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광주에 폭설이 내렸다. 그것도 1938년 8월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새해 첫날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41.9cm다. 2007년을 보내기가 아쉬워서 새해가 오기 이틀 전 내리는 눈발을 뚫고 아내와 가까운 무등산(無等山)을 찾아 나섰다. 아마도 이 폭설이 끝날 무렵 쯤이면 호남지방이 온통 난리가 날 것이다. 며칠 뒤 보도에 따르면 피해규모가 40억 원 가까이였다. 그래도 내리는 눈은 온통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소나무 숲은 온통 쑥범벅처럼 버무려지고 도심과 산자락은 설국(雪國)으로 변했다. 폭설 뒤끝의 후유증보다는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앞선지라 그 내리는 눈에 흠뻑 취해버렸다. 내리는 눈이 만나는 선과 면, 그리고 그 공간은 실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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