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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일일드라마는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KBS 일일드라마는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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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드라마 하면 KBS 방송사가 떠오른다. 물론 과거 몇 번 MBC 방송사에 시청률이 뒤진 적은 있지만 근래 몇 년 사이 굳건히 아성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일일드라마는 KBS가 우위를 점하고 있고 심지어 MBC는 방송 시간대를 변경해 경쟁을 피하고 있을 정도다.

KBS 일일드라마 시청률은 강세, 인기도는 약세

하지만 문제는 <별난 남자 별난 여자> 이후 점점 시청률은 높지만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 특히 KBS 하면 일일드라마가 공식화되어 가고 있지만 정작 무슨 작품이 방영되고 있는지 사람들 대부분은 모른다.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즉 고정적인 시청자층 덕분에 시청률 면에서는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청자들은 일일드라마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미우나 고우나>의 시청률은 30%대로 최고 35%까지 경신한 적이 있다. 전체 시청률 1, 2위를 넘다들 정도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연예 신문에서 <미우나 고우나>의 기사는 그저 시청률 이야기일 뿐 그 이상의 에피소드 전개나 출연진들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럼 이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시청률은 높은데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가 말이다. 사실상 20%대 시청률을 보이는 MBC<아현동 마님>이 큰 이슈를 끌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그 이슈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아현동 마님>이 <미우나 고우나>보다 더 나은 상황이다.

사실 이렇게 된 것에는 고정 시청자층인 중장년층 덕분이다. 중장년층이 재미있어 하는 요소들을 모두 골라 작품을 방영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장년층은 보던 채널을 쉽게 바꾸는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변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선호하던 채널을 유지하기 마련이고, 당연히 KBS 일일드라마가 시청률에서 강세를 띨 수밖에 없는 것.

즉 작품의 내용 혹은 작품성보다는 늘 보던 비슷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시청률을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만일 중장년층이 늘 보던 내용이 아닌 파격적인 설정 혹은 이전과 다른 에피소드가 등장했다면 외면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미우나 고우나>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는 내용을 전개해 시청률에서만큼은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미우나 고우나>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는 내용을 전개해 시청률에서만큼은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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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일일드라마는 모두가 붕어빵!

그래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KBS도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지속적으로 비슷한 드라마를 양산하고 있다. <금쪽같은 내 새끼>부터 본다면 늘 가족을 중심으로 자녀들의 사랑과 결혼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주 에피소드로 다루어왔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심지어 일일드라마에는 주요 가족으로 세 가족만 등장하면 모든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그만큼 KBS 일일드라마가 지속적으로 비슷한 구도와 설정, 내용을 다루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가령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자. 희수네(홍수아)와 진국네(남궁민), 재민네(심지호)와 지혜네(김빈우)의 네 가족 간의 결혼과 사랑의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다. 여기에 희수네와 재민네는 혈연관계로 맺어져 있다. 희수의 어머니 강정애(김창숙)과 강성애(유지인)는 자매이다.

즉 네 가족으로 각기 자식들이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는 과정 속에서 집안의 반대가 등장해 우여곡절 끝에 서로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 이후 인기가 높아 연장을 하기 때문에 결혼 후에 젊은이들의 갈등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후속작품에서도 여전하다. <별난 여자, 별난 남자>에서도 장남집, 차남집, 막내 딸집, 사돈집 등 네 가족이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자녀들의 사랑과 결혼, 집안의 반대 등이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 후속 작품인 <열아홉 순정>도 <미우나 고우나>도 인물들의 관계와 설정 등 다를 바가 없다.

또한 가족의 설정뿐만 아니라 출생의 비밀, 결혼의 반대 등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도 하나 같이 반복되는 등 새로운 요소가 등장하지 않는다. 더욱이 이들은 모두 가족의 화합과 용서라는 기획의도를 내세우지만 정작 그들이 보여주는 가족의 화합과 용서는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 급작스레 타협점을 찾는다.

그 전까지는 갈등이 갈등을 불러일으키거나 높은 시청률 덕분에 내용을 질질 끌어 원래 기획의도와는 다른 상황으로 전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국내 드라마의 단골소재인 만큼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하고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다.

따라서 KBS 일일드라마는 이같은 내용을 오래도록 고수하고, 버리지 않는다. 다만 더 자극적인 설정과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용을 풀어가 높은 시청률을 이어갈 뿐이다.

시트콤이지만 기존 단골소재가 아니어도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거침없이 하이킥>
 시트콤이지만 기존 단골소재가 아니어도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거침없이 하이킥>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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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나 고우나, 한국 드라마의 병폐 총집결

이러한 점은 <미우나 고우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우선 백호네, 단풍이네, 지영이네, 달현네로 네 식구가 등장하고, 백호(김지석)의 어머니(김해숙)와 달현(김찬우)은 남매 관계로 등장한다.

여기에 단풍이의 어머니(김혜옥)와 백호의 어머니는 친구 사이며, 딸 단풍(한지혜)과 아들 백호가 사랑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백호의 어머니와 봉만수(이정길)가 황혼에 결혼하게 되어 새로운 가정을 형성한다.

이처럼 중년의 사랑이야기가 극 초반에 등장해 신선한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그것이 주요 내용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 백호와 단풍이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 한편에서는 지영(이영은)과 단풍이의 오빠 나선재(조동혁)와 결혼이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는 등 전작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역시나 <미우나 고우나>는 출연진들이 달라지고,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을 뿐 내용을 그리는 방식은 여전하다. 즉 한국 드라마의 병폐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이 총집결해 부와 가난으로 인한 결혼 반대, 사랑 대신 돈을 선택하는 남자 등의 설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별다른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

대신 중장년층이 보던 드라마를 계속 보는 습관 덕분에 비록 시청률은 높게 나오고 있지만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특히 중년의 사랑을 그림에 있어서도 가난 때문에 결혼을 반대하는 이야기가 등장할 만큼 <미우나 고우나>는 이전과 다르지 않은 일일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미우나 고우나>는 전작의 인기공식을 그대로 답습해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음을 제작진과 KBS 방송사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리타분한 갈등 없이도 가족의 화합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요소들은 많기 때문이다.

비록 시트콤이기 하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부와 가난으로 인한 결혼의 반대, 야망에 사로잡힌 남자, 가정에서의 여자와 남자의 역할 등이 기존에 다루어졌던 것과 다르게 그려지면서도 가족의 화합과 용서, 훈훈한 가족애를 보여준 바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KBS 일일드라마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시청률만 높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모습은 옳지 못하다. 드라마는 시청자와 호흡할 때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태그:#일일드라마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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