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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의 기름 유출 사고가 국내 조선업계에 되레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뉴스>는 18일 태안 앞 바다에서 4년 반만에 최악의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해 이중선체 유조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안 사고 이후 주요 선사들이 이중선체 유조선 발주를 늘리고 있으며 아울러 사고에 대비해 초대형 유조선(VLCC) 대신 이보다 작은 수에즈막스나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이중선체 유조선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이중선체 유조선
ⓒ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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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 바다에서 삼성중공업 소속 바지선과 충돌해 1만톤 이상의 원유를 해상에 쏟아부은 '허베이 스피릿'호는 단일 선체 유조선이다. 이로 인해 충돌하자마자 선체에 난 구멍에서 원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만약 이 배가 이중선체 유조선이었다면 기름 유출량을 60% 이상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아이러니는 이번 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계가 바로 이중선체 유조선을 해외에서 대량 수주하면서 사세를 키웠다는 것.

1989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손발데즈호' 사건 등 초대형 기름유출사고가 빈발하자 '국제해사기구(IMO)'는 주요 해상 수송로를 오가는 유조선을 모두 이중선체로 제작할 것을 의무화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신규 유조선 발주가 급증하면서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국내조선업계가 몇 년 간 큰 호황을 누린 바 있다.

태안반도의 사고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도 단일선체 유조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역시 당초 예정보다 2년 정도 빠른 201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 가이드라인에 맞춰 이중선체 유조선만 운항하도록 규정을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

이에 따라 국내 해운업체들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유조선 17척 중 6척이 단일선체인 현대상선은 리모델링 등을 통해 2010년까지 모든 유조선을 이중선체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태안반도의 어민들이 어장황폐화로 고통을 받는 사이 정작 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은 유조선 발주 급증으로 콧노래를 부르게 된 기묘한 풍경이다.


태그:#태안반도,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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