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2007년 17대 대선 그 이후 :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가 2008년 첫 포럼을 열었다.
 4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2007년 17대 대선 그 이후 :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가 2008년 첫 포럼을 열었다.
ⓒ 이경태

관련사진보기


2007년 12월 19일 '이명박 대세론'은 현실이 됐다. 이제 막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 시대'의 거침없는 변화는 당장 피부로 와닿는다. 3불 정책도, 금산분리 정책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국도 더 없이 혼란하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손학규 당대표 합의추대'를 두고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민주노동당은 '자주파'와 '평등파'의 오랜 갈등이 폭발하며 분당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10년 간 성장해온 진보와 개혁의 기치가 사정 없이 흔들리고 있다.

이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이 2008년 1월 8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아래 민운연)의 '2007년 17대 대선 그 이후 :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 포럼에 모여 '이명박 대통령 시대' 그리고 '진보개혁세력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 새로운 보수의 출현?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은 "17대 대선은 신성장연합의 승리"라며 "신성장연합으로 진화한 보수 정치세력에 대응할 신평등연합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은 "17대 대선은 신성장연합의 승리"라며 "신성장연합으로 진화한 보수 정치세력에 대응할 신평등연합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경태

관련사진보기

"특별히 2007년 대선은 민주적 · 개혁적 · 진보적 · 좌파적 세력에게는 통절한 반성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신자유주의 지구화에 조응하는 탈규제와 친기업적인 정책을 특징으로 하는 '신성장연합'의 출범을 의미한다. 과거 개발독재세력에 대응하는 '평등연합' 혹은 '민주개혁연합'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이번 대선에서 중도리버럴세력 즉 자유주의정치개혁세력이 점유했던 공간이 무주공산이 됐다"며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개혁세력은 이 영역을 누가 점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 '개혁적 국민 정치의 공간'을 좌파가 우파적 공간으로 규정하고 뒷짐지고 있어서는 안된다"며 "사회적 공공성을 화두로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새로운 의제로 복합적 평등연합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광일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이번 선거는 63.8% 대 26.2%+3.0%+0.07%가 아니라 63.8%+26.2% 대 3.0%+0.07%으로 봐야 된다"며 "이미 자유주의개혁정치세력은 신자유주의를 내재화하는 등 내용적으로 보수화된 이상 진보정치세력에게 남은 것은 자신을 버리고 스스로 재구성하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를 새로운 보수로 보기보다 노무현 정부가 새로운 보수가 아닌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세부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 그렇게 무식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어 이 교수는 "여성이든, 노동이든 사회관계를 중심으로 비대칭적이거나 억압적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해 발언하고 같이하는 것이 진보"라며 "진보정치세력은 이런 사회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의제들을 같이하고 중도리버럴정치세력과 따로 가면서도 같이 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제2의 창당 힘써야" VS "새로운 진보 신당 필요"

이광일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이번 선거는 63.8% 대 26.2%+3.0%+0.07%가 아니라 63.8%+26.2% 대 3.0%+0.07%으로 봐야 된다"며 "이미 자유주의개혁정치세력은 신자유주의를 내재화하는 등 내용적으로 보수화된 이상 진보정치세력에게 남은 것은 자신을 버리고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광일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이번 선거는 63.8% 대 26.2%+3.0%+0.07%가 아니라 63.8%+26.2% 대 3.0%+0.07%으로 봐야 된다"며 "이미 자유주의개혁정치세력은 신자유주의를 내재화하는 등 내용적으로 보수화된 이상 진보정치세력에게 남은 것은 자신을 버리고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이경태

관련사진보기

조 교수와 이 교수는 최근 민주노동당 분당과 관련한 의제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조 교수는 "중도리버럴 정치가 급진적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면 (급진)진보정치세력은 대중과의 새로운 결합을 위한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며 "NL(자주파) 대 PD(평등파) 대립 구도의 정당 형태로 분화되기보다는 NL적 PD와 PD적 NL의 구도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NL의 의제는 중도리버럴세력이 지난 10년 간 점유해버렸다. 이제 PD의 의제가 약진할 시기다. 그러나 PD가 대중적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분당되면 기반조직인 민주노총, 전교조 등에서 얼마나 새로운 신당으로 갈 것인가. 분당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고민하고 경험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다."

토론자로 나선 손석춘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역시 "제2 창당을 힘 있게 추진하는 것과 분당은 다르다"며 "자주와 평등의 가치 모두 필요하고 새로운 진보 운동이 필요한 상황에 분당을 하는 것은 거꾸로 향하는 것"이라고 동의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분당 이후 사태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분당을 주장하는 까닭을 이해해야 한다"며 "현재 완고한 자주파는 환경,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의 진보적 가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에 이어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소장도 "이번 대선에서 당심이 민심과 괴리됐다"며 "2002년과 달리 추상적이지만 대중에게 새로운 가치,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고정 지지층마저 까먹은 것은 민주노동당을 지배하고 있던 정파질서 탓"이라며 이 교수의 비판에 동의했다.

조 소장은 "당 내 중앙위원회, 대의원회 심지어 비대위조차도 다수파인 '자주파'의 동의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한다"며 "그를 일소해 노동과 환경을 핵심의제로 삼는 신당, 계급연대 · 사회연대 전략을 철저히 실천하는 진보 신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보와 개혁의 공존은 끝나지 않았나?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은 "차라리 자유주의정치세력 혹은 온건개혁노선의 정체성을 현실적으로 정립하고, 진보영역은 보다 더 진보적인 가치를 가진 사람이 공략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질문을 던졌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은 "차라리 자유주의정치세력 혹은 온건개혁노선의 정체성을 현실적으로 정립하고, 진보영역은 보다 더 진보적인 가치를 가진 사람이 공략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질문을 던졌다.
ⓒ 이경태

관련사진보기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들은 '진보개혁세력'이라는 프레임의 유효성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은 "조희연 교수가 이명박 정부를 신보수로 규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전선을 만들 수 있는 기회로 보시는 것 같지만 긍정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차라리 자유주의정치세력 혹은 온건개혁노선의 정체성을 현실적으로 정립하고, 진보영역은 더 진보적인 가치를 가진 사람이 공략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 진보연합, 민주대연합을 논할 때 한국 정치 사회를 양당체제적 지향점을 갖고 접근했다고 본다. 이제 전망을 현실적으로 분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시장경쟁체제를 받아들이고 구축해온 온건개혁노선을 '진보'라 호명하면서 혼란이 있었다고 본다. 이제 온건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은 논쟁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한국정치가 발전하는 것, 그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겠나."

손 원장 역시 "이제 '진보개혁세력'이라 뭉그러뜨리는 개념 규정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냐"며 "신자유주의 반대를 내건 정당, 후보들의 득표수, 그리고 '비판적 지지'를 위해 정동영 후보에게 흘러간 표까지 계산해본다면 이번 대선의 패배는 자유주의정치세력의 패배이지, 아직 새싹 수준인 진보정치세력의 패배라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순성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진보적 가치들은 매우 다양하고 이러한 가치들 사이에서도 마찰이 발생한다"며 "우리가 추구하려는 목표가 진보정치세력이 내놓은 정책 수단으로 달성될 수 있냐"며 "산을 올라갈 때 등산로나 오솔길 등 다양한 방법이 있듯 진보개혁세력이라는 용어는 아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보세력,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야"

서복경 전 국회도서관 입법정보 연구관은 "이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성실한 방법으로 맺어가는 '역사'가 필요하다. 새로운 인물과 이벤트를 통해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고 주장했다
 서복경 전 국회도서관 입법정보 연구관은 "이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성실한 방법으로 맺어가는 '역사'가 필요하다. 새로운 인물과 이벤트를 통해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고 주장했다
ⓒ 이경태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통렬한 반성 역시 잇따랐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은 "과거식의 진보가 한계를 드러냈다"며 "일반 사람들은 주택, 주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진보는 산업화 시대의 개념을 가지고 강제로 밀어붙이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진보세력이 말도 잘 하고 목소리도 높지만 그것이 대중과 소통하고 있거나 대중의 삶 속에 들어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강변할 뿐"이라며 "진보세력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복경 전 국회도서관 입법정보 연구관은 "진보정치세력이, 자유주의정치세력이 대안이나 솔루션을 내놓지 못해서 대선에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이명박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이 경제를 해결해줄 메시아라 생각해서 투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이명박 정부에게 표를 던진 것은 노무현 정부에게서, 열린우리당에게서 얻은 심정적인 상처 탓. 신의와 도리를 배신한 데 대한 상처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이 차떼기사건으로 지지자들이 상처 입었던 것처럼 지금 과거 진보개혁세력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자존심에 상처 입었고, 창피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성실한 방법으로 맺어가는 '역사'가 필요하다. 새로운 인물과 이벤트를 통해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변태해서 인스턴트 형식으로 채널을 만들면 타락한 유권자들이 남게 된다. 정당이 어떻게 운동을 하는가, 전선에 서는가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시대, #진보정당, #진보세력, #조희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