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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하늘에서 군무를 추는 가창오리
▲ 석양의 가창오리 군무 석양하늘에서 군무를 추는 가창오리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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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가창오리의 군무로 겨울명소가 된 금강하구언을 찾아 나섰다. 충남 부여를 거쳐 모시로 이름난 한산면을 지나자 금강하구언으로 향하는 커다란 이정표가 반갑게 다가온다. 날씨는 가을 날씨와 흡사한데 황산현상의 영향으로 인하여 금방이라도 구름이 몰려 올 듯한 음산한 날씨다.

잠시 후, 가창오리가 하늘을 화폭삼아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는 금강하구언에 도착하였다. 금강하구언 주변을 돌아보니 길가에 차만 몇 대 있을 뿐 너무 조용하고 한산하다. 멀리 강 가운데로 무리지어 놀고 있는 가창오리 떼가 눈에 들어온다. 어림짐작해도 몇 만 마리이상은 되는 것 같다. 가끔 한두 마리의 새들이 하늘을 날아오를 뿐 미동도 하지 않고 조용하다.

차를 세우고 이리 저리 금강하구언 주변을 돌아다녔다. 적당한 촬영장소를 찾기 위해서다. 주변이 막히지 않고 확 트여서 새들의 군무를 촬영하기엔 아주 좋은 곳이라 생각되었다. 이곳은 몇 척의 작은 배가 띄워져 있고 친구 같은 갈대도 있어 일몰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금강하구언에 노을이 지고 있다
▲ 금강하구언의 노을 금강하구언에 노을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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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구언 넘어 먼 수평선으로 점점 농익은 붉은 해가 떨어진다. 황사가 하늘을 노랗게 흐려놓았지만 붉은 해는 여느 때와 같이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며 하루를 넘기고 있다. 땅거미가 길게 늘어지며 수평선 위에서 머뭇거리던 붉은해는 이내 서해바다로 풍덩 빠져들고 말았다.

붉은 해가 수평선 넘어로  완전히 몸을 숨기자 멀리서 새들의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잠시 후 가창오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강물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아니 누가 신호라도 한 것처럼 가창오리가 일순간에 날아 오른 것이다. 날아오른 가창오리 떼는 제각기 이리 저리 날더니 다시 합해져서 멋진 군무를 시작한다.

이들은 산등성이 위로  높이 올라섰다가 갑자기 방향을 선회하여 노을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간다. 해는 이미 넘어 갔지만 하늘은 아직 붉은 노을을 지우지 못하고 이들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노을이 붉게 물든 멋진 하늘을 화폭삼아 그들은 축제라도 시작한 듯 경쾌한 몸놀림으로 멋진 군무를 연출한다.    

북쪽으로 달려가다 다시 남으로 방향을 틀기도 하고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금강하구언의 하늘에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마치 올림픽 전야제 때 마스게임을 보는 듯, 오랜 훈련이라도 받은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이들의 움직임을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노라면 의문이 꼬리를 물며 넋을 잃고 만다.

석양하늘에서 가창오리뗴가 군무를 펼치고 있다
▲ 석양하늘의 가창오리 군무2 석양하늘에서 가창오리뗴가 군무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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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창오리는 낮에는 날지 않고 가만히 모여 있다가 해가 지면 저리도 신나는 군무를 추는 걸까. 또 수만 마리의 새들이 이리저리 숨가쁘게 날며 정신없이 군무를 추면서도 어떻게 부딪히는 사고가 하나 없는 걸까. 아니 이들은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올림픽을 위해 연습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이들의 군무를 보고 있노라면 그져 신비롭고 놀라울 따름이다.  
  
가창오리는 한국에서 겨울을 나는 대표적인 철새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80만 마리 밖에 안돼 ‘멸종위기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수록되어 보호받고 있는 가창오리 떼,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나며 그 가운데 90% 이상이 우리나라를 찾는다고 한다.

금강은 가창오리의 최대 월동지로 알려져 있다. 2004년 1월 가창오리 한·일공동조사단이 전국 14개 지역을 대상으로 월동지역을 조사한 결과 65만8000여마리 가운데 91%인 60만마리가 금강호에서 관찰됐다고 한다.

금강호가 가창오리의 최대 월동지가 된 이유는 금강의 강폭이 넓어 은신처로 적당하고, 웬만한 추위에도 강물이 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인근 십자포와 만경평야, 충남 서천군 등지에 너른 평야가 자리해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가창오리 떼가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것이다.

아름다운 석양하늘에서 군무를 펼치고 있다.
▲ 가창오리 군무 3 아름다운 석양하늘에서 군무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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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창오리는 야행성 동물이라서 밤에만 활동을 하는데 주변의 만경평야와 십자평야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이른 아침에 금강하구언으로 날아온다고 한다. 이때는 이른 새벽이라서 가창오리 떼는 보이지 않고 바람소리만 하늘에 가득하다고 한다.

가창오리 군무가 시작되는 시간은 항상 일정하다. 정확히 해가 수평선으로 떨어진 다음 10분 후에 펼쳐진다. 오늘 일몰 시각이 17시 32분이면 17시 42분 전후에 군무를 펼친다. 군무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포인트는 나포제방과 나포조류관찰소로 알려져 있다.

가족과 함께 겨울나들이로 금강하구언을 찾아 아름다운 석양하늘에서 펼쳐지는 가창오리의 멋진 군무도 하고, 금강하구언에 있는 탐조대 전망대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근사한 저녁식사는 다른 여행지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태그:#군무, #가창오리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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