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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15일 오후 7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15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내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나가고 있다.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15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내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나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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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은 14일과 15일 양일간 갑자기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맵차게 삼성그룹 비자금 관리의 핵심라인을 몰아붙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집무실 승지원을 비롯해 15일에는 개인 자택까지도 찾아갔다. 삼성그룹 데이터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전산센터도 모두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당연히 쥐도 새도 모르게 추진됐다.

뒤늦게 압수수색 사실을 알게 된 삼성그룹측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아연실색하는 분위기였다. 조준웅 특검팀이 핵심에 대해서만 칼끝을 들이대 사실상 이번 수사는 이건희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돌고 있다. 무엇보다 특검팀이 '묻지마 압수수색'을 동시다발로 나섬에 따라 향후 특검팀의 수사방향은 전략기획실에서 계열사로 하방하는 방식의 압수수색이 진행되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은 15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전략기획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같은 날 오전 11시 서울 이태원동에 위치한 이건희 회장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의 자택 압수수색에는 4시간 30분이 소요됐다. 특검팀은 이 회장의 자택에서 이날 오후 3시 30분 철수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26일 기자회견에서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의 '안가'로 지목한 오피스텔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 26층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태평로빌딩 26층은 이종왕 전 삼성그룹 법무실장이 김&장 법률사무소를 그만두고 삼성에 입사하기 전에 6개월 동안 수시로 드나들며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과 회합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 오피스텔에서 삼성그룹 대선자금 수사 축소와 무마를 협의했던 장소라고 지목한 바 있다.

또한 특검팀은 경기도 과천과 수원에 위치한 삼성그룹 관련 전산센터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였다. 이날 낮 12시부터 시작된 삼성네트웍스 과천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은 오후 6시를 넘겨서야 종료됐다.

삼성네트웍스 과천센터는 이미 검찰에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 한 바 있다. 특검이 이에 대해 재차 압수수색에 나선 까닭은 추가 보완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사내 인트라넷과 게시판, 이메일과 결제문서 등 각종 시스템 서버를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조준웅 특검팀이 삼성네트웍스 과천센터와 동시에 압수수색을 벌인 곳은 삼성SDS 수원 SW연구소(수원 전산센터). 이곳은 삼성SDS가 2006년 삼성그룹의 메인 데이터센터 기능을 담당하게 한다면서 무려 1200억원을 투자해 준공을 준비 중인 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삼성그룹의 IT 인프라 지원 서비스는 물론 국내 IT서비스기업 최초로 과천과 구미 국내센터와 미국 뉴저지,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싱가포르 등 해외센터를 하나로 묶는 단일 데이터센터 운영체계를 갖춘 곳이다. 사실상 이 연구소는 삼성그룹의 총체적 핵심데이터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는 '데이터의 백화점'인 셈이다. 이처럼 조준웅 특검팀은 사실상 '삼성의 심장부'에 해당되는 곳만 뒤지고 있다.

압수수색만 13곳... 다음 행보는?

삼성 의혹 특검팀이 15일 하루 동안 압수수색을 펼친 곳은 모두 5곳. 전날 압수수색을 펼친 8곳을 더하면 모두 13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동시다발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 특검팀의 공보관을 맡고 있는 윤정석 특검보는 15일 오후 4시 서울 한남동 고뫄스빌딩 6층에 마련된 특검 기자실에 들러 이같이 말한 뒤 구체적인 압수품목에 대해서는 수사상 기밀에 해당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삼성 측은 이틀간 계속된 특검팀의 '휘몰아치기' 압수수색에 혼비백산한 눈치다. 삼성본관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하면서 대비를 해놓은 것 같았지만, 사실상 이학수 부회장의 '안가'에 해당된다고 알려진 태평로빌딩 26층이 털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놀라는 반응이었다.

이종진 삼성그룹 홍보기획팀 상무는 "(이건희) 회장님 댁까지 특검팀이 갔다는 것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라며 "전략기획실 사무실이나 승지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물론 13곳에 대한 압수수색은 삼성그룹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없었던 일로 임직원들은 모두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준웅 특검팀이 공식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 5일 만에 무려 1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방위적으로 펼치며 핵심만 요약해 '뽑아 오는' 방법으로 자료를 모으는 수사기법에도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검찰이 삼성 등 재벌 관련 기업수사에서 흔히 쓰는 '박스떼기' 자료 수집방법은 조준웅 특검팀에서 아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이날 전격적으로 펼쳐진 압수수색을 통해 특검팀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검찰 특수수사 통으로 퇴직한 전직 검찰 관계자는 "절망감에 빠져 인생을 포기할 때 소환을 본격화 한다는 수사기법이 이번 특검팀에서 통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핵심에 해당되는 요로를 잘 찾는 걸 보면 특검의 수사방향이 제대로 잡혔다고 볼만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현재까지 조준웅 특검팀이 압수수색한 곳은 이건희 회장과 핵심 측근세력의 개인 집무실이나 자택, 별장 등이다. 회사의 경우에도 삼성그룹의 총체적 자료가 망라돼 있다고 볼 수 있는 전산센터다.

특히 삼성SDS 수원 SW연구소의 경우에는 아직 준공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사실상 허를 찔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세호 삼성SDS 홍보그룹장은 "기본 인프라는 돼 있는 상태이나 완전 준공이 끝난 상태는 아니"라며 "과천 전산센터(삼성네트웍스 과천센터)에 보관돼 있던 장비들이 수원으로 옮겨오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정식으로 문을 열지도 않은 연구소이지만 사실상 삼성그룹 비자금 비리의혹의 눈에 해당된다면 빼온다는 논리가 적용되는 셈이다.

한편,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본관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날 저녁 6시 15분 종료됐다. 오전 9시에 시작했으니 무려 9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셈이다.

삼성본관 압수수색에 나섰던 특검 소속 검사와 특별수사관 등 수사팀 27명은 이날 저녁 6시 7분께 굳은 표정으로 건물을 빠져나와 미리 대기 중이던 45인승 대형버스에 신속하게 올라탔다. 수사팀 관계자들의 손에는 서류를 담는 박스는 들려져 있지 않았으며, 노트북 가방 3개만 눈에 띄었다.

이들에게 취재진들이 몰려가 "확인한 게 있느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이들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표표히 사라졌다. 맵찬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은 수사관들이 삼성본관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삼성본관 압수수색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또한 이날 저녁 7시경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라면박스 1개 분량의 압수물품을 들고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섰다.


태그:#삼성특검, #조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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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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