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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한국당 문국현 공동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약 138만표를 득표했습니다. 약 5.8%였습니다. 그동안 발표됐던 여론조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응답률이 지나치게 낮은 여론조사의 특성을 내세우며, '반전'을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였습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가장 정확하게 반영된 득표 결과입니다.

 

그런 그가 창조한국당 강원도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500만표'를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창조한국당의 새로운 가치를 믿어주고 투표해 준 138만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가 이번 총선에서 500만표 이상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모 라디오 방송에서 "총선 의석보다 우선 정당 지지율을 20%까지 늘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의석수 30석으로 대한민국 재창조를 담당하는 전문 정책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20%(500만 표)의 득표와 30석의 의석입니다.

 

문제는, 이게 과연 가능한 것이냐는 의문과 함께 대선 후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실시되는 총선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겠느냐는 점입니다.

 

한나라당의 압승 가능성과 '다당제 가능성'

 

일부 보수언론에서 현재의 범여권을 지속적으로 '진보'로 지칭하면서, 정치지형상으로 큰 혼동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명백한 보수정당입니다. 이명박 당선인의 슬로건으로 자리잡은 '실용'을 먼저 내세웠던 전력도 있으며, 한미FTA 협정이나 이라크 파병안 통과 등 노무현 대통령의 '우향우'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한 적이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관계는 '자민당과 그외 정당'으로 구성된 일본 정계와 비교해볼 수도 있습니다.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대표가 대통합민주신당의 얼굴로 자리잡았고, 한나라당의 총재를 역임한 이회창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자유신당을 창당해 총선에 도전하면서, 더더욱 흡사해지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하면, 보수 일색이었던 우리 의회정치에서 창조한국당은 일부 범여권 지지자들과 민주노동당 지지자들, 그리고 무당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흡수하며 중간자적인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좋게 표현하자면 균형 감각을 견지할 수 있는 정당으로 자리잡아 문국현 공동대표의 바람대로 '전문 정책정당'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범여권의 분화와 이회창표 자유신당 창당 속에서 지난 대선과 같은 결과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창조한국당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난 대선에서 갑작스레 문국현 당시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를 빚은 이유입니다. '이회창 출마'의 나비효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감당해내야 했습니다. 최대 12%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6~8%로 내려앉아 정체 상태를 빚었고, 결국 5.8%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정동영 당시 통합신당 대선후보도 '이회창 대선출마'의 역풍을 맞아 3위로 밀려났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는, BBK 주가조작 의혹 검찰 수사결과가 '이명박 무혐의'로 결정되면서 분노와 위기의식을 느낀 범여권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을 그나마 모을 수 있었고, 문국현 후보는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대선을 완주했습니다.

 

이명박 당선인은 63%의 투표율을 기록한 지난 대선에서 48%를 득표했습니다. 총선이 이명박 당선인 대통령 취임 후 약 한달 뒤로 예정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의 최종득표율도 계산이 가능할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이 득표율을 기반으로 내심 210석을 바라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반발 심리가 일부 작용해 범여권 지지자들이 결집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범여권은 이해찬·유시민의 탈당으로 인한 '친노정당 탄생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여당 한나라당에, 야당이 최대 6개까지 탄생할 가능성이 생기는거죠.

 

압승이 예상되는 여당 한나라당과, 분화된 채 대선패배의 여진 속에서 총선을 개시할 야당, 과연 이 틈에서 문국현 공동대표의 일성 '500만 득표'와 '30석'은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단일화 논쟁'의 여진, 허술하게 판단하지 말아야

 

'범여권 후보 단일화'는 대선 당시, 범여권의 최대 화두였습니다. 문국현 당시 대선후보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기류가 여전한 가운데, 마지막까지 대화와 협상이 이어졌습니다.

 

창조한국당의 일부 유력참모들도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기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문국현 당시 대선후보의 의중이 확고하게 굳혀 있었기에 결국 독자노선으로 대선을 완주했습니다. 결과는 약 138만표. 냉정할 정도로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히 반영된 것입니다.

 

문국현 후보로서는 "국정실패세력과 단일화를 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로서, '안티 노무현 정서'와 '경선 파행' 등에 함몰된 대통합민주신당과 거리를 두고 자신의 선명성을 과시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출마 초반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단일화 언급'에 화답하는 등, 전반적으로 단일화에 대해 애매한 어조를 취했던 것을 기억하는 유권자들도 많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범여권과 창조한국당의 단일화 논쟁을 지켜보면서 가장 흥미롭게 지켜본 부분은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던 백낙청 교수와 함세웅 신부입니다. 저명한 인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민주세력 내부에서 상징성과 영향력을 동시에 견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문국현 후보는 이들의 '단일화 압박'을 '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이며, 끝까지 독자노선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도 '단일화 압박'을 고려할 필요성도 있었습니다. 설령, 그 목소리가 "문국현은 사퇴하라"였다는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백낙청 교수와 함세웅 신부가 정동영 후보가 반드시 좋아서 그런 거론을 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바로 '이명박 신드롬' 앞에서 한국인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고려했을 듯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동영 후보나 대통합민주신당이 예뻐서가 아닙니다. '이명박'에게 질때 지더라도, '성공신화 향수' 속에서 도덕불감증·준법불감증에 함몰된 한국인에게 최대한 단합된 목소리를 내보자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시각에 따라 문국현 후보는 이 목소리를 거부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일부 범여권 지지자들이 문국현 후보에게 여전히 분노를 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기반한 것입니다.

 

물론, 정동영 후보의 열성 지지자들은 "문국현 때문에 정동영이 졌다"는 감정적 판단으로 문국현 후보에 분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옳든 그르든 문국현 후보가 아직도 무시할 수 없는 숫자라고 볼 수 있는 현재의 여권 지지자들에게 본인과 창조한국당을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날렸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문국현 후보나 그의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대화와 설득이 가능했던 범여권 지지자들과 무당파 유권자들에게 '고집불통' 이미지가 각인됐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대선 결과는 '26%'와 '5.8%'였습니다. 정동영 후보가 당초 예상보다 5~10% 가량 더 많은 득표를 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적지 않은 문국현 후보 지지자들도 포함돼 있을 것입니다. '정동영'이나 '통합신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도덕불감증과 준법불감증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현상'을 우려했기에 '정동영'에게 힘을 실어준 유권자들이 많았다는 증거입니다.

 

과연 이러한 '단일화 논쟁'의 여진 속에서, 창조한국당이 총선에서도 이 여파를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합니다. 어리석든 어쨌든, 표는 유권자가 던집니다.

 

문국현, '지지자'와 '유한킴벌리'는 잊어야

 

문국현 후보는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후보입니다. 유한킴벌리의 CEO로서 성공한 경험을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기존 정당과 여타 후보들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독자노선을 견지했던 것도 이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것일듯합니다.

 

하지만, 정치와 사업은 다릅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문국현 후보의 핵심참모들이 "당은 유한킴벌리가 아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문국현 공동대표에게 일종의 '반기'를 들었다는 점입니다. '유한킴벌리에서의 경험'이 정치와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소 뭉뚱그려 이야기하면, CEO는 기업의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기업 내에서 독재적 권력을 행사합니다. 문국현 지지자들이 '문국현'을 거론할 때, 반드시 이야기하는 잭 웰치도 GE에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명박 당선인의 '불도저 리더십'도 기업경영 경험과 건설업 특유의 경향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계파를 묶어 선거를 치루고 정권을 획득하는 목표를 견지하는 '정당'과는 맞지 않는 리더십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애초부터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공동대표의 대선출마 과정에서 탄생한 정당이며, '경선'이 대선후보 선출의 규칙으로 자리잡은 현대 정치에서 보기 드물게 '지명대회'라는 낡은 수단으로 '문국현 후보 선출'을 확정했습니다. 핵심참모들로서는 "당은 유한킴벌리가 아니"라는 목소리를 한번쯤은 내야 했을 상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국현 공동대표는 정말로 "유한킴벌리는 잊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자일수록 실패를 더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국현 공동대표의 삶에는 '실패'가 없었습니다. '2007 대선'이 최초의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실패에는 기존의 문국현 지지자들의 영향도 없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타 후보와 타 정당에 대해 특유의 강경함을 내비치면서 '문국현 어필'에 나섰던 문국현 지지자들은, 그게 문국현 후보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감정의 동물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인간에게, 그런 수단은 '설득'에 있어 최악의 수단이었습니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문국현 지지자들은 착각하고 있던 징후도 다양했습니다. '문국현의 도덕성'은 대선 구도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그게 변화를 줄 수 있었다면, 이명박 당선인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침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숱한 의혹 속에서도 이명박 당선인은 대통령직에 당선됐습니다. '문국현 지지자'를 넘어선 전체의 대한민국 국민의 목소리가 옳든 그르든, 바로 그것이었다는 뜻입니다. 지지자들이 지나친 강성을 표방하면, 다른 목소리를 가진 유권자와 쉽게 대화하기는 어려워집니다.

 

이명박 당선인의 지지자들은 숫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에 굳이 다른 성향의 유권자들과 대화할 필요가 없었지만, 세력이 열세한 문국현 후보는 이명박 당선인와 처지가 다릅니다. 결정적인 오판이었으며, '문국현'을 '지지자들만의 문국현'으로 갇히게 한 이유입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속담이 정확하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런 사항들 속에서  문국현 공동대표는 무엇을 깨달았는지,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느꼈는지가 궁금합니다.

 

'지지자들만의 문국현과 창조한국당'에서 벗어나야 하며, '유한킴벌리'를 버려야 합니다.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문국현 공동대표든 창조한국당이든 앞으로의 가능성은 의문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138만'이 아니라 '4800만'이며, '우리들만의 문국현과 창조한국당'으로는 '362만'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창조한국당,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것

 

문국현 공동대표와 창조한국당을 다룬 <프레시안>의 17일자 기사 제목은 <"문국현, 죽어야 산다">입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죽어야 할 문국현'은 2007 대선에서 보였던 "유한킴벌리 CEO 문국현"이며, "지지자들만의 문국현"입니다. 이 2가지가 죽지 않으면, 창조한국당이 243개의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보내더라도, 몇명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총선은 대선보다 더 보수적 성향의 선거입니다. 지역의 인맥과 이해관계, 조직이 어우러지는 흙탕물판입니다. '이름'과 '교과서적 가능성'만 가지고 해낼 수 없는 선거입니다. 문국현 공동대표가 서울 종로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상황을 가정한 여론조사 시뮬레이션에서도, 약 28%를 득표하면서 46%를 득표한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한나라당 대세론'이 민심 전반에 파고들었다는 것도 가정해야 합니다. 문국현 후보는 '통합신당과의 연합공천 가능성'에 대해 "기존 정당을 심판하겠다는 것이 국민들의 의지인데 연합이 있을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했지만, 정확하게는 "범여권을 심판하겠다"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입니다. '범여권'의 현실적 대안이 마땅치 않기에, 그것이 한나라당으로 몰린 것입니다.

 

창조한국당은 인맥과 이해관계·조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타 정당처럼 유명세 있는 후보들을 다수 출마시킬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지난 대선과 같이 '지지율 20%'니 하는 허황된 가능성을 꿈꾼다면 큰 실망을 느낄 것입니다. 2008년을 계기로 2012년에 승부를 거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지방선거에서 8%를 득표하며 약진했던 이유는 새로운 정당의 출현을 갈망하는 일부 유권자들의 바람과, 민주노동당 지방의원들이 당원들과 합심해서 전개한 '학교 급식 조례'로 대표되는 '생활형 정치'의 효과였습니다. 창조한국당이 참고할 부분인 듯합니다. 유명세로 승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성실함'과 '정책'으로 승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국현 공동대표의 '전문 정책 정당' 발언은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당원협의회'도 일종의 '민원 센터' 방식으로 운영해 유권자들과 밀착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어차피, '마이너'가 현실이라면, '마이너'의 잇점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창조한국당, 과연 어떤 각오와 전략으로 총선에 임할지 궁금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국현, #창조한국당,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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