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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의를 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아낄까이다."


지난 7일 유조선 충돌사고 이후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초 6학년 최주희 학생이 쓴 태안 '까매진 마음'이란 글 일부분이다.


태안 유조선 충돌 사고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은 어른들만이 아니었다. 아이들도 부모들이 바다에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러 가지 않고 바다를 뒤덮은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일을 하러 가는 것이 슬프다고 한다.


"아침부터 이상한 냄새가 학교 주위를 맴돌았다. 정말 난 우리학교 가스가 샌 줄 알아 살짝 긴장을 했다. 그런데 점심시간 우연히 배식 아주머니를 통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유조선이라는 배가 터져 냄새가 난다고 한다."


"뉴스를 보고 탁자에 종이 하나가 있어 그 종이를 보았더니 돈을 납부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그걸 보는데 엄마가 한마디 했다 '다른 집은 물세도 5000원 나오는데 우리집은 20000원이나 나오니… 이제 머 먹고 산다니…."


유출사고로 인해 당장 먹고 사는 길이 끊긴 어민들은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연말 세금용지가 배달되면서 걱정은 더해 갈 뿐이다.

 

"빨리 기름이 없어져서 수영도 하고 생선반찬도 먹고 싶다"

 

 

4학년 박영지 학생은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로 힘들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간절한 희망을 적어내기도 했다.


"우리 아빠가 양식하시는 통게까지 (기름이) 와서 지금 양식업도 못하시고 있다. 매일 내가 어리다고 말씀은 안 하시지만 한숨소리가 커진 걸 보니 내 마음도 무겁다. 빨리 기름이 없어져서 수영도 하고 생선반찬도 먹고 싶다."


바다 곁에서 항상 바다와 함께 생활하고 바다로부터 갖가지 먹을거리를 얻었던 아이들은 이젠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생활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걱정한다.


"나는 빨리 바다가 원래대로 돌아와서 수영을 하고 싶고, 꽃게도 잡고 싶다"고 2학년 송유림 학생은 소망을 적어내며 "우리는 기름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일 해야 하는데 기름 때문(에) 일하러 못 가고 기름 치우러 갔다"고 기름 유출사고로 인해 달라진 생활을 표현했다.

 

 

또한, "우리는 어촌이여서 바닷가에서 나는 조개 같은 것들을 팔아서 먹고사는 주민들인데 바닷가가 오염되어서 바닷가에서 나는 조개를 안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피해를 입고 있다"며 3학년 송현진 학생은 돈벌이가 없어진 어촌마을의 단상을 설명했다.


기름 유출로 달라진 생활은 이것만이 아니다. 3학년 류미진 학생은 "기름냄새가 학교까지 심하게 나고 있어서 운동장에서 놀 때에 등학교 할 때도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면서 "어쩔 때에는 기름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어지러울 때도 있습니다"라고 불편한 일상생활과 장기간 노출된 기름 냄새로 인한 두통까지도 호소했다.


현재 생활은 물론 앞으로의 생활이 더욱 걱정되고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우리 마을에 불어 닥친 재앙에 멀리서까지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고 전한다.

 

"기름이 너무 무서워요. 바다를 치료해 주세요"


5학년 송유진 학생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자신의 고마운 심정을 밝혔다.


"월요일 날부터 우리 학교는 관광버스, 승용차 등으로 북적거렸다. 추운데 오셔서 기름을 없애는 작업을 같이하시려고 오신 자원봉사자들 차였다. 정말정말 고마웠다. 멀어도 도와주려고 온 자원봉사자들이 너무너무 고마울 따름이였다."


한편, 1학년 박솔 학생은 원유 유출사고 인해 달라진 생활과 도움의 손길을 이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호소가 담긴 마음을 전했다.


"우리 바다는 파랬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바다에 기름이 꽉 찼습니다. 기름이 너무 무서워요. 바다를 치료해 주세요, 바다에 있는 동물과 식물도 치료해주세요. 부탁이예요. 제 동생 가득이가 다시는 푸른 바다를 못 볼 수 있어요. 바다에 기름냄새가 너무 지독한데 그 바다에서 일하시면 너무너무 힘들고, 머리도 아프고, 힘들겠죠? 제발 도와 주세요. 바다가 아프대요. 너무 걱정되요. 언제 푸른 바다로 돌아올까요?"


태그:#태안 기름유츌,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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