스런 회 무침이 완성되자 드시는 분들의 모습도 살펴 보기 위해 식당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식당 안에는 몇몇 가족들이 맛있는 회를 기다리고 있다.

좀 전에 만들어진 간재미회와 주꾸미를 주문한 손님들께 다가가 "어디서 오셨나요?"라고 묻자 "서울에서 왔는데요. 간재미회 먹으러 일부러 왔답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좀 찍어도 될까요?" 했더니 "아 네! 그러세요" 하면서 "어디서 나오셨나?" 하며 묻는다.

"서해 수산물을 기피하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서해 수산물을 기피하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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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데 이곳 성구미 포구는 서해안에 위치해 있지만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으면 해서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했더니 그럼 잘 찍어서 올려 주세요라고 덧붙인다. 맛있게 드시는 분들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태안반도의 기름 유출 사고가 이렇게 많은 서해안에 위치해 있는 어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어시장 가게 기둥에 붙어있는 작은 리본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서해 수산물 기피하지 마세요!"라는 단어가 가슴을 찡하게 한다.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하는 고깃배가 통통거리며 출발한다. 배 안 가득 잡아온 물고기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기를 기대해본다.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하는 고깃배를 갈매기가 안내 한다.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하는 고깃배를 갈매기가 안내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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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나를 횟집 주인이 부른다. 혹시 기사를 쓴 다음, 책에 실었으니 책을 사 보라고 전화를 한다던지 그런 일은 없겠지요? 한다.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오마이뉴스>는 여러분들의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을까를 많은 독자들에게 알리는 인터넷 뉴스랍니다. 그런 일은 없다고 분명히 설명을 했다. 상처를 받은 어민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태그:#성구미포구의 간재미회 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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