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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시간이 많지 않다. 중요한 수사에 대해서는 휴일이나 점심시간 개념 없이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근무시간 지키면서 주말은 쉬고 주중은 일하고 그렇게 해서는 특검 일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자율에 맡기고, 꼭 강제할 생각은 없다."

 

조준웅(67)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 수사팀은 10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뫄스빌딩 7층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 앞에서 간단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수사에 돌입했다.

 

현판식 직후 조 특검은 이 건물 7층에 마련된 개인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급한 성과주의에 상당한 경계를 표했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 전체를 특검이 모두 밝혀낼 것이라는 기대도 접어달라는 당부도 조심스럽게 건넸다.

 

조 특검은 "법 제정의 취지에 맞춰 짧은 기간 내에 모든 의혹을 벗기면 좋겠지만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속 시원하게 모든 의혹을 밝히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최선을 다해 밝혀내는 데까지 밝혀보고 특검이 제대로 한 것이 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에게도 조 특검은 "성급하게 '뭐가 나오나' 그러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 달라"며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뭔가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고 조망했다.

 

조 특검은 "너무 많은 걸 요구하면 우리가 할 수가 없다"며 "수사를 통해 범죄가 되는 내용을 찾아내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면 처벌하는 것이지 국민들이 의심하는 모든 걸 속 시원히 밝혀낸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사실상 역량의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삼성 특검은 기존의 검찰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짧은 기간에 구성된 인원들로 수사를 꾸려가기 때문에 사실상 여러 애로사항이 많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삼성 비자금 비리 의혹을 양심 고백한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36가지 수사대상에 대해서는 "충분히 참고해서 수사하겠다"고 말했지만 "김 변호사의 폭로내용에 구애를 받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조 특검은 "수사 도중 의문 나는 부분이 있는데 김 변호사의 진술을 듣지 않고는 도저히 모르겠다, 이러면 김용철 변호사를 당연히 소환하겠다"면서도 "그러나 그 분이 매일 출근해달라고 요청한다고 해서 오실지 안 오실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70여일에 걸쳐 제기한 모든 의혹에 대해서는 포괄적 수사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삼성 비자금 의혹 수사와 관련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수사에 어려움을 줬다는 김 변호사의 지적과 관련 조 특검은 "우리가 아직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적도 없기 때문에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면서도 "국세청이나 금감원 같은 데는 법관의 영장 없이 계좌추적이 가능하지만 수사는 엄격히 제한해 압수수색 영장을 계속 받아야 가능하다는 것은 일반론적으로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곤란하다, 어렵다, 이 정도로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 소환조사에 대해서는 "지금 소환하겠다, 안 하겠다가 아니라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면 하는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이번 특검 수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소환조사까지도 포함하고 있음을 묵시적으로 암시했다.

 

이날 조 특검의 기자간담회에는 윤정석(공보담당) 특검보를 비롯 조대환, 제갈복성 특검보도 자리했다.

 

다음은 조준웅 특검과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다 수사할 수 없다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수사할 계획인가.
"제가 미리 말해야 하는 것 같다. 이 특검법에 규정이 돼 있다. 수사사항에 관하여는 일체 공포나 누설해서는 안 되게 돼 있다. 단 예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수사기간 연장을 위한 대통령 보고 관련이다.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은 외부에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공포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1회에 한하여 중간수사발표를 할 수 있다. 이것도 일반법에 의해 피의사실 공포에 해당되면 안 된다. 그래서 지금 내가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수사하겠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알려줄 수 없다.

 

또 압수수색영장 집행이나 체포의 경우에도 기자들이 미리 알고 기사화하면 수사에 상당한 애를 먹는다. 검찰 수사와 달리 특검은 시간의 제약이 많다. 따라서 수사기간이 다 지나가버리면 아무것도 못하고 끝난다. 협조를 당부한다."

 

- 김용철 변호인단 등은 9일 특검이 꼭 수사해야할 36가지를 밝혔다. 어떻게 봤나.
"참고할만한 내용들이다. 수사는 특검법에 의해서 법이 정한 바대로 수사한다. 어제 기자회견 내용은 김용철 변호사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모두 포함해서 나온 거다. 김용철 변호사의 여러 가지 내용을 다 포함해서 방향을 잡겠다. 충분히 참고해서 수사하겠다.

 

그러나 (김 변호사의 지적대로) 꼭 그렇게 해야 하는데 이것은 안했다, 그러니 이 수사는 잘못됐다 그건 아니다. 이 특검이 출발하게 된 계기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측면이 일부 있다. 그러나 그것에 구애를 받아서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아니다."

 

- 김 변호사는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수사에 어려움을 준다고 밝혔고 이 점이 특검의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판단했다.
"우리가 아직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적도 없기 때문에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다만 형사소송법에 의거, 과거와 달리 압수수색영장 발부기준이 훨씬 엄격해졌다. 국세청이나 금감원 같은 데는 법관의 영장 없이 계좌추적이 가능하지만 수사에서는 엄격히 제한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계속 받아야 가능하다.

 

법관이 구체적인 내용까지 심사해서 수사의 정밀한 내용까지 봐야 한다는 것은 좀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일반론으로 너무 엄격한 내용이나 세세한 내용까지도 영장발부 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곤란하다, 어렵다, 이 정도로 말할 수 있다."

 

- 이건희 회장 소환조사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내가 말한 것을 정확하게 보도하는 게 아니라 말을 바꿔 맘대로 보도하니까 이상하더라. 꼭 소환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건희 회장 소환은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닌가. 수사에 필요하면 소환조사해야 한다. 또 수사에 필요 없으면 소환 안 하는 것이다. 지금 소환하겠다, 안 하겠다가 아니라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필요하고, 또 소환조사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 비자금 형성과 무관한 분식회계 의혹이나 고가 그림 의혹은 수사대상으로 삼나.
"수사범위에 속하면 하는 거고 아니면 안 하는 거다. 수사대상이라도 해도 그것이 중요한 내용이냐, 꼭 수사해야 할 내용이냐, 포인트냐에 따라 판단해 할 수 있다. 지금 그 내용을 수사할 것이냐 아니냐 말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 고가 그림 매매 의혹은 중요한 것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수사를 해봐야 안다."

 

- 김용철 변호사는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에 거의 매일 출근했다. 특검에도 마찬가지인가.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않겠다. 특본에서 매일 조사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특검 자체가 판단하겠다. 김용철 변호사의 협조가 필요하다면 수사 도중 의문 나는 부분이 있는데 김 변호사의 진술을 듣지 않고는 도저히 모르겠다 이러면 당연히 소환해야 한다. 또 그 분이 매일 출근해달라고 요청한다고 해서 오실지 안 오실지도 모른다.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

 

또 우리가 오늘부터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하지만 사실 오늘 시작했는데 뭘 그렇게 많은 부분을 수사했겠나. 집기도 어제야 다 들어오고 그랬는데. 성급하게 뭐가 나오나 그러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 달라.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뭐가 좀 가닥이 잡히지 지금 뭐 되겠나."

 

- 파견공무원과 특별수사관 인선은 끝냈나.
"결과적으로 다는 아니지만 우선 급한 대로 끝냈다. 앞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바로 그런 거다. 수사하는 사람, 인적 구성, 조직 내용이 중요하다. 그 안에서 수사 담당자가 뭘 수사하고 어느 파트를 담당하는지 그게 또 중요하다."

 

- 주말에도 수사하나.
"원칙대로 하면 공직자 기준에 따라 해야 하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사정으로 볼 때 그렇게 하기는 힘들지 않겠나 싶다. 중요한 수사에 대해서는 휴일이나 점심시간 개념 없이 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다 자율에 맡기고, 꼭 강제할 생각은 없다. 일을 해야 하면 잠 한숨 안 자고 다음날까지도 수사하고 그런다. 근무시간을 지키면서 주말은 쉬고 주중은 일하고 그렇게 해서는 특검 일을 할 수 없다."

 


태그:#삼성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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