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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김앤장'의 실체를 드러낸 <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 임종인·장화식 공저)에서 제기하고 있는 내용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법은 기본적으로 '정의'(칼)와 '공평무사'(저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람들은 권위주의 시기 권력을 정당화해주는 수단으로만 작동했던 법이 민주화 이후에 그 바탕을 회복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87년체제가 20년이 지났건만 그 기대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렇게 기대와 현실이 어긋난 접점에 거대 법률권력 김앤장이 자리하고 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투기자본 변호하며 급성장

거대 법률권력 김앤장을 처음으로 해부한 <법률사무소 김앤장>.
 거대 법률권력 김앤장을 처음으로 해부한 <법률사무소 김앤장>.
ⓒ 후마니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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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은 법률 아이템을 상품화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스카덴: 권력과 돈 그리고 법률제국의 등장>을 쓴 링컨 카플란이 지적한 것처럼 "비즈니스에 관한 법률이 이제 법률 비즈니스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가 알려주듯, 김앤장은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도입된 신자유주의를 사업아이템으로 만들어 성공했다. 그들이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민주파 정부 시기에 황금기를 구가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김앤장은 4000억원에 가까운 연매출을 기록했고, 김앤장의 창업자인 김영무 대표변호사는 연 수백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그는 2005년 연소득 570억원을 신고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권력의 총수 이건희 회장을 제치고 국내 소득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앤장 모델'로 불릴 만한 급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김앤장이 국내 재벌과 투기자본의 이익을 실현하는 데 철저하게 복무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재벌과 투기자본의 편에 서서 법률서비스를 하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수임료를 챙기며 '자본'까지 축적한 것이다. 이는 김앤장의 자문·변호 목록에 론스타, 골드만삭스, 소버린, 삼성, SK그룹, 진로그룹, 김승연(한화 회장), 박용성(전 두산 회장), 정몽구(현대차그룹 회장),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외국 투기자본이나 대기업이 즐비한 점이 잘 보여준다. 

책을 출간한 후마니타스측은 보도자료에서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계화의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김앤장모델'이 되고 법대생들의 로망이 되는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입법자 위에서 법률회사의 권력이 작동한다면 그 사회에서 법의 존재와 의미는 그 본질부터 위협받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위한 법과 김앤장을 위한 법이 분열될 수 있는 사회에서 과연 법의 정의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가 작동할 수 있겠는가? 김앤장의 문제는 이제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김앤장은 로펌이 아니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다. '법률을 사업으로 만들다'(1장), '실체는 있으나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2장), '베일에 가려진 매출액'(3장), '공적영역도 사업의 대상이다'(4장),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연대한다'(5장), '합법과 불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6장), '깨져야 할 신화와 보이지 않는 권력'(7장) 등 각 장의 제목만으로도 책 내용을 짐작할 만하다.     

먼저 1장에서는 김앤장의 유래, 핵심인물, 인력구성, 사건수임 정도, 연봉수준 등을 짚었다. 1500여명에 달하는 인력 규모뿐만 아니라 총 5곳인 사무실이 서초동 법조단지가 아닌 권부(정부종합청사와 청와대)와 가까운 종로쪽에 밀집해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또 김앤장의 창업자인 김영무 대표변호사와 운현궁의 관계를 추적한 대목도 흥미롭다. 

2장에서는 김앤장의 '기형적 조직형태'를 파헤쳤다. 흔히 알고 있듯 김앤장은 일반 로펌과 다른 조직형태를 가지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합동법률사무소이지만, 국세청에는 '공동사업자'로 신고했다. 2005년 기준으로는 대표자 112명이 모인 하나의 단일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 김앤장은 이러한 기형적 조직형태를 통해 법망(변호사법·세법 등)을 피하며 세금문제를 해결하고 변호사법에서 금지한 쌍방대리까지 하고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했다.

이어 3장에서는 김앤장의 매출액을 추적했다. 김앤장의 정확한 매출액은 현재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국회와 언론 등에서 추적해 알려진 김앤장의 매출액은 연 3500억∼3700억원이다. 연소득 6억960만원 이상인 150명의 변호사 가운데 114명(76%)이 김앤장 소속으로 드러났다.

김앤장이 이렇게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매출액을 기록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이는 김앤장이 기업 인수·합병, 해외매각, 구조조정 등에 관여하거나 수임액수가 큰 대기업 소송과 재벌 총수사건을 전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와 함께 적지 않은 김앤장 소속 인사들이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김앤장 권력을 해부한 공저자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왼쪽)과 임종인 의원.
 김앤장 권력을 해부한 공저자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왼쪽)과 임종인 의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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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돈을 다루는 부처 고위관료들 대거 영입

4장에서는 김앤장이 법률자문이라는 명분으로 정부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루었다. 노동부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총 75건(100%), 정통부는 총 62건(38.2%), 환경부는 43건(33.8%)의 법률자문을 김앤장에 맡겼다. 특히 노동부는 김앤장에 맡기는 동시에 법무법인 지성의 주완 변호사에게도 법률자문을 맡겼는데, 주 변호사는 김앤장출신이다.

저자들은 "금융기관에 대한 (김앤장의) 자문은 때로는 그대로 정부의 견해로 채택된다"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2003년 외환은행 매각시 김앤장이 정부당국(재경부와 금감위)에 '대주주 자격'에 관해 자문해준 경우"라고 지적했다. 결국 김앤장은 비공식 법률자문을 통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인정해주었고, 이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입할 수 있었다.

5장에서는 김앤장(법률엘리트)을 정점으로 하는 '정부관료-투기자본'과의 삼각동맹을 분석했다. 김앤장은 거액의 연봉을 주고 퇴직한 고위관료들을 영입한다. 특히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 관료들의 상당수가 돈을 다루는 부서인 재경부(9명)·국세청(22명)·관세청(5명)·금융감독원(6명)·공정거래위(7명) 출신이라는 점은 김앤장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저자들은 "김앤장모델이라고 부르는 성공의 이면에는 바로 이들 퇴직 고위관료들이 있다"며 "김앤장을 주축으로 고위관료와 거대 투기자본과 법률엘리트들로 이루어진 철의 삼각동맹이 리스크를 막아준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 5년간 로펌에서 영입한 판·검사 161명 중 32명(약 20%)이 김앤장 소속으로 나타났다. 2006년 10월 현재 소속된 판·검사출신만 79명으로 이는 다른 로펌을 압도하는 수치다. 다만 최근에는 고위급 검사출신보다는 일반 검사출신의 영입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김앤장은 세 번에 걸친 국내 은행 매각에 관여하면서 투기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해주는 대가로 막대한 수임료를 챙겼다. 투기자본은 김앤장의 막강한 인맥을 활용할 수 있고, 김앤장은 거액의 수임료와 함께 국제적 명성까지 얻는 이점이 있다.

"김앤장에 대한 사회적 감시를 시작해야"

6장에서는 김앤장이 관여한 굵직한 사건들을 하나씩 파헤쳤다. 진로와 골드만삭스, SK와 소버린, 한미은행과 칼라일펀드, 외환은행과 론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외국계 사모펀드가 우리나라 기업들을 헐값으로 사들일 때마다 김앤장은 법률자문은 물론이고 불법인 쌍방대리까지 서슴지 않았다. 특히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직결된 삼성에버랜드사건(전환사채 헐값 발행)을 다루며 삼성과 김앤장의 관계도 짚었다. 

끝으로 7장에서는 '김앤장 권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저자들은 먼저 김앤장의 자정노력을 주문했다. 즉 실제(로펌)와 형식(법률사무소)의 불일치 등에서 오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조직의 형태를 전환하고, 압력과 로비를 목적으로 하는 고위공직자 영입은 중단하고, 해외 투기자본에게 자문을 해줄 경우에도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밖에 저자들은 ▲로비스트법 제정 ▲변호사 수임료 상한선 ▲변호사 수임건수, 금액 등 변협 신고 및 일반 공개 ▲스타게이트와 삼성에버랜드사건의 철저한 수사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김앤장은 투명한 운영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기에는 그 규모나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 경제관리를 담당하는 공적 권력과 사적 이익이 거래되는 영역에 대한 사회적 감시는 사실상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다. 이 책도 그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최고의 영향력와 이익을 쌓아온 김앤장에게도 책임에 대한 추궁은 어떤 형태로든 부과될 수밖에 없다."

김앤장 인터넷 홈페이지.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저자들은 "김앤장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앤장 인터넷 홈페이지.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저자들은 "김앤장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앤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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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앤장, #임종인, #장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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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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