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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에서는 '아이러니'가...

 

'이명박 특검안' 통과 여부를 놓고 국회에서는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 특검안' 통과를 막기 위해 13일부터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었고, 14일 저녁에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진입해 의장석을 장악하려 하면서 벌어진 몸싸움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주도로 구성된 '이명박 특검안'은 ①BBK와 다스 실소유주 의혹 ②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 ③상암 DMC 특혜분양 의혹 ④AIG 그룹 특혜 의혹 ⑤자녀 위장취업 등을 다루는 것이 확정됐습니다.

 

모두가 이명박 후보의 '서울시장' 시절에 초점이 맞춰진 법안들입니다. 공직자윤리법 위반 문제나 공직자의 직권남용 문제 여부가 달려있는 사안들입니다. 이중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더라도 정치적 타격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명박 특검안'은 '이명박 대세론'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으로서는 '이명박 대세론'이 본선까지 연결돼 정권을 잃을 경우를 대비한 마지막 승부수이며, 한나라당으로서는 '다 잡은 정권'이나 다름없는 현실에서, 특검 수사결과가 검찰의 수사결과를 뒤집을 경우에 입는 타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두가 이명박 후보의 주변에서 '의혹'이 끊이지 않으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이명박 후보가, 현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의 도덕성만 됐어도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으로서는, '이명박 특검'으로써 이명박 후보의 모든 비리의혹에 대한 총공세를 펼침으로써 실마리가 잡힐 경우, 3년 7개월 전(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복을 겸해 최후의 승부수가 통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정당 정치의 틀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유력후보'라는 이유로 유야무야 넘긴 것이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정당이 순간의 유력정치인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현실의 한계이며,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당정치의 현실,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을 겸허히 반성하는 풍토가 자리잡히지 않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어쨌든, '아이러니'라고 할만 합니다. 3년 7개월 전에는 입장이 달랐습니다. 옛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해 '노무현 탄핵'을 막고자 결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숫적 열세에 밀려 결국 탄핵안 통과가 성사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노무현 탄핵'은 오히려 열린우리당에게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국민의 선택에 따른 대통령 선출을 야당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겠느냐"는 국민의 뜻이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로 직결됐기 때문입니다.

 

명분으로만 따지면, 입장이 바뀐 현재도 대통합민주신당에 더 큰 명분이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확실히 미진했으며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특검 찬성'이 약 57%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40~45%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명박'이라는 이름을 기점으로 그 판단기준이 확연하게 엇갈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검안'이 통과된다면, 대통합민주신당은 특검 수사결과에 따라 대통합민주신당에게 유리할 결과가 도출돼 '이명박 탄핵'으로 연계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둘러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총선이 내년 4월로 코앞에 닥친 것입니다. '이명박 대세론'은 한편으로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 가능성'을 열어두는 길이기도 합니다.

 

바깥에서는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국민중심당과 사실상의 통합을 선언하면서 '범보수 외연 확대'가 눈앞에 예정돼 있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으로서는 '총선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현재 숫적 우세를 점할 때, 최대한 빨리 밀어붙여야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으로서는 '노무현 탄핵'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던 전례를 생각하면 불안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비리의혹'은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사유'인 '선거법 위반'과는 그 스케일이 확연히 다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명분의 문제는 과거 한나라당보다 오히려 현재의 대통합민주신당이 더 유리한 것입니다.

 

어쨌든 아이러니입니다. 정권의 향방에 따라, 역사는 이렇게 뒤바뀌기도 하며, 입장이 서로 바뀐 채로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 정당정치의 아이러니입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안으로는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이유"로 본회의장 바깥 의원휴게실에서 식사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뒤에 국회 청소직원들이 도시락 폐기물을 치우는 장면이 발견된 것입니다. 식사하는 것은 좋은데, 그 뒷처리는 왜 자신이 안하는지 그것이 잠시 궁금해졌습니다.

 

 

'상암 DMC 특혜분양 의혹'과 'AIG 그룹 특혜 의혹'은 뭘까

 

'BBK 의혹'이나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 '자녀 위장취업' 문제는 언론지상에서 거의 매일 보도되면서 모든 국민들도 알고 있는 사안입니다. '이명박 특검법'의 범위에서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상암 DMC 특혜분양 의혹'과 'AIG 그룹 특혜 의혹'일 것입니다.

 

먼저 '상암 DMC 특혜분양 의혹'은 "이명박 서울시장이 '한독산학협동단지'라는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상암 DMC 지구 내의 금싸라기 땅 5천여 평을 분양해 수천억원대의 개발 이익을 얻게 했다"는 의혹입니다. (자세한 보도는 <한겨레21> 6일자 기사 <위풍당당 오피스텔, 얼렁뚱땅 시장님>에서)

 

서강대 사회학과 윤여덕 교수가 2000년 여름부터 구상한 '독일식 공학 기술 연구시설'을 위해 설립한 자본금 1억원 규모의 '한독'에 대해 고건 전 국무총리가 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의 서울시가 관심을 보이면서, "DMC(Digital Media City)에 KGIT(한독연구단지)를 짓도록 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가 2002년 6월 25일에 체결된 것입니다.

 

"KGIT가 연구소 설립을 위한 토지와 5년간 연구단지 운영 비용을 부담하고, KDU(독일의 학자·기업인 모임 '독일대학컨소시엄')는 독일연방 정부와 독일 기업들의 지원을 얻어 2억 유로의 연구시설과 기자재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 조건이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자본금 1억원 규모의 KGIT가 '교육연구시설'과 '외국기업용지' 용도로 정해진 각각 2389평과 2875평의 땅을 합친 5264평을 불하받은 것입니다. 판매가는 각각 평당 885만원과 1115만원.

 

용적률 800%가 적용되는 금싸라기 땅으로서,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비슷한 조건의 뚝섬 '서울숲' 앞 상업지구는 평당 7500만원 선에서 팔렸다고 합니다. '개발이득'을 취한 부분인 것입니다. 실제로 '한독'은 땅 매입 자금은 물론, 계약금과 회사 운영비도 제대로 마련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열악한 회사였습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개발업체 '시티밸리'가 '한독'과 계약을 맺어 오피스텔을 분양할 기획을 추진한 것입니다.

 

'한독'이 공급자로 확정되지 않았고, 규정상 오피스텔을 지을 수 없는 땅임에도 '오피스텔 분양'을 매개로 시티밸리의 자금이 개입된 정황 자체가 이상한 것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 최재성 의원은 이 정황에 '윗선'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AIG 특혜 의혹'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대한 업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청계천 복구'와 함께 여의도에 국제금융센터를 세우겠다(2013년 완공)는 것입니다. AIG 아시아본부를 일본에서 여의도로 옮겨와 서울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건물의 기공식인 2006년 6월 5일은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퇴임일을 20여 일 앞둔 시점이었는데, 어느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도 안된 상태에서 기공식을 먼저 한 예는 내가 아는 한 없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확인결과 2013년에 입수할 'AIG'는 일본에 소재한 '아시아본부'가 아니라, 'AIG 부동산투자 한국사무소'였던 것이며, 구두로 전한 이면계약일 뿐이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특별시가 AIG에게 제공한 특혜는 공사기간 동안 토지임대로 면제, 2017년까지 임대료 80% 유예, 하지만 최소의무보유기간은 2005년을 기점으로 불과 10년입니다. 2013년에 완공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AIG 측은 완공 후 2~3년 후에 '부동산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AIG 측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는겁니다. '이명박 특검안'에는, 이 2개의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의혹이 포함된 것입니다. (관련기사 KBS 8월 9일자 기사 <[심층취재] 국제금융센터 빈껍데기 될 처지>, 8월 10일자 기사 <국제금융센터 ‘빈껍데기?’>)

 

임채정 국회의장 "17일 낮 직권상정"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몸싸움을 지켜본 임채정 국회의장은 "17일 낮에 '이명박특검안'을 직권상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4일의 몸싸움을 무위로 돌리면서, 그 '몸싸움'을 17일 낮에 다시 재현하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어졌습니다.

 

대통령 후보자의 도덕성과 준법의식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숱한 의혹 중에서 '위장전입'과 같은 의혹은 이명박 후보 본인도 시인했던 적이 있습니다. 과거, 한나라당은 단 한 번의 위장전입을 이유로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 총리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1977년부터 위장전입을 무려 17번이나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녀 위장취업'이라는 것까지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대구에서는 자녀들의 학교배정에 불만을 품은 일단의 학부모들이 "대통령 후보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 하는 마당에 좀 더 좋은 학교로 아이들을 보내는 것이 무슨 범죄행위나 되는 것처럼 호들갑이냐"는 반발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자의 도덕성과 준법의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이명박 특검안'이 그래서 중요한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대통령 한 사람의 존재가 국민 전반의 준법의식과 도덕성을 좌우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보수 성향으로 알려졌던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가 TV연설에서 '정동영 지지'를 선언하면서 언급한 "나는 내 자식이라도 뻔뻔스런 거짓말을 하면 목을 쳐버릴 사람"이라는 부분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이장춘 전 대사가 '정동영 지지'를 선언하게 된 명확한 사유는 알 수 없지만, 말인즉 맞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제쯤 명확한 도덕성과 준법의식이 검증된 대통령 후보자들 사이에서 '선택'이라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지. '워터게이트' 당시 단 한번의 거짓말로 대통령 직을 사퇴한 닉슨 미국 전 대통령의 일화가 그래서 자주 소개되는 것인 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명박 특검, #이명박, #한나라당, #BBK, #박영선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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