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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8년 1월 1일 무자년 새해가 막이 오른 지도 그 새 6시간 하고도 10분이 지났다. 남편은 남산에서 해맞이 행사가 있어 이미 집을 나갔고 기온이 많이 떨어진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얼마나 추운지 베란다 문을 여는 순간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매섭게 불어든다.

 

얼른 두툼한 덧옷을 껴입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믐을 향해 기울어가는 여인네 눈썹 같은 달이 하늘 가운데 높이 떠있다. 깊은 잠에 빠진 듯 아직 세상은 고요하기만 한데 아파트 숲 빌딩들이 한 집 두 집 불을 밝히자 육중한 콘크리트 덩이가 생명체처럼 다시 되살아난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아파트 담장 옆을 달려가는 인천행 열차, 레일에 닿는 쇳소리가 평소보다 더 힘차게 들린다. 어제와 다름없는 일상 그러나 끝과 맞닿은 시작점인 오늘은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분명한 획이 그어진 날이다.

 

나이도, 학년도, 더 보태지고 저마다의 가슴엔 새로운 각오와 희망으로 가득한 새해의 첫날, 아직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깨끗한 탁상용 캘린더, 올핸 어떤 기록들이 남겨질까?

 

개인 약속, 모임, 가족과 친지들의 생일을 비롯한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 지인들의 경조사까지도 빼곡히 적힐 테지. 올해도 무탈했던 작년만 같았으면 하는 소박함 속에서도 축하를 주고받을 기쁜 날들이 더 많았으면 하고 바란다. 

 

크고 작은 행사를 치르며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또 한 해가 저물고 요즘처럼 세월이 빠르게 느껴질 땐 유수와 같은 세월을 탓하기 보다는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 하루하루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그것을 이룰 기대감에 세월을 탓할 경황도 없을 것이다.

 

새해 아침, 모든 이들이 그랬겠지만 나도 작은 소망들을 가슴에 품어본다. 그 중 올해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열심히 글을 써 보기로…. 아직 돌도 안 된 햇병아리 시민기자지만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뚫듯 조급함 없이 은근과 끈기로 해를 거듭하다 보면 뭔가 이루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난 2007년 5월 28일은 내게 있어 태어난 날만큼이나 특별한 날이다. 새색시처럼 수줍은 마음으로 첫 송고를 하고는 채택이 될까? 안 되면 어쩌지~ 조바심하며 기다렸던 기억이 새롭다. 요즘은 글쓰기가 일상이 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예전과 달라졌음을 스스로가 느낀다.

 

가방 속 소지품 중엔 늘 핸드폰과 명함 크기만한 디카가 들어있다. 실수로 지갑을 빠뜨리고 나가는 일은 있어도 디카만은 꼭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내게 있어 카메라는 단순히 영상을 담아내는 기계가 아니라 글감을 사냥하는 도구이다.

 

많은 사람들이 해맞이를 위해 멀리 정동진으로 동해로 산으로 떠났지만 난 높다란 16층 우리 집 베란다에서 해맞이를 할 요량으로 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었다.

 

잠시 후면 무자년의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겠구나 하고 방에 들어와 쓰던 글을 마저 쓰려는데 갑자기 현기증이 나서 잠시 누웠다 일어난다는 것이 그만 깜빡 잠이 들어 60년 만에 맞는 무자년의 해맞이를 아쉽게도 놓치고 말았다.

 

 

마치 도둑을 맞은 듯한 기분, 그러나 오늘도 만물을 소생케 하는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르고 어느새 아파트 지붕 꼭대기에서 무한 에너지를 쏟아내며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태그:#해맞이,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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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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