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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송의 밤 행사장
 시 낭송의 밤 행사장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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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과 술이 넘쳐나는 시끄러운 송년 대신,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는 실내에서 자신이 좋아하던 시 한 편을 낭송하며 평소 만나고 싶은 작가와 담소하는 송년은 어떨까?

한해의 끝을 향해 달리는 12월, 젊음의 거리 대학로의 일석기념관에서는 '독자들이 이끄는 시낭송회'라는 조금 특별한 행사가 '책 읽는 사회 문화재단' 주최로 열렸다.

전시된 책을 둘러보는 독자들
 전시된 책을 둘러보는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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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돈키호테>와 랩으로 만들어진 시, 독자들이 자신의 애송시를 직접 소개하고 낭독해주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송년의 추억을 만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특히 이 행사에는 소설가 박완서를 비롯 정현종, 이문재, 하성란, 조경란, 방송인 정용실, 연극배우 박상종, 뮤지컬 배우 김민우 등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함께 해  참석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도서관에 가는 게 숙제라고 했더니 단박 엄마의 허락이 떨어졌다. 공일날 아침, 그 애네 집에서부터 도서관까지의 길은 나에겐 멀고도 낯설었다. (중략) 들어가는데 아무런 수속절차가 필요 없었고 아저씨 한 사람이 선생님처럼 앞의 책상에 앉아 있고 아저씨 뒷면 벽이 온통 책장이었는데 아무나 자유롭게 꺼내다 볼 수 있는 개가식이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것 같은 열람을 위한 수속 절차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제 집 서가의 책처럼 마음대로 꺼내다 보고 재미없으면 갔다 꽂고 딴 책을 가져오기를 아무리 자주 되풀이해도 그만이었다."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소설가 조경란이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낭독하고 있다.
▲ 소설가 조경란(왼쪽)과 박완서. 소설가 조경란이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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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씨와 조경란씨가 나란히 무대에 섰다. 조경란씨는 박완서씨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중 '처음 도서관에 간 날' 이라는 부분을 낭독했고 박완서씨는 자신의 애송시인 김현승 시인의 '눈물'을 암송했다.

새해 소망을 적고 있는 소설가 박완서.
 새해 소망을 적고 있는 소설가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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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들이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시집 <김현승 시초>에서

박완서씨는 아들을 잃고 슬픔에 잠겨 아무 일도 하지 못했을 때, 김현승 시인도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었음을 알고 위로받았다고 고백하며 김현승 시인의 '눈물'이 애송시가 된 사연을 들려주기도 했다.

제자의 동시를 낭송하고 있는 여희숙씨입니다.
 제자의 동시를 낭송하고 있는 여희숙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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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낭송 시간에 초등학교 교사인 여희숙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의 시를 낭송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방구

방구는 여러 사람이 끼는 것이다
내가 방구를 한 번 껴보니
방구가 '뽕' 나왔고
어떨 땐 '뚜뚜뚜뚜' 나올 때도 있다.
방구는 참으면
둥그런 비누방울이
나오는 것 같다
그게 터지면
잠지가 간지럽다
서울 초당초등학교 2학년 이정주


정현종 시인이 자작시 '이슬'과 남의 시 '강의 백일몽'을 낭송하고 있다.
 정현종 시인이 자작시 '이슬'과 남의 시 '강의 백일몽'을 낭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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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시인은 자신의 시를 랩송으로 들으며 새로운 양식에 호기심을 나타냈고 이문재 시인이 송년시를 낭독하면서 순서를 마감했다.

시인 정현종(맨 왼쪽)과 소설과 박완서(왼쪽에서 세번째)가 고등학생 독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시인 정현종(맨 왼쪽)과 소설과 박완서(왼쪽에서 세번째)가 고등학생 독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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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주최 측이 마련한 떡과 김밥을 먹으며 문인들의 사인을 받거나 평소 궁금한 점을 물으며 거리감을 좁혔다.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을 벌이고 있는 '책 읽는 사회 문화재단'은 깨어있는 시민, 성찰하는 인간, 생각하는 사회를 위해 2006년부터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년간 농·산·어촌의 57개 초등학교 도서관을 지원해 도서지역 초등학생들은 아름답고 쾌적한 도서실을 가지게 되었다.

또 북스타트는 영·유아를 위한 북스타트 사업을 통해 핵가족 시대에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함께 키워내는 지역사회 육아지원 역할 분담의 새로운 사회모델을 제시하며 북스타트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순서가 끝나고 기념 촬영중인 소설가 조경란, 안찬수, 정현종 시인.
 순서가 끝나고 기념 촬영중인 소설가 조경란, 안찬수, 정현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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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수 사무국장은 2007년에 2번의 시낭송회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2008년에는 격월로 시낭송회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해에 독자들은 더 많은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과 멋진 시낭송회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태그:#북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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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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