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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판 송도하치장에서 열린 북측 수해복구차량전달 발대식 장면
▲ 차량전달발대식 대우자판 송도하치장에서 열린 북측 수해복구차량전달 발대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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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도착한 차량수송행렬
▲ 5일 전달된 차량행렬 개성공단에 도착한 차량수송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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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인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6월 500마리, 10월 501마리의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에 남북 화해교류의 물꼬를 여는 역사적인 금강산관광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개인 ‘정주영’이 아닌 전쟁을 반대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성금과 사회단체, 기업의 참여로 중고차 420대가 ‘차떼’를 이루어 5일 오전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마침 이날부터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개성시내관광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최근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측에 도움이 되기 위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사업으로 승용차 308대와 승합차 16대, 1톤트럭 46대, 대형트럭 50대까지 이날부터 3일에 걸쳐 전달될 예정이고 내년에도 계속 추진될 계획이다.

대형차량은 수해피해지역 복구사업에 지원되는데, 식량 문제와 직결된 농토 복구와 물류유통에 기여하게 되며, 소형차량은 의료 및 교육기관에 배치되어 북측 주민들의 복지 및 생활환경 개선사업에 쓰인다.

이번 지원사업은 올해 창립되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이끌고 있는 남북평화재단(이사장 박형규 목사)과 전 세계 100여 국가에서 1억 명의 어린이와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세계 최대의 기독교구호단체 월드비젼(회장 박종삼), 북측 어린이 영양식 공급사업 및 감자농사, 농촌주거환경개선 사업을 지원해 온 사단법인 남북나눔(회장 홍정길)이 주도했다.

특히 대우자동차판매(사장 이동호)에서 수출용으로 보유하고 있던 중고차량을 적극 지원하는 등 민간교류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되었고,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진 총리회담을 통해 교류와 협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민간차원의 쌀 전달 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아침 6시 서울 여의도역 부근에는 이번 차량전달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에서 12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들었다. 특히 차량수송트럭 운전에는 전국운수산업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손수 나섰다. 차량모델은 비록 중고차량이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량들이 망라되었다.

7시 30분 인천 대우자판 송도하치장으로 이동, 참가자 및 대우자판 직원, 각계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수해복구 차량전달 발대식’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인 박용길 장로, 오재식 아시아교육연구원장, 추현숙 조계종 총무원감찰, 백정옥 대원정사 주지스님, 진도에서 올라온 김희경 수녀, 강정구 동국대 교수, 이재봉 원광대 교수 등도 참석했다. 대부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개성까지 함께 동행하며 북측에 직접 전달하는 순간에도 함께 했다.

남북평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형규 목사는 “이번 행사는 남북 민간교류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차량지원사업으로 규모면에서는 물론이고, 기업과 민간단체가 협력해 남북 민간교류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했다는 의미에서 큰 일”이라며, “남북교류의 전초기지를 담당할 인천에서 열리고, 인천의 대표적인 기업인 대우자동차판매와 공동으로 추진하게 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도로에서 열린 차량전달식
▲ 차량전달식 개성공단 도로에서 열린 차량전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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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조합원 등이 직접 차량수송트럭을 운전해왔다.
▲ '차떼'를 몰고 온 트럭운전 참가자들 화물연대 조합원 등이 직접 차량수송트럭을 운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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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대식을 마친 후 8시 송도하치장을 출발한 차량행렬은 12대의 선도차를 시작으로 약 4km에 이르는 장관을 이루며 도라산역을 거쳐 개성공단에 도착했다. 북측에서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김성일 회장 등 인사들이 미리 나와 반겼다.

첫 차량지원 사업으로 남북통관 절차가 원활하지 못해 뒤를 따르던 차량수송행렬은 12시가 넘어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마치고 공단 내 도로에서 늦은 전달행사를 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하지만 개성시내를 돌아보고 난 참가자들의 느낌은 출발 전과 달랐다.

황량한 농토와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 주변 야산 등 개성의 겨울 풍경은 허전해 보였다. 버스 안에는 뜨거운 스팀 열기가 넘쳤지만, 개성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주변농지에는 찬 겨울바람만 넘치고 있었다.

차창 사이로 서로 손을 흔드는 남과 북의 사람들. 처음 시내관광에 나선 남측 관광객들과 바라보는 개성시민들의 눈길은 아직 더 가깝지 못한 것 같았다. 차량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자전거와 도보로 이동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워하는 우리들의 눈길도 엿보였다.

어떤 분은 70년대 우리 농촌의 정겨운 풍경과 ‘느리지만 여유로워’ 보이는 그들의 모습도 보았다고 했다. 각자 느낌은 조금씩 달라지만, 남과 북이 평화로 가는 공존의 길과 방법만은 깨달은 것 같았다. 아직도 ‘퍼주기’라고 비난하는 또 다른 우리 안의 그들과 직접 북측의 생활상을 눈으로 보고 깨닫는 또 다른 우리가 서로 ‘틀린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를 뿐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퍼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넘치는 것을 조금 ‘나눠주는’ 이러한 민간교류가 더 활발해진다면 개성의 겨울은 보다 더 따스해질 것이다. 이렇게 따스해진 개성의 열기가 치고 올라가 북한 전역에 우리 민족의 겨울이 봄처럼, 가을처럼 풍요로워지길 기대할 뿐이다.

이날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개성시내로 이동하여 고려 말 충신 정몽주의 한이 서린 선죽교와 표충사비, 고려역사박물관(성균관)을 둘러보고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이날 250명의 관광객이 첫 개성시내관광에 나섰다.
▲ 개성관광차량 행렬 이날 250명의 관광객이 첫 개성시내관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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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시 선죽동에 위치한 선죽교
▲ 선죽교 개성시 선죽동에 위치한 선죽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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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최고의 대학교육기관인 성균관은 고려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고 개성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 고려역사박물관(성균관) 고려시대 최고의 대학교육기관인 성균관은 고려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고 개성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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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남북평화, #개성관광, #북한수해복구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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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어용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세월호사건 후 큰 충격을 받아 사표를 내고 향토사 발굴 및 책쓰기를 하고 있으며,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인생을 정리하는 자서전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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