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을 꼽으라면 미국인들은 주저 없이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을 꼽는다. 우리나라의 추석과 설날처럼,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에 먼 길도 마다않고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함께 나누고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꽃을 피우며 단란한 가족의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연시에 보통 일주일 이상 휴가를 받는다. 올해 역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휴가 동안 6500만 명이 대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크리스마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복잡한 쇼핑센터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미국인들은 1년 동안 쓰는 소비 비용의 거의 절반 이상을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인에게는 크리스마스 때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이 무척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12월만 되면 미국의 쇼핑센터는 차를 세울 곳이 없을 만큼 주차장이 만원이고 매장 안은 수많은 인파로 넘쳐난다. 우체국 역시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들과 지인에게 선물을 보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선물교환 전통으로 연중 최대 대목을 노리는 미국의 쇼핑센터는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고객을 유혹하기 위해 각종 세일 행사와 특별 사은품 증정 등 판촉행사를 벌이고,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쇼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기꺼이 지갑을 연다.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쇼핑을 위해 태어난 듯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떠오를 만큼 엄청난 수치의 지출을 한다.
쇼핑 문화와 함께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풍경은 미국인들의 크리스마스 장식이다. 특히, 12월 초가 되면 미국인들은 집 밖에 형형색색의 전구들로 나무들과 집 전체를 장식하고, 집 앞 잔디밭에 산타 인형이나, 동물 인형,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형상 등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한 아름다운 장식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거의 1월 중순까지 계속되며, 도시 전체에 연말연시의 분위기를 한껏 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한편, 집안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 놓고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받기 위한 큰 양말을 가족들 숫자대로 걸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1600년대 초 미국에 건너온 영국인들이 인디언들과 싸우며 칠면조 고기를 먹고 살아 남은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온가족이 모여 칠면조 요리를 먹는 추수감사절과 달리 크리스마스에는 특별히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 없다. 멀리 떨어져 있던 온가족이 모인 만큼 가족이 즐겨먹던 요리를 준비하고 후식으로 호박, 체리, 사과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파이를 만들어 후식으로 즐긴다. 미국 파이는 단 맛이 너무 강해 한국인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추석이나 설날인 명절이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에 따로 즐겨 입는 의상은 없다. 다만, 기독교 사상 위에 세워진 나라의 전통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장을 차려입고 교회에 가서 성탄 축하예배를 드린다. 미국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예배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평소 교회를 잘 다니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날만큼은 온가족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미국에서의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풍경 중 하나가 바로 구세군의 자선냄비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빛나는 상점 입구, 우체국 등의 각종 공공건물 입구, 쇼핑센터 입구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해서 불쌍한 이웃을 위한 모금 활동을 펼친다.
이와 함께, 미국의 생필품 판매 상점들은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함으로 대형 박스를 마련해 상점 입구와 출구에 설치한다. 상점을 찾은 고객이 우유, 계란, 빵 등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제품을 구입해 모금함에 넣어두면, 이 제품들을 모아서 필요한 이웃에게 전달한다. 이처럼 미국사회에는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다양하고 쉽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자연스럽게 불우이웃에게 관심을 갖게 만든다.
미국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들뜨고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된다. 일반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오랫동안 못 만났던 가족과 지인들과 만나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우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