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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아마도 영화의 한 장면일 것이다.

 

# 꿈에 그리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하게 된 레이첼, 그 순간 카메라맨으로 가장한 포트맨이 그녀에게 총을 겨누고 범인이 포트맨이란 것을 확신한 프랭크는 레이첼을 향해 몸을 던져 자기가 대신 총에 맞는다.

 

# 깔끔한 정장차림에 선글라스와 이어폰을 꽂은 건장한 경호원들이 좌우를 살피며 고급 승용차를 에워싸며 달린다.

 

이렇게 영화의 소재 뿐 아니라 TV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경호원은 현대인들에게 친숙하다. 또 장래 희망으로 경호원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경호원. 어느 누군가의 뒤편에 서서 드러나지 않는 그들. 건장한 몸매에 검은 양복, 무언가를 쫓는 눈빛, 잘못하면 발차기가 터져 나올 것 같기도 하지만 그들을 만나보면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지난 10일 양산 B.O.B를 찾아 그 화려함 뒤에 숨은 다양한 이야기와 경호원의 세계를 들어보았다.

 

꿈을 이루다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기자를 반기는 양산 B.O.B 주영찬 이사. B.O.B는 Best of Bodyguard의 약자로 최고의 보디가드를 일컫는 말이다.

 

국내외 전문 경호업체에서 선발된 우수한 5명의 경호원들이 현재 활동 중이며 국내 경호/경비 전문기업인 (유)J.S.S.와 한국 경호사관 프로그램을 동시에 시행하고 경찰청 허가 159를 인허 받은 양산 유일의 경호업체이다.

 

각종 무도 단일 4단 이상의 유단자를 기준으로 3개월 코스의 일반 경호요원 양산 프로그램과 6개월 코스의 경호사관요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양산 B.O.B가 자리 잡은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지난 2004년이다. 양산이 고향인 주영찬 이사는 서울·경기 지방에서 경호를 배우고 경호원으로 활동하던 중에 고향땅에 자신만의 회사를 꾸리고 싶은 욕심으로 어렵사리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공부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운동은 꾸준히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경호원에 관심을 갖게 됐고 청와대 경호를 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마침 아시는 분이 열심히 하면 키워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환경으로 잠시 그 꿈을 1~2년 정도 접었습니다. 청와대 경호는 아니지만 결국 제 꿈을 이렇게 이뤄 현재 두 개의 사설경호업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경호원들의 세계

TV·영화에 등장하는 경호원들의 모습은 단면에 불과하다. 때와 상황에 따라 어느 곳이든지 투입되는 사람들이 경호원이다.

 

따라서 그들이 하는 일은 국내외 저명인사나 분쟁중인 사람들에 대한 개인 신변보호에서부터 가족들에 대한 경호, 공연장이나 회의장 경호, 시설 경호·경비, 시위 현장 등 활동무대는 아주 넓다. 어찌 보면 개인의 사생활에서부터 사회문제까지 그들이 활약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경호원은 '깡패'로 통한다.

 

"일반 사람들은 경호원들을 '멋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운동 좀 하는 건달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경호원에 대한 인식의 차이죠. 그것이 저희가 차량에 경찰청 허가증을 붙이고 다니는 이유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든 관할 경찰청의 허가를 받고 활동을 하며 자신들이 준경찰의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들에게도 지옥 같은 현실이 있다. 노조시위나 철거현장 투입이 그것이다.

 

"경호일 하는 사람들은 한번 씩 겪는 일이며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조, 철거현장 등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릅니다. 양측의 생사가 달린 문제기 때문에 폭행이 오가기도 합니다. 이 때 언론에 경호원들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나올 때 억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속상하기도 합니다."

 

어느 편에 설 수 없이 자신들의 임무이기에 맞설 수밖에 없는 그들. 겉모습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아픔 또한 경호원들의 세계다.

 

경호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경호학과가 부쩍 늘어나면서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다. 그러나 대개 경호원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다. 이에 대해 무조건 운동만 한다고 해서 경호원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영찬 이사는 말한다. 경호원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자격조건과 교육이 따른다.

 

"신체조건에서 남자는 키 175㎝이상, 여자는 165㎝이상이어야 합니다. 단일종목 3단 이상의 자격증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이 외에도 안경 대신 렌즈를 착용하고 두발, 복장, 걸음걸이 등의 예의범절도 갖춰야 합니다. 굳이 몸집이 커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의뢰인보다 경호원들이 왜소해 보인다거나 약해보이면 불안해서 일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예전에 비해 여성 경호원들의 수요도 차츰 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눈으로 보는 게 전부가 아니 듯 경호원도 마찬가지다.

"경호원이 멋있고 쉬운 일이라는 것은 오해입니다. 세상 어떤 일이 쉬울 수가 있습니까. 처음 1~2년은 힘들 거라고 각오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수입도 적을 뿐 아니라 밤샘은 물론이고 어떤 경우는 노숙자처럼 지내기도 하고 하루 온종일 서 있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 맑은 날이 오고 보람도 느끼게 되지요."

 

주영찬 이사 역시 경호원에 첫 발을 들였을 때 수십 번이고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에 부쳤다. 회사를 차리면서도 힘든 날의 연속이었다.

 

"양산에서 경호일이 무슨 필요가 있으며 돈이 되겠느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당시는 경호라는 인식이 부족했고 필요성을 못 느꼈지만 지난 3년 간 꾸준히 노력한 결과 아주 많이 바뀌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호일을 한 지 8년차라는 주영찬 이사는 힘든 과정에서도 포기 할 수 없었던 것은 경호만의 매력에 푹 빠져서란다.

 

"내가 누군가를 보호해준다는 것.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경호원들끼리 하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나 시작은 할 수 있지만 아무나 경호원이라는 명찰을 달기는 어렵다고 말입니다."

 

덧붙여 주영찬 이사는 겉모습에 치우쳐 경호원이 되지 말라고 당부한다.

 

"경호원이라는 직업이 결코 멋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한번 쯤 꿈꿔 봄직한 일이겠지만 자신이 정말 이 일을 하고 싶고 책임질 수 있는 강한 마음이 있을 때 도전했으면 합니다. 경호원이 되기까지의 교육과정은 군대보다 힘듭니다. 체력 테스트는 기본이고 예절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차를 잡고 뛸 때도 규칙이 있습니다. 이를 이겨 낼 자신이 있을 때 경호원의 꿈을 키웠으면 합니다."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이 좋아 경호원의 길을 걷는 사람들. 이들에게는 단지 운동을 하면 경호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뒤에 숨어 드러나지 않게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내면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따뜻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인터뷰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한소리타임즈 제8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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