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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드니, 석탑이 보인다. 탑은 언덕 위에 있었다. 거기까지 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하였다. 108 계단은 아니지만, 꽤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평상시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조금도 문제될 것이 없는 계단이지만, 체력이 저하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조금 무리가 되는 계단이기도 하다.

 

  석탑은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준다. 힘들고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찾아가 기원하는 대상이다. 신기하게도 탑에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하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고 실제로 소원한 대로 이루어지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석탑은 불교문화의 산물이다. 부처님 사리를 모시기도 하고 경전을 모셔두기도 한다.

 

  언덕 위에 있는 석탑은 귀신사 대적광전 뒤에 있는 석탑이다. 귀신사는 귀신이라는 뜻이 아니다. 돌아올 귀, 믿을 신, 자를 사용하고 있으니, 믿음으로 돌아온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전라북도 김제시 위치하고 있는 금산사의 말사이다. 마음의 평화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절이다.

 

  귀신사의 대적광전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이고 눈 안으로 들어오는 석탑 또한 지방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이다. 문화재라고 하여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석탑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여러 가지다. 우선 석탑이 고마운 것은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넉넉한 어깨가 되어준다는 점이다.

 

  약한 것이 사람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부족하고 누구에겐가 의지하고 싶다. 어린 시절에는 의지할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니, 안심이 된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실은 너무나 냉담하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찬바람만 분다. 그럴 때마다 걸어가는 길이 험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사람은 간다. 길을 걸어간다. 그 길이 험난하냐? 아니면 평탄하냐는 전적으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문제이다. 어려운 길을 어렵지 않게 극복하고 걸어가게 되면 아무리 가시밭길이라고 하여도 평탄한 길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그 반대로 아무리 평탄한 길이라도 억지를 부리게 되면 걸어가기 힘든 험난한 길이 되어 버린다.

 

  길을 신바람이 나게 만들 수 있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걸어가야 하는 길 자체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자신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불태우고 있으면 그 길은 험난한 길이 되어버리고 욕심을 자꾸 버리면서 가게 되면 평탄하고 즐거운 길이 되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는 일은 그렇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는 욕구를 다스려야 한다. 그 다스리는 힘을 내부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 것이 쉽지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불길을 잡는다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그 것에 힘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석탑인 것이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길을 잠재우기 위해 석탑을 찾고, 그 곳에서 비우기 위하여 간절하게 기도를 드리게 되면, 시나브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차분해지고 가벼워지는 마음을 확인할 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느끼게 되는 희열은 직접 체험해보아야 알 수 있는 기쁨인 것이다.

 

  올려다 보이는 석탑을 바라보면서 한 발자국씩 계단을 밟는다. 힘이 들것이라는 생각과는 달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마음이 가벼워지니, 몸도 따라서 날아갈 것만 같다. 석탑을 향해 올라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의지하고 싶은 생각은 바꾸고 싶다. 의지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면 더욱 행복해질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김제시의 귀신사에서


태그:#석탑, #길, #욕심, #의지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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