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8년 무자년에 향일암의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독자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본다.
▲ 향일암 일출 2008년 무자년에 향일암의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독자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본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새해 아침, 해를 품고 있는 암자 향일암으로 해보러 갔다. 향일암은 여수 돌산도 금오산의 가파른 절벽 위에 위치하고 있다. 경사진 계단 길은 숨이 턱에 찬다. 돌문을 지나 암자에 오른다. 대웅전 법당에는 소원을 비는 불자들의 합장이 이어진다.

아직 법당 추녀 끝에는 달이 걸려 있다. 흰 구름이 쏜살같이 달려간다. 새벽 6시, 해맞이에 좋은 장소는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찼다. ‘소원양초’에 가족의 소원을 담아 불을 밝혔다. 올 한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달라고….

대웅전 법당 앞에는 수많은 양초가 저마다의 소원을 간직한 채 불을 밝히고 있다.
▲ 소원양초 대웅전 법당 앞에는 수많은 양초가 저마다의 소원을 간직한 채 불을 밝히고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수줍음 타는 태양, 사람들 애태워

대웅전 법당 앞에는 수많은 양초가 저마다의 소원을 간직한 채 불을 밝히고 있다. 아침 해뜨기 전에 소원을 빌어야 효험이 있다고 한다. 남해바다의 하늘에는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시커먼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그런 건 아랑곳없이 사람들은 바다를 향해 겹겹이 장벽을 이루고 있다.

서울에서, 대전에서, 하루 전에 가족과 함께 이곳에 왔다는 사람들은 가족을 위한 기도를, 순천에서 온 소녀는 공부에 대한 기도를, 어떤 아저씨는 돈 많이 벌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위가 밝아오지만 수평선에는 아직 잿빛구름이 내려 앉아 있다. 카메라 셔터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아직 하늘에는 달이 법당의 추녀 끝에 걸려있다.
▲ 반달 아직 하늘에는 달이 법당의 추녀 끝에 걸려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사람들은 바다를 향해 겹겹이 장벽을 이루고 있다.
▲ 먹구름 사람들은 바다를 향해 겹겹이 장벽을 이루고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붉은 기운이 감돈다.
▲ 여명 붉은 기운이 감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바다는 고요하다. 호수를 닮은 바다에는 잔물결이 인다. 붉은 기운이 감돈다. 새해에 향일암에 가면 해보다 먼저 사람들이 뜬다. 어둠 속에 서 있는 사람들의 머리가 동글동글 떠오른다. 붉은 빛이 비추자 "여기다! 여기다~!" 이곳저곳에서 갑자기 웅성거린다. 해는 구름 속에 숨어들어 살짝 모습을 보이다가 사라지곤 한다. 좀처럼 보이지 않는 해를 향해 누군가 "구름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해가 수줍음을 타나봐"라며 수군댄다.

잿빛구름 속에서 해가 타오른다.

"어~ 올라왔어."
"저걸 보기 위해 우리는 밤새 달려왔어."
"와~! 멋있네."

잿빛구름 속에서 해가 타오른다.
▲ 잿빛구름 잿빛구름 속에서 해가 타오른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세상을 비추는 새해의 눈부신 태양

해는 산불이 번지듯 구름을 태우며 타오른다. 와~ 함성이 터져 나온다. 동백꽃보다 더 붉은 태양이 솟아오른다. 2008년 무자년 쥐띠해의 눈부신 태양이 세상을 비춘다.

낙산사의 홍연암, 남해 금산의 보리암, 강화도 보문암과 함께 한국의 4대 관음기도 도량중의 하나인 향일암, 영구암이라고도 부르는 향일암은 기암절벽과 동백나무, 아열대 식물에 둘러싸여 있다.

금오산의 형상은 마치 거북이가 경전을 등에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같다. 향일암의 멋진 경관은 대웅전 옆 바위굴을 지나 원효대사 수도도량인 '관음전' 앞에서 보는 바다 풍경이다. 대웅전 앞 난간의 시원스런 바다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절벽을 발 아래 두고 바라보는 남해바다의 망망대해는 기분마저 상쾌하게 한다.

대웅전 옆 약수터를 지나면 관음전이다. 한적한 분위기의 관음전 뒤로 올려다 보면 기암절벽 위에 또 다른 암자가 보인다. 잿빛구름과 안개에 뒤덮인 남해바다는 하늘과 바다가 분간키 어렵다.

대웅전 앞의 사람들의 물결
▲ 대웅전 대웅전 앞의 사람들의 물결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이미 해가 떠올랐는데도 사람들의 물결은 계속 이어진다.
▲ 수많은 인파 이미 해가 떠올랐는데도 사람들의 물결은 계속 이어진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원효대사, 관세음보살 친견하신 관음전

관음전 가는 길은 어두운 바위굴을 통과해야 한다. 관음전 앞에 올라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들과 하늘을 나는 갈매기, 그림처럼 떠 있는 어선들의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 관음전은 원효대사께서 수도 도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하신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중생들이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항상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공경하면 고난과 불행을 면하고 해탈을 얻게 된다고 한다. 이는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인해서 관세음보살과 중생이 일체감을 형성하여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불경바위라 불리는 경전바위는 옛날 원효대사가 수도를 끝내고 이 향일암을 떠날 때 그 많은 불경 책을 가져갈 수 없어 공중에 날려 보낸 것이 이곳에 떨어져 경전바위로 변하였다고 한다. 이 바위는 흔들바위로 한번 흔들면 한권의 경전을 읽은 공덕이 있다고 전해지나 현재는 험난한 산세로 인해 출입을 금하고 있다.

향일암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저마다의 소원을 빈다.
▲ 소원 향일암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저마다의 소원을 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큰 거북이가 목을 쭉 내밀고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형상이다.
▲ 거북의 머리 큰 거북이가 목을 쭉 내밀고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형상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대웅전은 항상 사찰의 중심이 되는 전각으로 큰 힘이 있어서 도덕과 법력으로 세상을 밝히는 부처님을 모시는 전각이다. 대웅전의 우측에 위치한 관음전(용왕전)은 관세음 보살을 주불로 모시고 해상용왕과 남순동자가 협시하고 있다. 용왕님은 농사의 풍작과 더불어 바다의 풍어, 천재지변으로부터의 보호, 그리고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축원하며 사바세계의 중생에게 복을 주는 선신이다.

대웅전 좌측에 위치한 삼성각에는 산신, 칠성, 독성 세분의 서인을 함께 봉안하고 있다. 이 향일암이 위치한 금오산을 멀리서 바라보면 큰 거북이가 목을 쭉 내밀고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형상이다.

새해에는 모든 이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붉은 태양이 활활 타오르는 2008년 무자년에 향일암의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독자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 남해 고속도로 - 순천 I.C - 여수 - 돌산대교 - 17번국도 16km - 죽포 -7번국도 9km -임포 (돌산대교에서 약 25Km)



태그:#향일암, #태양, #일출, #원효대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