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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았다. 맞는게 두렵고 피냄새도 싫었지만 결국 끝까지 벨트를 지켜냈다. 시합이 끝나고 나서야, 챔프는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겼다. 뇌출혈이었다. 9일간 힘겨운 사투를 벌였지만 최요삼 선수는 결국 일어날 수 없었다.

1월 3일 0시 1분. 뇌사판정을 받은 최요삼 선수의 인공호흡기가 꺼졌다. 고인의 뜻에 따라 각막, 심장, 간 등 6곳의 장기 적출수술이 시작됐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는 혈액형, 조직적합성 등을 판정하여 최 선수의 장기가 이식될 가장 적합한 환자를 찾아냈다. 최 선수의 간을 받게 될 환자는 전북 전주 전북대병원에 있었다.

전북대병원 간담췌이식외과 유희철 교수는 서둘렀다. 장기는 정해진 시간 안에 이식수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식할 수 없게 된다. 심장은 4시간, 간은 6시간 안에 이식을 성공시켜야 한다.

 고 최요삼 선수
 고 최요삼 선수
ⓒ 한국권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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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최 선수의 간을 가지고 내려온 유희철 교수가 도착했다. 최 선수의 폐, 각막, 심장 등 다른 5곳의 장기는 새 삶을 기다리는 전국의 다른 환자들에게 이식됐다. 서두른 덕분일까. 장기가 상하기 전 수술을 시작할 수 있었다. 수술을 집도한 간담췌이식외과 조백환 교수는 "간이 크고 상태가 좋다, 최 선수가 투병 중 영양공급을 받지 못해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3시 40분. 조백환 교수와 유희철 교수가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간 이식수술이 시작됐다. 수술실 밖은 최 선수의 간을 이식받는 수혜자 가족들이 초조한 모습으로 지키고 있었다. 수혜자는 독성 간염으로 투병 중이던 C씨(59, 전남 장흥). C씨는 관절염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독성 간염에 걸려 지난해부터 광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나빠지기 시작하자 병원 의사의 권유로 지난해 12월 27일, 간이식수술이 가능한 전북대병원으로 옮겼다. C씨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된 간이식 희망환자 3143명 중에서 혈액형·조직 등이 최 선수와 적합해 선정됐다. 무려 3143:1의 경쟁률을 뚫은 셈이다.

수혜자 C씨의 아들 S씨(28)는 이미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어머니에게 간을 이식해주려 1차 검사를 마친 상태였다. 2차 검사를 기다리던 도중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S씨는 "어제 저녁 9시쯤 최요삼 선수의 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최요삼 선수의 소식을 들었을 때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최 선수의 간을 받게 되어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수술 성공여부를 떠나 어머니에게 새롭게 태어날 기회를 준 것 자체가 고맙다, 그래서 어머니는 꼭 사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받았으니 드려야하지 않겠냐"며 "나도 장기기증을 할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고 최요삼 선수의 간이 이식된 전북대병원 수술실
 고 최요삼 선수의 간이 이식된 전북대병원 수술실
ⓒ 선샤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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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경이 되어서야 수술이 끝났다. 수술을 마치고 나온 조 교수는 피로해 보였지만 "결과가 좋다. 걱정 안하셔도 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조교수는 "실제 수술은 5시에 시작해서 10시에 끝났다. 일단 2~3일 지켜봐야 되겠지만 경과는 아주 좋은 것 같다. 간 상태도 좋았고, 이식받는 분이 여성이라 간이 좀 컸던 것을 제외하면 큰 어려움은 없었다. 빠르면 2주에서 1달이면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최 선수의 용기 있는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말을 이었다. "처음엔 급한 환자가 많아 우리(전북대병원)쪽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왔다"며 "장기이식이라는 게 기증자 본인의 의지가 있어도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은데 최 선수의 가족 분들이 대단한 결정을 내리신 것 같다"고 말했다.

수혜자 C씨의 가족들도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혜자 가족들은 이제 C씨가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만이 남게 됐다.

끝까지 벨트를 지킨 위대한 영웅은 6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주며 그의 아버지 곁으로 갔다. 최요삼 선수는 뇌출혈에 진 게 아니다. '아름다운 승리'를 했다. 새로운 6명의 삶으로 다시 태어난 고 최요삼 선수는 진정한 챔피언이 되어 우리 곁에 남게 됐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sun4i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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