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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07년이 저물고, 200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늘 그러하듯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남다른 각오를 다지곤 합니다. ‘올해는 꼭 금연, 금주를 해야지!’, ‘진짜 이번에는 다이어트에 성공을 해야지!’, ‘재테크에 꼭 성공해야지!’,  ‘영어실력을 좀 더 쌓아야지!’ 등 스스로의 발전된 모습을 그리며 한 해를 출발합니다.

 

물론 저 역시도 거의 대부분이 작심삼일이 되긴 했습니다만 새해가 되면 좀 더 발전된 제 자신을 상상하며 새로운 목표를 세워 보곤 했습니다. 2008년에도 변함없이 저는 새로운 목표를 정했습니다.

 

2008년 저의 목표는 ‘독서량을 2007년보다 두 배로 늘리는 것’입니다. 제 직업이 도서관 사서이다 보니 남들보다는 책을 좀 더 읽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목표를 세운 것은 지난 신혼여행(제가 작년 11월에 결혼을 했습니다)에서 목격한 인상적인 풍경 때문입니다.

 

제가 신혼여행을 다녀 온 곳은 태국의 푸켓과 피피섬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은 매년 10월~12월이 되면 휴가철을 맞은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가 투숙한 리조트에도 많은 유럽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저에게는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그들의 휴가를 잠시 그려보자면 이렇습니다.

 

햇볕이 살며시 내리쬐기 시작하는 오전 9시경, 아침 식사를 마친 유럽인들이 수영복을 입고 한 손에는 큰 해변 타월과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수영장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들은 햇볕이 잘 드는 비치의자에 자리를 잡고 책을 펴서 읽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햇볕으로 인해 몸에 살며시 땀이 배어 나올 때 쯤, 읽던 책을 잠시 접고 수영장에서 가볍게 수영을 즐깁니다. 한 30분 정도 수영을 즐기고는 접었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다시 수영장으로 나와서 책읽기와 수영을 해질 때까지 반복합니다.

 

정리하자면 그들의 휴가는 일광욕-독서-수영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의 휴가 문화를 생각하면 이들의 휴가는 참 따분하고 심심한 일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 역시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휴가를 왔을 것인데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돈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좀 더 놀라게 한 것은 푸켓에서 두 시간 남짓 배를 타고 들어간 피피섬에서였습니다. 역시나 이곳도 유럽인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동양인이라고는 저희 부부밖에 없었습니다. 이곳 풍경도 푸켓에서 묵었던 리조트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곳을 찾은 유럽인들은 독서로 휴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휴가 풍경이 이렇다니 보니 리조트에서는 투숙객들을 위해 서점을 마련해 두고 있었습니다. 비록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베스트셀러를 비롯하여 스테디셀러 등을 고루 갖춘 이 서점은 독서를 즐기는 이들에게 참으로 요긴한 공간이었습니다.

 

 

푸켓을 제주도로 비유하면 피피섬은 제주도 근처에 있는 작은 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 서점에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무척 이채로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휴양지, 관광지의 호텔이나 리조트에서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설과 콘텐츠는 있어도 독서를 위한 시설과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네 정서로 보자면 유럽인들의 휴가 보내는 방식이 이해하기가 힘듭니다만 일광욕과 독서로 휴가를 즐기는 이들이 얼굴에는 미소와 평화로운 행복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외국어 실력이 짧아서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물어 보지 않아도 이들이 평소 바쁜 일상으로 인해 마음껏 할 수 없었던 독서를 수려한 풍경과 눈부신 햇살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무척 만족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독서는 기분 좋은 여가생활인 듯했습니다.

 

평소 독서를 꽤 한다고 자부했던 저도 이들의 독서습관과 독서량 앞에서는 부끄러울 따름이었습니다. 더욱이 제 직업이 늘 책과 함께 생활하는 사서이다 보니 그 부끄러움이 더했습니다. 그렇게 신혼여행에서 독서에 관한 일종의 굴욕(?)을 당한 저는 밝아오는 무자년에는 더욱 많은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독서량이 많지 않다는 것은 사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현상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2006년 국민독서 실태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12권입니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지요. 또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76%(월평균 65%)로 성인 4명 중 1명은 1년 동안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고 나타났으며, 월평균으로는 10명 중 4명이 책을 전혀 안 읽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각종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처럼 독서율이 낮은 것은 먹고 살기가 각박하다 보니 독서를 하려는 마음이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며, 또 독서가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성공’, ‘잘 사는 것’과는 큰 인과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교육은 이른바 일류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성공을 위해서는 독서보다 과외나 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직장에서 혹은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고, 인격을 수양하는 것보다 힘 있는 사람과 원만하고, 긴밀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독서를 통해 마음의 부자가 되는 것보다 재테크를 통해 물질적 부자가 되는 것이 이 사회에서는 '잘 사는 것‘입니다.

 

서글프지만 사회적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자연 독서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독서율이 낮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치열해지는 것도 낮은 독서율에 기인하는 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에는 제가 독서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마음먹었듯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많은 책을 읽었으면 합니다. 특히 도서관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져서 대한민국의 모든 사서들이 눈코 뜰새없이 바빠지길 기대해 봅니다. 그래서 독서를 통해 마음의 부자가 많아져서 우리나라 행복지수도 높아지길 바라봅니다.


태그:#독서, #책, #도서관, #2008년,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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