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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은 러시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책임질 수 많은 인재들을 배출해온 명문 중에 명문입니다.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법학부)을 비롯해, 파블로프, 사하로프 등의 학자들, 레핀,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유명예술가들이 이곳을 거쳐갔습니다. 소비에트 시절 명성을 떨친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와 쌍벽을 이루는데, 푸틴의 등장 이후 사회요직으로의 진출을 노리는 이들이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학교 건물들은 바실리 섬 곳곳에 분산되어 있습니다. 건물들이 잘 집적되어 있어 편리한 연세대학교보다는, 안암동 인근건물들과 잘 어우러져 있는 고려대학교형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상트페테르부르크 자체가 10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수상도시이기 때문에, 거대한 건물들을 집적해서 짓기가 힘들기도 합니다.

여러 건물들 중 '본관' 과 '인문학부' 건물이 사실상 학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건물 앞의 길을 '대학로'('우니베르시체트카야 나베르쥐나야')라고 부릅니다.) 교환학생들 중 '동방학부'나 '인문학부'에 수강신청을 한 학생들은 이 곳에서 수업을 받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은 언어교육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특수학부'에서 따로 수업을 받구요.

아직 본격적인 반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2006년 9월초, 학적과 장학금 수령문제 때문에 본관을 자주 찾았습니다. 여유시간이 많을 때 학교 주변구경도 좀 할 겸 해서요.

레핀 흉상
 레핀 흉상
ⓒ 이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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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주로 이루어지는 '특수학부'에서 본관쪽으로 걷다보면 이름난 장소들을 많이 마주치게 됩니다. 미술학부 건물과 박물관, 멘쉬코프 궁전, 그리고 위에 보이는 레핀의 동상이 있는 공원이 바로 그것입니다.

러시아 '이동파'의 대가인 일리야 레핀은 19세기, 그 이름을 전유럽에 떨쳤습니다. 이동파란, 박물관과 귀족의 저택에서 화석처럼 갇혀있는 미술작품들을, 직접 가지고 다니며 민중들에게 보여주고, 또 민중들의 삶을 다시 화폭에 담아내며 유랑했던 민중예술가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크람스코이 등은 같은 문화인들끼리 '공동체 생활'을 하며 지내기도 했지요.

레핀은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인물입니다. 미술을 통한 사회참여 뿐 아니라, 예술적인 성취도면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가 단숨에 러시아 문학을 세계적인 위치에 올려놓았 듯, 레핀은 변방이었던 러시아회화예술의 수준을 유럽정상에 올려놓았다고 평가받습니다. 

멘쉬코프 궁전
 멘쉬코프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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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쉬코프 궁전 전경
 멘쉬코프 궁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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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부 바로 옆에는 '멘쉬코프' 궁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멘쉬코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한 표트르 대제의 심복중의 심복이었습니다. 초대 시장을 역임한 그의 재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페테르부르크의 돈을 싹쓸이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위협을 느낀 반대세력과 표트르대제에 의하여 가산을 몰수당한 채, 처절한 숙청을 당하고 맙니다. 재물에 눈이 먼 자의 처참한 말로입니다. 방별로 테마를 달리해 잘 꾸며진 그의 휘황찬란한 콜렉션은 언제든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보도블럭 교체공사가 한창인 '대학로'
 보도블럭 교체공사가 한창인 '대학로'
ⓒ 이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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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본관과 인문학부 건물이 눈에 보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은 사시사철 보수공사가 끊이질 않습니다. 비단 대학뿐 아니라, 시내 모든 건물들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망치와 정 소리가 들려옵니다. 네바강 유역의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재건축 및 신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건물들이 워낙 낡은 것도 한 이유이지만, 학교관계자가 도중에 어마어마한 공사대금을 횡령한 사실까지 밝혀져 이래저래 소음이 끊일 날이 없었습니다.
 
인문학부 1층로비
 인문학부 1층로비
ⓒ 이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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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위아주머님들께 학생증을 보여드리고 입구에 들어서면 책가판대가 바로 눈에 들어옵니다. 오른쪽 통로에도 교재를 파는 서점이 있어요. 학교를 처음은 방문한 이들은 생각보다 학교규모가 너무 작아 다들 굉장히 놀랍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것은 층고제한과 재건축 불가 등의 규제 탓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도시미관과 역사보존을 위해서는 그런 불편쯤 감수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귀족들이 살던 당시의 미로같은 집구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행정업무 한 번 볼라치면 이방저방 옮겨다니느라 아주 죽어났답니다. 면접시간도 방별로 다 다르고 툭하면 조기퇴근이니 이거 원, 한두 번 헛걸음치고 나면 유네스코를 원망하기에 이르지요. 

인문학부내에 있는 휴식공간
 인문학부내에 있는 휴식공간
ⓒ 이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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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는 시간을 맞아 학교내의 공원에서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입니다. 경쾌한 팝송을 배경으로 '팩차기'를 하고 있는 녀석들의 광경이 어찌나 익숙하던지요...ㅡ_ㅡ;;

생각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 이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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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 곳 학생들이 동전을 올려놓으며 소원을 비는 곳이기도 하지요.

학생회관 식당
 학생회관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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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대신 시킨 곡물, 그러나..
 쌀밥대신 시킨 곡물,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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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먹기위해 학생회관 식당에 들렀습니다. 다른 식당과 비교해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답니다. 본관건물과는 떨어져있어 학생증이 없어도 출입이 가능하거든요. '쌀밥'이 너무 그리운 나머지, 율무며 귀리 등의 곡식을 시켰는데 맛은... 흠... 러시아에 온 이후 처음으로 밥을 남겼습니다 ㅡ.ㅡ

로마노소프
 로마노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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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의 설립자인 '로마노소프' 동상입니다. 러시아 근대 학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이지요. 철학, 의학, 수학, 문학 등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한 그의 능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실린 글입니다.

2006년 2학기 러시아 국립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태그:#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마노소프,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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