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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낮 12시경 김근태.이해찬.한명숙.손학규 선대위원장을 비롯해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30여명이 '김경준 메모'를 확대해 만든 대형 펼침막을 들고 서울 명동 한복판에 섰다. 유세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로고송 '되찾은 10년'이 스피커를 쩌렁쩌렁 울렸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8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퇴장'이라고 적힌 붉은색 카드가 들려 있었다. 이날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퇴장'의 의미와 함께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검찰에 대한 '퇴장'의 의미가 더 해졌다. 펼침막 중앙에 김경준씨의 메모를 확대해 새겨놓은 "검찰이 이명박을 무서워하고 있어요"라는 푸른색 글씨가 묘한 대조를 이뤘다.

 

신당이 검찰 규탄 집회 장소를 명동으로 잡은 것은 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넥타이 부대'가 들고 일어났던 곳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연단 위에서는 선대위 지도부들의 분노어린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지금까지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이날만큼은 이명박 후보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검찰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뤘다.

 

"참담한 심정... 대선에 앞서 민주주의를 지키자"

 

한명숙 위원장은 연단에 오르자마자 "오늘 우리는 정말 비통한 처지에 놓여있다"며 "이명박 후보가 아무 혐의가 없다는 검찰 발표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온 국민은 이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진실을 향한 물결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선거운동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기 위한 하나의 국민운동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중립을 지켜야 나라가 바로섬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이 후보의 눈치를 보고 편을 들어줬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이명박을 이렇게 무서워하는데 만약 대통령이 된다 하자. 될일은 만무하지만,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꼴이 어디로 가겠나."

 

'님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임종석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연설은 지난 1989년 '전대협 의장 임종석'을 연상케 했다. 그 역시 "참담한 마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 우리는 대선 한 복판에 있지만 오늘 정동영을 찍어달라고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다"며 "지켜야 한다는, 뒤로 갈 수없다는 본능이 우리를 이 자리에 모이게 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토록 피땀흘려 여기까지 민주주의를 이루는 동안 과연 검찰은 어떤 역할을 했나. 과거 숱한 정치공작을 독재정권이 저지르는 동안 검찰은 어디에 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검찰에게 기회를 줬다. 그러나 검찰은 저버렸다. 스스로 국민의 검찰로 설 수 있는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권력의 그늘로 찾아들었다."

 

 

임종석 "김경준이 유죄면 이명박도 유죄가 법 상식"

 

임 의원은 "김경준이 유죄면 이명박도 유죄고, 이명박이 무죄면 김경준도 무죄라는 게 국민들의 상식"이라며 "우리는 오늘 어깨를 걸고 함께 키워온 민주주의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근태 위원장은 "오늘은 대한민국 검찰이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모멸을 준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정치검찰이 이 후보에게 통째로 면죄부를 발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또 "정치검찰과 이 후보의 야욕을 분쇄하기 위해 투쟁해 나가겠다는 각오로 제가 선창하겠다"며 "투쟁!"을 외쳤다.

 

이해찬 위원장은 "검찰은 이명박이만 두려워하지 국민들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며 "조사해서 밝혀야 할 것은 조사 안하고, 아닌 것만 조사해 아니라고 발표하는 이 검찰을 여러분은 믿을 수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명박이를 안 잡아가는 법치주의라면 이 나라 민주주의의는 그것으로 무너진다"고도 했다.

 

손학규 위원장은 "그동안 시중에 떠돌던 말이 사실로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명박의 비리를 다 캐내겠지만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의 약점을 끝까지 쥐고 이명박을 협박할 것이다. 만약에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어도 검찰이 이명박 약점을 쥐고 꼼짝 못하게 할 것이다.' 이것이 사실로 밝혀져 정말 슬프고 참담하다."

 

그는 "대선에 앞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다시 전개하지 않을 수 없는 이런 비참한 현실에 서 있다"며 "이번 대선은 단지 정동영이냐 이명박이냐, 신당이냐 한나라당이냐의 싸움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기 위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신당은 명동 규탄 집회에 이어 오후 6시 광화문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열고 검찰의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규탄할 예정이다.


태그:#김경준, #BBK 사건,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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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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