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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4 대 보수 2"

 

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이인제, 문국현, 이회창(기호 순) 등 각각의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20대 젊은이 6명에게 물은 결과다. 중도개혁과 중도보수 등 '중도는 없다'고 가정하고 진보와 보수 중 택해달라는 질문에 이들은 이같이 답했다.

 

내심 지지하는 후보의 성향과는 다른 수치를 예상했었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자의든 타의든 단일화의 압박과 요청을 받는 4명의 진보성향 후보들과, 정권교체를 놓고 경쟁하는 2명의 보수성향 후보들의 숫자와 일치한다.

 

박승종(이명박)씨는 "보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이명박 후보를 좋아하고 지지하다 보니 보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성(이인제)씨는 "진보와 보수를 정확하게 나눌 수 있는 걸 정확하게 모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동학(정동영)씨도 "진보와 보수의 기준을 남북문제만을 갖고 나눌 수도, 경제문제만을 놓고 논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맞장구를 쳤다.

 

이 결과와는 달리 흔히들 20대의 성향이 보수화됐다고 말한다. 김보민(문국현)씨는 "학교 수업에서 2·3학년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80명이 보수라고 답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며 20대의 보수화 지적을 뒷받침했다.

 

10대 때 IMF 겪은 20대에겐 먹고 사는 일이 제일 중요?

 

198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10년 전 IMF가 터졌을 때 11살에서 17살까지의 학생 신분이었다. IMF는 이들의 민감한 사춘기를 관통했다. 당연히 악몽이었을 터.

 

-  한창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키울 10대 때, IMF를 이겨내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자라서인지 20대는 먹고 사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20대가 보수화된 이유라는데, IMF에 대한 기억은 어떤가?(개인사가 많이 들어 있어 익명으로 처리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과정이었어요. 아버지가 무역을 하셨는데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어요. 그런데 외환위기가 터지고 아버지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 대학에 입학한 뒤에야 뒤늦게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IMF 때 아버지의 밥벌이가 끊기셨어요. 아버지가 원래부터 정치적 신념이 있으셨던 건 아니었는데 정권을 잡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반작용으로 한나라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시더라고요. 지금은 변하시기는 했지만."

 

 "어머니와 동생을 책임지느라 6학년 때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했어요. 신문배달, 분식배달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어요. IMF가 터졌을 때도 어차피 경제적인 독립을 하느라 별반 달라진 건 몰랐어요. 그 때 어머니가 카드빚을 내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며 살았는데, IMF가 터지자 채무자들이 모두 잠적했어요. 그 빚 감당을 아직도 하고 있어요."

 

ㄹ "어머니가 아버지 몰래 외삼촌 회사에 8천만원 정도를 투자하셨는데 IMF가 터지자 전부 손실을 봤어요. 고 1때였는데 그 일로 부모님이 이혼까지 갈 뻔 했어요. 사는 게 참 막막하더라고요."

 

"장사를 했었는데 기억나는 건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던 정도에요. 아버지의 결론은 그거였어요. '한보그룹, 김우중 등이 다 해 처먹은 걸 국가가 공적자금으로 막고…. 대한민국에서는 별 수 없다. 아니꼬우면 돈 벌어라.' 소설가, 시인이던 장래희망이 유독 중학교 3학년 때만 '부자'였던 걸 보면 IMF 탓이었겠죠."

 

이들이 들려 준 IMF 가족사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단순히 보수화를 논하기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도 절박하게 전해졌다.

 

최규화(권영길)씨는 "IMF도 IMF였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 아버지 입에서 'IMF 때보다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씀이 나온다는 것"이라며 "이번 대선을 통해 부의 양극화를 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IMF 때보다도 먹고 살기 힘들다' 부의 양극화 해소 중요"

 

- 열렬한 지자자의 입장이라도 가까이에서 보면 후보의 장점과 단점이 눈에 띌 텐데.

 

이동학(정동영) "대통령은 공약과 정책, 실행능력, 그리고 가치철학이 중요해요. 정 후보는 향후 5년간의 정책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어요. 민주정부를 수립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도 있고. 선거를 위한 말은 거짓이 가능한데, 수 년 동안의 정 후보 인터뷰 기사를 보면 서민을 위한 일관된 가치와 철학이 있어요. 도덕성이 우수한 것도 장점이죠.

 

반면에 과반 이상의 집권여당 수장으로서 개혁입법 등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해요. 2번의 당의장을 역임하면서 너무 좋은 쪽으로만 권력을 지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지난 2002년에는 경선지킴이로 성공했는데 올해는 국민을 배제시킨 경선을 치렀어요. 정 후보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박승종(이명박) "일하실 때 전문가회의 등을 통한 의사결정과정을 보면 이 후보의 주관과 철학이 너무 확실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개인의 리더십과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서 합리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에요.

 

하지만, 이 후보가 추진한 정책 중에서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는 걸 보면, 확실한 신념과 탁월한 리더십은 높이 평가돼야 해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힘든 게 또 있는데, 새벽 5시에 시작해서 새벽 1시경까지 쉬지 않고 강행군을 한다는 겁니다. 참모진들은 '진땀난다'고 표현하던데, 강한 추진력과 왕성한 의욕은 크나 큰 장점이라고 봐요."

 

최규화(권영길)  "최대의 약점은 지난 대선 때는 대안정치세력, 신선한 후보라는 바람이 일었었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같은 바람으로 승부할 수는 없다는 데에 있을 것 같아요. 5년 전에 비해서 크게 늘어나지 않는 정당·후보 지지율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겠죠.

 

하지만 경제문제에 대한 정책들이 핵심 의제로 자리 잡은 이번 대선은 권 후보에게 좋은 기회에요. 양극화 문제, 비정규직과 민생경제 이야기 등에서 가장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은 권 후보 밖에 없기 때문이죠. 10년 전부터 한결같게 노동자와 서민의 지갑과 밥그릇을 채우고, 10%의 부자들이 아닌 90%의 서민들을 위한 경제를 주장해왔던 유일한 후보입니다."

 

김진성(이인제)  "장점은 많아요. 노동부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며 국정수행능력을 충분히 길렀잖아요. 유능해요. 또 오랜 정치생활에도 부정부패와 결탁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도덕성이 검증된 깨끗한 후보라고 자부합니다. 상대적이겠지만 능력 면에서 다른 후보님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경선불복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너무 강하다는 건 이 후보에게는 커다란 장애에요. 시대의 요구에 따른 결단이었지만 500만표나 얻었는데도 그 소신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답답합니다. 또 오랜 기간 동안 정치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점도 안타까워요."

 

김보민(문국현)  "단점부터 말하면 '정치를 해 보신 분인가'라는 질문이 많다는 거예요. 정치연륜이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내놓은 정책(반의반값 아파트 등)을 보면 너무 이상적이라는 평을 받아요.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이죠.

 

하지만 이는 곧 장점이기도 해요. 정치에 대한 불신감은 연륜 있는 기존 정치인들의 책임이잖아요. 문 후보는 연륜이 없기 때문에 정치를 확 바꿀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이상적인 정책과 실현 가능성도 그래요. 유한킴벌리라는 세계적인 기업을 이끌면서 추진해 온 노사화합 등 정책을 보면 성장만을 주장하며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와는 차이가 나죠."

 

정치가 미울수록 더 꼼꼼하게 정치인들을 심판하자

 

- 정치에 관심이 없는 20대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권유한다면.

 

이동학(정동영)  "정치는 밥이다, 공기다. 전기세, 버스비, 등록금 등 생활의 모든 것이 정치 의사결정에 따라 이뤄지잖아요. 현실을 욕하고 술안주로만 삼지 말고,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능동적인 선택을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투표하고 나아가 당원으로 등록해 회비도 내고 정당과 국회의원이 잘 할 수 있도록 참여하고 발언권을 행사하는 게 필요해요."

 

김보민(문국현)  "투표 하나가 우리나라를 바꿀 수 있는데 그 소중한 권리를 왜 포기하느냐고 말할 겁니다. 다른 나라도 아닌, 함께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거잖아요."

 

김진성(이인제)  "투표에 무관심 할수록 국정운영은 젊은이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게 될 거에요. 결국은 젊은이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고요. 우리나라는 더 이상 기득권 세대들이 주를 이루는 게 아니라 젊은이들이 참여 속에서 바로 세워야 해요. 투표하지 않으면 신성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무책임한 국민이 될 겁니다."

 

박승종(이명박)  "우리나가 경제가 참 어려워요. 도서관에서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자기 뜻과는 다른 길로 가는 사람들을 보며 참 많이 아쉬웠어요. 일자리 찾는 게 힘들어도 경제를 알고 직접 체험한 사람에게 투표를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들이 3~40대가 됐을 때 후배들이 건강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그러려면 투표는 꼭 해야 합니다."

 

최규화(권영길)  "'후보는 많은데 찍을 사람은 없다', '어차피 그 놈이 그 놈이고, 누가 되든 나랑은 별 상관없다'는 말씀들을 하시는데요.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해서 정치도 우리에게 무관심하지는 않아요. 꼴 보기 싫고 기분 나쁘다고 외면해버린다면 또 다시 그런 사람들이 '정치'가 아닌 '권력'을 잡고 우리의 삶을 휘두를 거예요. 정치가 미울수록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정치인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대선특별취재팀 기획기사입니다.


태그:#대선, #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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