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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이른 아침,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내가 사는 곳으로 왔습니다. 주소가 우리집에 올라와 있어 각 선거의 투표 때마다 모시고 옵니다. 동생 내외까지 합해 우리 가족 투표권자는 여섯 명. 이 중 아버지만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어머니를 비롯한 다섯은 한 후보를 지지해왔습니다. 이번에도 아버진 이회창 후보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지지한 후보는 계속해서 미역국을 마셨습니다. 올해까지 하면 이회창 후보를 세 번이나 찍었지만 이번에도 당선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찍은 후보도 떨어질 것 같습니다. 각 방송국의 출구조사에서 이명박 후보가 50%가 넘는 과반의 찬성으로 대통령이 될 거라는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투표를 하고 나서 점심으로 매운탕을 먹으러 갔습니다. 메기매운탕입니다. 아버진 매운탕을 무척 좋아하십니다. 어머닌 그리 좋아하지 않으시지만 아버지를 위해 자주 매운탕을 끓여드렸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매운탕을 즐겨 먹었던 것 같습니다.

 


점심시간에 선거 이야긴 안 했습니다. 싱거운 이야기가 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각자 지지하는 사람들이 당선권에 근접하지 못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점심을 먹고 집에 와서 쉬면서 아내와 부모님은 이러저런 이야길 재미나게 합니다. 이야기 중에 어머니는 아들 자랑을 하시고, 아내는 남편 흉을 봅니다. 내 이야기가 나올 땐 난 자리를 피합니다. 옆에 있으면서 좋은 소리이건 안 좋은 소리이건 들어봤자 껄끄럽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아들 녀석과 함께 시골에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출구조사를 통한 지지율이 방송됩니다. 유난히 이번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보였던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녀석이 방송을 듣곤 '안 돼!'하고 소리칩니다.


평소 아들 녀석은 정동영 후보의 거리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동영 만세!'하면서 정 후보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표출했었습니다. 포스터만 봐도 '정동영 만세!'를 불렀으니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들 녀석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그냥 좋다고 합니다. 거짓말은 안 하니 좋다고 합니다. 평소 학교에서 가정에서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는 소릴 숱하게 들어서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은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의 모습을 보고 실망이 무척 큰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과는 다른 결과가 어른들에 의해 나왔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솔직합니다. 아무리 요즘 아이들이 영악하다 할지라도 사실은 사실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 것인지 압니다. 아이들도 귀가 있고 눈이 있어서 듣고 봅니다. 그래서 스스로 판단할 줄도 압니다.


대통령 선거는 끝났습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그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제 17대 대통령이 탄생할 것입니다. 새 대통령이 될 분은 앞으로 모두의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꿈을 심어주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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