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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7일 국회를 방문,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 대표를 만나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 처리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 해 대통령 선거 이후 처음이다. 대선 이전에도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난  3월 이후 두 사람은 좀처럼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드물었다.

 

1년 전만 해도 같은 당 내에서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격돌했던 두 사람이, 한 명은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다른 한 명은 제1 야당 대표 자격으로 대면하게 된 셈이다.

 

이날 오후 국회 통합신당 대표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손 대표는 대화 도중에 간간히 이 당선인의 손을 움켜잡으며 웃어보였고, 이 당선인도 손 대표에 대해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다.

 

그러나 대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전날(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화두로 떠올랐고, 두 사람 간에 서로 공박을 주고받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1년 전 경선 라이벌, 이제는 당선인-야당 대표로

 

이명박 당선인이 먼저 손학규 대표의 민생 행보에 대해 "보기 좋더라"며 관심을 보였다. 손 대표가 "체질"이라며 "잘 사는 나라 건설하고 경제 발전하고, 궁긍적으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자 이 당선인은 "일자리도 만들어야 한다"며 "그 점에서 나는 여야가 다르다는 게 이상하다, (여야가) 같은 생각을 갖는 게 이 시대에 맞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맞장구를 친 뒤, "제가 대표에 취임하면서 '경제 건설과 일자리에 관해서는 여야가 없다,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손 대표는 "양당정치 중심에서 정부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빈 구멍이 있고, 잘못된 것이나 국민 의사에 반하는 것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을 무시하거나 누르는 것도 있다"며 "정치에서 가장 협조적인 야당, 동시에 단호한 야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또 "그러니까 저하고 너무 심하게 대립하지 않도록…"이라며 이 당선인의 손을 잡았다.

 

이 당선인도 "그런 지적은 오히려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받아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며 "여야 없이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웃으며 화답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손학규 대표가 하는 길을 아니까…, 나도 뭐 다르게 하는 것이 있겠느냐"며 "오늘 (대표 취임을) 축하도 드릴 겸 앞으로 잘 하겠다는 말씀도 드리려고 왔다. (손 대표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추켜세웠다.

 

손 대표는 "국민은 희망의 정치를 바라고 있고, 되도록이면 싸우지 말고 잘 지내길 바란다"며 동의를 표하면서도 "그러나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그러자 이 당선인도 "옛날 식이 아닌 새로운 식으로…"라며 반박했다.

 

'선진·평화'라는 구호를 두고도 두 사람 간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오갔다. 손 대표는 이 당선인의 손을 붙잡으며 "제가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내건 게 선진·평화"라며 "당선인이 제가 썼던 것을 다 빼앗아갔다"고 꼬집었다.
 
이 당선인이 "아, 그래요? 좋은 건 다 썼네"라며 웃어넘겼지만, 손 대표는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간다'고 했는데, 대통령 된 분이 워딩까지 그대로 뺏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좋은 것은 여야를 떠나서 해야지"라며 정면 대응을 피했다.

 

이명박 "손 대표만은 이해할 것"- 손학규 "대통령 일이 너무 많다"

손 대표는 이날 당 내에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특위를 구성했다고 소개하면서 "(인수위의 개편안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한두 마디 코멘트하는 게 아니라,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얼핏 보기에 대통령이 지금 어느 대통령보다 막강한 대통령이 되는 것 같다"며 청와대의 권한 강화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이 당선인은 "그렇지 않다, 청와대 장관급 수석들을 전부 차관급으로 낮추고, 경호실도 처장으로 낮췄다"며 "청와대는 내각과 대통령의 중간에서 '조정'이라는 어휘가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효과적인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 대표는 다시 "국무총리의 위상이 상당히 격하됐다", "국가인권위원회 등 독립기관이었던 것이 대통령 직속기구가 됐다"며 정부조직 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해 들어갔다.

 

"위원회의 활동은 독자적이다", "소속이 돼 있지 않은 위원회는 헌법에 위배된다" 등 계속 해명을 하던 이 당선인은 끝내 "그런 세부적인 것은 나중에 설명을 하겠다"며 논쟁을 피했다. 특히 이 당선인은 "내가 볼 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손 대표는 이해할 것"이라며 손 대표에게 동의를 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손 대표는 "대통령이 너무 일이 많다"며 개편안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인수위의 통일부 폐지 방침에 대해서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그것도 앞으로 구체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며 은근히 철회를 압박했다.

 

손 대표는 또 "부처를 통폐합하고, 부처 수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지향적 정부를 만들면서 여성부, 과기정통부, 해수부를 다 (통폐합)하는 것은…"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통폐합이 아니라) 융합이고 강화"라고 반박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손 대표는 비공개로 한 대담에서도 "당선인에 대한 기대가 크고, 잘하시겠지만, 일부에선 소외층에 대한 배려를 잘 하겠나, 남북관계가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있다"고 말했으며 이 당선인은 "한 나라의 국정이 그렇게 크게 왔다갔다 하겠느냐"며 "크게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고 통합신당의 우상호 대변인이 전했다.


태그:#이명박 당선인, #손학규 대표, #정부조직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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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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