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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의 인기를 다시 되찾게 해준 <섹스 앤더 시티>
 미국 드라마의 인기를 다시 되찾게 해준 <섹스 앤더 시티>
ⓒ 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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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일명 ‘미드폐인’이라는 신조어를 탄생하며 시청자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어 한 차례 신드롬을 일으켰다. 더욱이 국내 드라마의 천편일률적인 소재들로 식상해 하던 시청자들에게 미국 드라마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양한 소재와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배우들의 명연기 등 삼박자가 골고루 이루어지면서 미국 드라마 폐인들이 양산되었다. 물론 미국 드라마가 자리잡는 데는 케이블 채널이 한몫을 했다.

미국 드라마 신드롬으로 국내 드라마 비난

사실 과거에 이미 미국 드라마가 국내에서 한 차례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당시 케이블 채널이 없던 시대였기에 공중파 방송사에서 방영되었고 국내 드라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대표적인 드라마로 <V> <A 특공대> <베버리힐즈의 아이들> <맥가이버> <블루문 특급> 등 기존 국내에서 보지 못했던 소재들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다 국내 드라마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드라마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후 케이블 채널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지 못한 여건으로 미국 드라마를 수입해왔고 역시 국내 드라마가 정체되었던 시기와 맞아떨어지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앨리맥빌> <섹스 앤 더 시티>처럼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해 <CSI 과학수사대> <프레즌 브레이크>까지, 국내 드라마와 비교되며 미국 드라마의 작품성이 주목을 받으며 더욱더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지금은 그러한 신드롬이 조금 식은 상황이지만 이번 신드롬은 단순히 미국 드라마가 인기 중심에 놓인 것으로 그치지는 않았다. 인기를 넘어 국내 드라마에 쏟아지는 우려의 목소리 혹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내 드라마의 소재가 천편일률적인 방향으로 흐르다보니 소재가 한정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져만 갔다. 여기에 시청률을 의식해 비슷비슷한 드라마들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은 식상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국내 드라마의 작품성이 비난의 초점이 되었다.

사실 이러한 비난의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시청률지상주의로 인해 국내의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비슷한 장르와 내용들이 속속 등장해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은 식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예로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노처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달자의 봄> <9회말 2아웃> 등 아류작이 속출했다.

여기에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진 것은 잘나가던 드라마 수출이 정체되기 시작했고, 한류도 불씨가 꺼져가면서 해외 현지사람들도 국내 드라마의 비슷한 소재에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해 자성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국내 드라마 전체를 매도하지 말라!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노처녀를 소재로 한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온 점들이 국내 드라마의 문제점을 지적되고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노처녀를 소재로 한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온 점들이 국내 드라마의 문제점을 지적되고 있다.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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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연 국내 드라마에는 좋은 드라마가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미국 드라마는 왜 그리 좋은 드라마들이 많은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비록 국내 다수 드라마가 비슷한 소재와 장르에 편중된 것은 사실이지만 간혹 터트려주는 아름다운 드라마들이 있는데 무조건 국내 드라마의 위기를 울부짖는 것은 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드라마들이 모두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큰 착각이라는 생각도 든다.

해외에 수출하는 드라마들이라면 적어도 그 나라에서 작품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드라마였을 것이다.

즉 만일 그 나라에서 크게 사랑을 받지 못했던 작품들이라면 국내에서 수입이 되지 않았을 테고, 당연히 수입된 드라마 대부분은 인기를 보장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미국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 한국 드라마는 식상함’으로 공식화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섹스 앤 더 시티>와 <어글리 베티>를 볼 때 둘 다 미국에서 큰 이슈를 만들어 낸 드라마지만 국내에서 <어글리 베티>는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아마도 국내 정서와 맞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을 테고, 출연한 스타의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역으로 생각해 해외에 수출되는 국내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들이다. 그래서 무조건 국내 드라마는 식상하고, 진부하며 재미없다는 평가는 극단적인 일이라 말하고 싶다.

따라서 국내 드라마의 위기를 운운하는 일은 거품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물론 국내 드라마의 질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도 하지만 모든 드라마를 전부 매도해서는 안 된다. 가끔씩 터뜨려주는 완전 소중한 드라마들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드라마일수록 부각시키자!

대표적인 드라마로 <고맙습니다> <막돼먹은 영애씨> <하얀거탑>과 같은 드라마들이다. 특히 <고맙습니다>는 겨울 연말 시상식 숨은 복병으로 불리고 있다. 최근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쾌거를 올리고 있다.

사실 MBC 연말 시상식에서는 <고맙습니다>의 주인공들이 후보명단에는 올랐으나 크게 눈길을 끌지는 않았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는 <고맙습니다>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맙습니다>처럼 좋은 드라마가 우리에게도 많았던 점을 부각시켜 한드에 바람을 일으켜보자.
 <고맙습니다>처럼 좋은 드라마가 우리에게도 많았던 점을 부각시켜 한드에 바람을 일으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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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는 방영 당시 큰 시청률을 올린 작품은 아니다. 다만 상대 방송 <마녀유희>로부터 시청률 1위를 탈환했다는 점과 훈훈한 감동을 선사해 박수를 받았던 작품이었다.

즉, 연말 시상식이 시청률을 의식해 분배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했다는 사실은 시청률만을 생각하는 방송사에게 반성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와 함께 <막돼먹은 영애씨>도 마찬가지의 경우이다. 케이블 채널 자체제작 드라마로 네티즌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현재 2시즌이 방영되고 있다.

물론 연말 시상식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수상을 하지 못하겠지만 리얼리티를 살려내며 노처녀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내 이름은 김삼순>의 후광에서 벗어나 비로소 또 다른 노처녀 드라마 하나가 탄생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드라마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다보니 좋은 드라마들이 국내 드라마에서 많았다는 점을 시청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개 대박 시청률을 기록했다거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톱스타급일 경우 확실하게 연말 시상식에서 보장받는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아무리 좋은 작품이어도 크게 빛을 보지 못한다. 과거 <굿바이 솔로>가 연말 시상식에서 전부 제외되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어글리 베티>는 유명한 스타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인기를 누렸고, 좋은 작품으로 평가를 받으며 제59회 에미상(Emmy Awards) 코미디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즉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드라마일수록 부각시켜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껏 우리는 시청률만을 좇아 인기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대부분 좋은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호응과 달리 방송사에서는 크게 부각시켜주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국내 드라마에서는 좋은 작품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을 뿐더러 방송사에서 적극적으로 수출에 주력하지 않은 탓에 해외에서도 비슷비슷한 드라마들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좋은 드라마를 많이 제작해야 할 방송사가 이러한 점들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제 국내 드라마가 미국 드라마보다 못하다는 소리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태그:#드라마 , #미드 , #고맙습니다, #막돼먹은 영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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