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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분도 틀리지 않고 정확히 ‘오전 11시 30분’이 되자 버스는 문을 닫고 터미널을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보면 참 매정합니다. 그러면, 누군가가 이렇게 묻겠지요? 정시에 떠나는 차를 보고 뭐가 매정하다고 그러느냐? 그럼 여기서 잠깐, 예전에 들었던 아내의 얘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예전에 처가는, 자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꼭 가족 여행을 떠났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아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가족이 모두 떠나는 날, 늦게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처형이 버스를 향해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차 좀 세워달라고 기사에게 부탁했답니다. 저기 한 사람이 덜 탔다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차는 매정하게 터미널을 빠져나갔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저는, 아내의 그 말을 듣고서 정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보면서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나봅니다.

 

오후 3시 20분, 동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잠시 승객을 내려주고 약 20분 뒤, 저희가 탄 버스는 드디어 목적지 삼척에 도착했습니다. 자가용으로 올 때 보다 빠르게 왔습니다. 만약 제 차를 가져왔다면 5시간 이상 걸렸을 겁니다. 오면서 노느라고….

 

터미널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 4시 쯤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를 갈 거냐고요? 글쎄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어디를 가보기 위해 강원도 ‘삼척’에 온 것이 아니기에 교통정보도 모르고, 버스 노선도 정확히 모른 채 무작정 버스 정류소에 이렇게 서 있는 것입니다. 아무 버스나 오면 행선지를 보고 대충 갈만한 곳이면 타려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질 않습니다. 아까 내린 삼척고속버스터미널 앞에 마련된 ‘관광안내소’에서 미리, 이것저것 물어보고 나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네요.

 

한참을 기다림에 지쳤을 때, 저희 앞으로 택시 한 대가 ‘스르르’ 와 섭니다. 잠깐 눈이 마주친 저는 기사에게 ‘추암’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저 문득, 생각나는 곳이 ‘추암’이었거든요.

 

“10분 정도요!”

 

10분이면 택시요금이나 버스 요금이나 비슷하겠다싶어 무작정 아내와 아이의 등을 밀어 택시를 탔습니다. 삼척은 워낙 좁아서 3명 정도면 버스보다 택시가 더 쌀 수도 있다는 택시기사의 말에 수긍하며, 겨울 바다를 보기 위해 달렸습니다.


저희를 태운 택시는 시원스럽게 추암에서 동해로 이어지는 국도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정말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실제론 거리가 가까운 것이 아니고 워낙 빠르게 질주를 하니 거의 10분만에 추암에 도착한 것입니다.

 

택시비는 4천원 넘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뚜뚜뚱!!!!  택시기사는 영업 구역이 다르다면서 추가 할증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도합 7천원. 완전히 속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도착하고서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아! 이곳도 결국 개발이 더 되는구나! 저는 속으로  낙담했습니다.

 

여행자들은 무엇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납니까? 도시에 있는 커다랗고 깔끔한 대형 건물과 잘 갖춰진 편의시설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먼길을 떠나오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제가 자세한 내막도 모르면서 이렇게 말할 자격은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런 대규모 개발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11년까지 동해시는 추암 일대를 좋은 자연자원과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테마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 계획은 이 일대 1만3000여 평을 관광단지로 만들고, 현재 해수욕장 앞에 자리한 상가와 주택 등은 모두 옮길 계획이랍니다. 벌써 이주단지를 해수욕장 위쪽에 완공했다고 하더군요. (참고, 2006년 4월 6일자 <조선일보>)

 

추암역 철길에서 내려와 먼저 조각공원을 산책하고, 철조망이 바다를 가로막은 경계선을 따라 마을 앞 작은 동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사람들이 아무리 여기저기를 바꿔놔도 저 바다는 언제나 똑같은 모습입니다. 정말 고마울 뿐이지요.

 

오후 5시 40분. 해변에서 어두워 질 때까지 놀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관광안내소에서 들은 정보로는 오후 5시 55분에 정도에 버스가 오고 오후 6시에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혹시나 해서 좀더 빨리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렸지요. 놓치면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곳 추암은 대중교통으로 오기가 참 힘든 곳입니다. 2시간에 한대 꼴로 있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망상해수욕장 방면으로 나가는 방법 아니면, 2km정도를 걸어서 큰 길까지 나가서 버스를 타는 방법뿐입니다. 

망상해수욕장에서 동해역을 거쳐 추암까지 운행하는 ‘61번’ 버스 시간표
망상해수욕장 출발 (06:30, 08:34, 10:42, 12:50, 14:58, 17:06, 19:14)
추암 출발 (07:28, 09:36, 11:44, 13:52, 16:00, 18:08, 20:16)
참고로 저희가 18:08 차를 기다렸는데, 17시 55분에 들어와서 18시 정각에 출발했습니다. 시간 여유를 많이 가져야 할 듯합니다. 


태그:#추암, #고속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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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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