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하얀 입김이 곱다.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터져 나오는 하얀 입김은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 인해 겨울의 맛을 알려주고 있지만, 겨울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하얀 입김의 열기를 어쩌지 못하고 주저앉고 마는 것이다. 열정의 힘 앞에서 어쩌지 못하고 체념하고 있었다.

  이곳은 미나리 수확이 이루어지고 있는 미나리 광이다. 미나리 광에는 차가운 물이 그득 넘쳐나고 있다. 미나리는 물속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싱싱한 미나리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온 몸을 물속에 넣어야 한다. 그런 수고로움이 있기에 수확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한 겨울의 차가운 물속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은 근로의 숭고함이 무엇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힘겹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작업을 하면서도 활기가 넘치고 있음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의 식탁에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운 미나리가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숙연해진다.

  미나리 수확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이다. 벼농사를 일찍 마치고 그 곳에 미나리를 심은 것이다. 정성과 사랑으로 가꾼 미나리를 지금 한창 수확하고 있는 것이다. 작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던가? 사랑을 쏟아 부은 만큼 어김없이 보답을 한다고 한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많이 있다. 파란 하늘도 그러하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들의 모습도 그러하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자신의 일에 아주 열심인 사람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몰입을 통해서 열중하는 모습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뚝하다.

  미나리를 수확하면서 뿜어내고 있는 하연 입김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싱그러운 미나리를 수확하고 있는 얼굴에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혀 있는 것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분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다워지고 아직은 살만한 세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나리를 수확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갖고 열정을 불태우는 삶은 그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삶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성취감을 통해서 보람된 삶을 만드는 것이 가장 돋보이는 삶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겨울을 녹이는 그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