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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밀려오는 단조로움을 주체할 수가 없다. 감정이란 참으로 오묘한 것이다. 그동안 살아온 경륜으로 인해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나만의 시간을 가진 지 사흘도 되지 않아서 지루함을 밀쳐낼 수가 없다.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지가 엊그제인데, 달라진 것이다.

 

 

실체 없는 감정이지만, 그것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따분함을 벗어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무슨 좋은 생각이 없을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교차시키다가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겨울 바다가 보고 싶어진 것이다. 그곳에 가면 답답함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았다.

 

마음을 정하면 미루지 못하는 성격이다. 집을 나섰다. 고향 바다로 향하니, 마음이 가뿐해진다. 고향을 떠올리기만 하여도 설렌다. 그 쪽의 하늘만 보아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즐거워지는 까닭은 아마도 귀소 본능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태어난 곳으로 향한다. 마음 속에 저장되어 있는 그리움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주에서 출발하여 호남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도 빠르게 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김제를 거쳐서 정읍까지 새로운 도로가 뚫리고 있다. 미 개통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고속도로 못지않게 빨리 달릴 수가 있어 참으로 편리하였다. 교통 인프라 구축으로 인해 편안한 여행을 할 수가 있었다.

 

 

고창으로 접어들어 흥덕에 도착하니, 선운사까지 곧바로 갈 수 있는 도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선운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걸음이었다. 터널을 지나고 나니, 곧바로 선운사였다. 도솔산 선운사를 우회하여 심원에서 점심을 먹었다.

 

갯벌 체험장이 자리하고 있는 이곳에서 굴밥을 먹게 되니,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반찬으로 올라온 것들을 살펴보니, 이곳이 바닷가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구워말린 망둥이의 맛이 그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었다. 음식은 역시 산지에서 먹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이웃면인 해리면의 동호 바닷가로 향하였다. 이곳은 송림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해수욕장이기도 하다. 겨울 해수욕장에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밀려오는 파도의 하얀 포말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정기적으로 밀려오는 모습이 인생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야 ! 타르 덩어리가 이곳까지 밀려왔구나.”


백사장 한 구석에 쌓여 있는 포대에는 시커먼 타르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태안의 기름 유출 사고의 심각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파도는 쉼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파도를 바라보면서 일상의 단조로움을 멀리멀리 던져버렸다.

 

동호 해수욕장의 노송들의 아름다움은 여전하였다. 의연하게 서 있는 노송들의 모습이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다. 갈라진 나무 기둥의 껍질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모진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하늘 높이 자라 있는 소나무들은 그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

 

 

소나무처럼 당당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소망을 가지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진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밀려오는 파도를 통해 더욱 더 강해지고 있는 소나무처럼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어진다.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힘을 감지한다. 있는 힘을 모두 집중하여 소나무처럼 우뚝해지고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고창군 동호에서 촬영


태그:#겨울, #바다,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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