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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능가에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가 득세하면서 공통적으로 안게된 고민이 바로 '소재 경쟁'이다.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무한도전>이나 <라인업>류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포맷의 무형식성과 리얼리즘을 중시한다.


'매주 다른 미션을 수행한다'는 컨셉만 동일할 뿐, 한 주마다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일반 퀴즈프로그램이나 토크쇼처럼 정해진 컨셉에 적당히 '묻어 가는' 식의 방송이 불가능하다. 자연히 매주 얼마나 기발하고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느냐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방송가에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무한도전>은 최근 들어 일부 네티즌과 언론에 의하여 자주 표절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체에너지 특집'이나 '달력만들기'처럼 그 동안 <무한도전>에서 시도했던 몇몇 아이템들이 이미 기존 프로그램이나 일본 방송에서 선보인 아이템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무한도전 제작진은 일부 소재와 형식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표절의혹을 덮어씌우는 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아이템에서 '원조'를 따지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도 없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출연자들의 집단 MC 체제. 포맷의 무형식성이라는 컨셉을 표방한 리얼 버라이어티들은 어떤 프로그램이든 비교를 피할 수 없다.


오늘날 방송가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무한도전>도 그 뿌리를 파고 들어가면,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대단한 도전>이나 <스타서바이벌, 동거동락>에서 <명랑운동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포맷과 아이템들을 넘나드는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라인업>은 방영 초창기, 노골적으로 <무한도전>을 의식하고 만들어졌지만, 지난 연말 '서해안 특집'편 이후, 과거 '이경규가 간다'를 연상시키는, 공익성과 시사성을 강화한 다큐 형태의 버라이어티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이렇듯, 오늘날의 많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도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그 시작은 기존 프로그램들의 아류 혹은 복제, 패러디 등에서 출발하여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독자적인 차별화에 이르렀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 자체가 매주 새로운 소재를 수혈해야 하다보니 간혹 비슷한 프로그램간 아이템이 겹치는 경우도 생긴다. SBS <라인업>이나 KBS <해피선데이-하이파이브>는 우연히도 지난주 나란히 군부대 방문편이 방영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두 프로그램은 최전방 군부대를 방문하여 병영체험과 위문품 전달, 축하공연 등으로 꾸며졌다.


병영체험은 많은 버라이어티쇼에서 자주 사용되는 아이템이다. <하이파이브>는 지난해에도 이미 한 차례 병영특집을 방영한 바 있다. <무한도전>도 '실미도 특집'편, 연말에는 MBC 에브리원의 버라이어티쇼 <무한걸스>의 '해병대에 가다'편을 통해 해병대를 체험하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또한 리얼 버라이어티라 할지라도 소재의 자유분방함이 항상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야생로드버라이어티'를 표방한 <해피선데이-1박2일>이 한국이 숨겨진 여행지를 발굴한다는 기본 틀이 있고, <하이파이브>가 여성들의 직업 체험기라는 뼈대에서 출발했듯이, 방향이 확실한 프로그램들이 자리를 잡기도 쉽다.

 

<무한도전> '소재주의'의 함정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그 자유분방함과 예측할 수 없는 돌발성이 높은 인기의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만큼 '소재주의'의 함정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한 주 방영분이 끝날 때마다 언론과 네티즌의 잇단 리뷰와 평가가 이어지고, 소재의 독창성과 완성도를 놓고 '신선함 VS 식상함'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가 오고가는 것은 모두 이 프로그램의 유명세를 반영하는 지표다.


최근 <무한도전>은 지난주 멤버들이 울산앞바다 동해가스전을 찾아가는 모습을 방영했다. 매주 기발한 아이디어로 화제를 모았던 <무한도전>은 신년을 맞이하여 멤버들이 동해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새로운 한해의 선전을 기약한다는 취지로 야외촬영을 시도했지만, 정작 동해가스전 첫 주 방영분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


<무한도전>팀이 각각 헬기와 선박에 나눠 타고 가스전에 이동하기까지의 모습이 사실상 방송의 전부였다. 또한 고소공포증이 있는 멤버들을 사전동의 없이 바스켓 엘리베이터를 타고 50M 상공으로 이동시키는 아찔한 모습은 또다시 예능 프로그램의 가학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만일 <스타골든벨>이나 <해피투게더> <진실게임>처럼, 매주 고정된 포맷이 있는 일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한 주 방영분을 놓고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반응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바로 매주 '특집'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무형식성의 파격으로 인하여 높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매주 방영분이 저마다 독립적인 완성도로 평가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열혈 시청자들은 최근 방영된 '댄스스포츠'편이나 '달력만들기'처럼 뭔가 출연자들의 기발한 행동이나 노력이 보여지는 내용을 원했고, 별다른 에피소드 없이 사실상 '오프닝에 불과한 내용을 잡아 늘려 1시간을 때운 것'은 시청자들에게 용납될 수 없었다.


이처럼 보기에는 그저 산만하고 제멋 대로인 듯하지만, 결코 만들기 쉽지 않은 것이 리얼 버라이어티다. <무한도전>뿐만 아니라, 앞으로 <무한도전>같은 스타일의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많은 '아류' 프로그램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태그:#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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