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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골목 지킴이가 되어, 이번에 치른 넷째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잔치"를 일구어 낸 <고서점> 양수성 님과 책방 문화 잔치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때 : 2007년 10월 2일
곳 : 부산 보수동 <고서점> 앞마당
이야기 나눈 사람 : 헌책방 <고서점> 일꾼(양수성), 옆지기, 최종규

 

양수성 : 아침에 병원 갔다 왔는데, 링거도 맞았는데, 도저히 안 되어 가지고. 식중독이 걸려서. 저희 누님도 못 일어나다가. 저희가 좀 늦게 먹었거든요. 식중독이 몸살까지 동반할 줄은 몰랐어요.

 

(손님) 만세력은 얼마지요?

 

양 : 칠천 원입니다. 만세력은 이 출판사 게 귀한데, 다른 책은 지금 없어요.

 

옆지기 : 아픈데도 문을 열어야 하는.

 

양 : 아뇨, 이제 문을 닫으려고요. 아, 음식 조심해서 드십시오, 종규씨. 그래서 식당 주인이 결국, 네 명 다 아파 놓으니까, 네 명 다 가니까 병원비가 꽤 많더라구요. 작은누님까지 갔는데, 링거 값만 20만 원 넘게 나오더라구요.

 

 

옆 : 식구들이 감자탕 먹은 것도 있지만, 보수동 잔치하느라 되게 피곤해서, 나쁜 음식 먹어서 된통 걸린 것 같아요.

 

양 : <글방> 사장님 저 밑에도 같이 하신다면서예. 다행이지예. 저 밑에 큰 데 없어지면 큰일인데예.

 

최종규 : 다른 책방들이 걱정이지요.

 

양 : <글방>은 상업적으로 조금씩 성공하고 있는 거고요. 다른 서점들도 생각을 해야 할 거 같은데. 모르겠네요. 1년에 한 번 행사한다고 반짝해서 되는 게 아닌데 …… 종규 씨 오늘, (인천으로) 올라가세요?

 

최 : <우리글방> 아저씨가 오늘 잠깐 고사한다고, 카운터 새로 만들었다고 해서, 그 고사가 저녁 6시예요. 그때 고사 자리 가 보고 생각하려고요. 그나저나, 보수동 헌책방골목에 있는 다른 일꾼들한테 헌책방을 새롭게 가꾸며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배움마당 같은 거 열어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양 : 제 생각은 그래요.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 있으면 좋은데, 스스로 터득하지 않으면, 아무리 가르쳐도 못 배우는 분도 있는데. 예전에 어느 분이 헌책방 학과를 말씀하는 분도 있었는데, 일본에는 서지학과 학생들이 고서점이나 헌책방 다니면서 연구하는 게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그런 정책적인 밑천이 없다는 거지요.

 

서지학과였나 문헌정보학과였는데, 이름이 바뀌었지요? 이름이 데이터베이스니 이상한 이름으로 해서 많이 만들기도 하잖아요. 그쪽에서도 실무화시킬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책방에 있는 분들 머리 가르쳐도 몇 년 가겠어요? 그것도 중요하긴 한데 짧고, 그것보다도, 사람들이 헌책방 해 볼려고 했다는 막연한 생각 가지잖아요 … 일반인들한테도 헌책방에 대한 개념이 다가갈 수 있어도 좋은데. 가게가 비면 확장 밖에 안 돼요.

 

장사 빈 데를 옆에 있는 장사 잘되는 곳이 들어가면 되는데. <글방> 사장님 그렇게 되면 좋기는 하면서 걱정도 되기도 하는데, 한쪽에 더 되면 주인이 없잖아요. 그런 거를 말씀을 못 드렸는데, 저희 쪽에서도 저기 가게가 없으면 책방 골목에서도 메인스트리트가 없는 거니까. <글방> 사장님이 잘하시는 분이니까, 오래하신 분이니까, 저보다 뛰어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겠어요.

 

옆 : (“무슨무슨 책 있어요?” 하고 묻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저렇게 생각없이 물어 보는 분이 하루에 몇 명이나 돼요?

 

양 : 거의 다. 거의 다 그래요. 생각없이 안 물어 보는 분도 마음에 안 들어요. 제가 <고서점> 한 것은 단순한 거예요. 간판을 보고 “야야, 여기 고서만 하는 곳이다” 하고 말하고 그냥 가는 거예요. 그래서 개명도 생각을 하고, 다른 가게를 하면 이름을 바꿔야 할까도 싶고. 그런데 그런 게 있어요. 종규씨는 책을 좋아하시잖아요. 좋아하는 분은 보는 눈이 있어요. 처음 여기 오는 분이나 잘 모르는 분은 식견이 떨어지지요.

 

종규씨는 엄청난 공구상이 다 똑같이 보이잖아요. 그러나 공구상마다 특별한 게 있잖아요. 책방거리도 마찬가지예요. 책방마다 특별한 것이 있잖아요. 예를 그렇게 들었는데, 아이고 배야, 죽겠네. 아무튼, 책을 공구와 비교하는 게 그런데, 그래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있어야 돼요.

 

<온달서점> 사장님 : 팔팔합니다.

 

양 : 저는 영영합니다.

 

<온달> : 곡차를 안 해 뿌러서 그렇다. (<온달서점> 사장님이 <고서점> 앞을 지나가면서 인사말이자 농담이 되는 말로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양 : 슬픈 일이죠. 책방이 일반사람들한테는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대충 지나쳐 버리는 곳이 된다는 게. 책방 골목이 나아가는 길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일본처럼 전문화가 되어야지 살지. 전문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제가 친구한테 물었는데, 니 마누라 돈 잘 버니까, 니가 책방 좀 해 봐라, 건축과 나오고 토목 했으면 해 봐라 했는데 취미 없대요. 그런데 그렇게 해야 될 거 같아요. 일본에 가 보면, 비틀즈에 관련된 책만 파는 곳이 있대요. 몇 년 되었지? 7년 되었나? 가 봤는데, 경이 그 자체더라구요.

 

1970년대 일본에서 비틀즈와 관련된 잡지가 되었는데, 그때 내 기억으로 50만 엔 이상 호가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우와 했는데,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특집이 나온다고 해도 아무 관련이 없잖아요. 제가 잡지를 안 파는 게, 나중에 잡지 전문점을 해 본다는 꿈이 있는데, 그래서 안 하고는 있는데, 그래야 할 거 같아요. 책방을 대형화시켜서 섹터화하는 것보다는 작게 하면서 전문화로 가는 것을.

 

옆 : <글방> 아저씨는 문화공간으로 하고 싶으세요.

 

양 : 전문화라는 게, a라는 것이 미술을, b는 다른 전문을. 책방 한 곳에서 어떤 분야를 섹터로 두기보다는, 작은 책방 하나가 한 가지 전문으로 해서. 저번에 <글방> 사장님도 그런 얘기 하시더라구요. 하나씩 전문화된 책방이 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부산에 인문학 책방 하나 있잖아요. ㅇ이라고, 그런데 거기도 상업화로 나아가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어느 선생님 말씀이 야, 거기 책값 12만 원 어치나 사야 한다더라 해서, 한 달 하다가 두 달째는 너무 힘들어서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잘 모르고 방송에 나온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한테 말씀해 준 분도 중학교 선생님이에요.

 

저한테 처음 말했을 때는 저거 좋다고 칭찬하시다가 직접 뛰어 보니까 이상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나저나 <글방> 사장님 가시는 길이 가시밭길이지요. 더 어려운 길이지요. 다른 사람들은 가게가 커진다고, 야 장사 잘하나 보다 하고 말하지만, 사실, 걱정이 앞서지요. <글방> 사장님이. 만약에 잘하셔서 잘되면, 책방 골목이 더 새로워지겠지요. 저런 골목 가게 하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이제나저제나 생각만 하는 것뿐이지, 못하게 되네요. 결혼을 하니까 더. 먹여살릴 머리가 하나 더 늘어나니 걱정을 하니까, 머리도 더 아프고.

 

 

양 : 저번에 맹장 터졌을 때는 모르고, (책방 연다고 길가에 빼 놓은 책을) 다 넣고 갔잖아요. 병원 가 보니까 터졌다고 하더래요. 참, 그것도 운명이었는지, 맹장이 갈비뼈 뒤에 스페이스 있잖아요. 뒤에 숨어 있으니까, 초음파로도 알 수 없고 해서 냅뒀던 거예요. 그래서 간검사를 해 본다고 피를 뽑아 보았는데, 결국 쓰러질 때까지 몰랐던 거예요. 

 

책방 골목 참 매력이 있는 곳이지요. 매력이 있는데, 그 매력을 스스로 깎아먹었지요.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가만 있어도 장사가 잘 되었으니까. 가만 있어도 책 잘 사 가니까. 신학기 때 되면, 가만히 있어도 한 해 매출이 나와 버리니까, 그 뒤로는 불친절해도 되겠고, 그냥 해도 되겠고. 그런데 이제 40대 분들이 많이 달라지시거든요. 지금 (보수동 번영회) 회장님도 50대인데, 그때와 달리 위기감이 많이 느껴지니까, 친절해야겠다, 행사도 해야겠다 하시거든요.

 

올해는 그렇지만 지난해나 지지난해나 이런 행사 해야 하느냐 의구심 느끼시다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 사람들이 미어터지게 오니까 야, 이런 행사가 중요하구나 하고 느껴 주시고, 이런 행사 유지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종규씨, 잡지를 보면, 너무 날카롭게 적으신 게 있어서, 좀 다듬어 주셔야 할 거 같아요. 그 조금만 날을 무디게, 그래도 의외로 잘 들어가요. 무디어도. 뾰쪽하면 잘 부러지는데. 누가 예전에 그러던데. 제일 강한 게 사람 손이라고. 쇠붙이는 바닥에 긁으면 다 닳는데, 사람손은 아무리 긁어도 닳지 않는다고 … 아까는 여기 의자 앉아서 꼼짝을 못하겠던데. 머리가 아파서.

 

옆 : 저는 웬만한 먼지 맡아도 괜찮았는데, 저기 안에 들어가니까.

 

양 : 저기, 이 책방이 하나짜리가 아니라 세 개짜리 가게를 하나씩 붙인 것이라.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책을 빼고 해야 하는데 못하고. 거기다가 행사를 준비하면 두 달 동안 아무것도 못해요. 국제영화제 같은 것은 일 년 작업이라서 행사 끝나면 바로 다음해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책방 행사도 마찬가지예요. 올해는 모짜르트 행사를 맞춰서 해 보자고, 모짜르트 서거를 기리며 ‘책방 골목에서 모짜르트를 만나자’ 프로그램을 해 보자고, 그래서 (대사관이나 관련 단체에) 편지도 보냈는데 답장이 안 와요.

 

모짜르트 관련 자료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그런데 혼자서 하려니까 힘들었어요. 그래도 연주자들하고 이야기가 되어서 말이 좀 되었어요. 여러 가지 곡을 들려주면 되고, 무엇보다 돈이 적게 들죠. 그런데 그렇게는 못하게 되고, 대신 이름을 바꿔서, ‘문화를 만나자’ 해서, 했는데. 올해도 끝난 뒤 혼자서 생각하는데, 혼자서 생각하고 끝나니까. 그러니까 저도 혼자서 일 년 내내 할 수 없는 노릇이고, 그러다 보니까, 책방 안이 하나도 정리가 안 되는 게, 기독교책 정리하다가 일에 치여서 못하고.

 

어떤 분은 와서 정리를 대신 해 주시더라구요. 흩어진 책과 시리즈물을 다 모아 주시더라고요. 저번에 아침에 오셨는데 저녁 여섯 시까지 안 가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어, 양 사장, 정리 다 했다. 밥 사도!” 하시더라구요. 어떤 분이, 불교 책 사시는 분이 있는데, 제가 사실 손님들하고 얘기를 잘 안 해요. 그런데 그분이 불교책을 정리하신 거예요. 그런 뒤 작은 책 하나 셈을 하고 가신 거예요. 한참 책을 구경하셔다 가셨는데, 들어가 보니까, 책이 정리가 다 되어 있는 거예요. 각을 맞춰서 딱딱딱 정리가 되어 있고. 사실 <글방> 사장님이 확장을 하는 것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책을 더 많은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하자고 하시는 건데요.

 

옆 : <글방> 사장님이 3층에 책을 쌓아 놓은 것을 보니까 엄청나던데요. 예전에 있던 책방에서 복도에 있는 책만 옮겨다 놓았다고 하는데.

 

양 : 저도 책 정리가 힘들죠. 그런데, 사실 책방만 하면 별 힘든 게 없어요. 온라인 좀 팔고, 창고 구해서 정리하고 하면 되는데, 여러 가지 하니까. 하다가, 어, 이거 해야 하네 하고. 행사 끝났으니 정산이라는 걸 해야 해요. 그 서류, 정산도 일주일 잡아먹거든요, 돈 계산 하는데. 그런데, 부산에 와서 책방 오시니까 재미있던가요?

 

옆 : 아, 저는 좋았어요. 이런 데처럼 하는 곳도 없고요.

 

양 : 작년에 힘을 얻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어느 블로그인지 모르겠는데, 그분이 책방행사 골목을 보고 마지막으로 쓰셨던가, 와우북페스티벌 행사와 비교해서, ‘그 행사 돈냄새 풀풀 나서 좋더라’ 하고 쓰셨던 거예요. 그 행사는 돈으로 풀풀 치대어서 하고, 책방골목 행사는 돈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서 하니 좋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비교가 되거든요. 책방골목 행사는 와우북행사 1/10도 안 되거든요. 그런 글 보고 참 좋았거든요. 재미있고.

 

그런데 규모가 커지면 겁날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제어할 수 없는 그런 것도 있을 거 같고. 제일 중요한 건, 내 스스로 자만감에 빠진다든지, 사실 올해도 그런 것 많이 느꼈고요. “봐라, 이마이 된다 아이가” 하고. 그런데, 사람 마음이 다 그런가? … 매일 이걸 적어 놔요. ‘내부에서 책정리 중입니다’라는 쪽지를. 안에서 전화가 오면 뛰어가요. 뛰어가면서 옆에 있는 책이 다 무너져요. 그래서 맨날 정리해요.

 

아무튼, 이제 하는 일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일 좀 하다가 자리를 잡아야겠다 싶고. 9월달 들어서는 마수 못한 날이 많아요. 9월 한 달 동안은, 그, 생활비를 두 달 못 줬어. 다행이 와이프도 돈을 버니까 잔소리로 끝나고. 그런데 나갈 돈은 많고, 한정적이잖아요. 그래도 어떻게 버텼는지, 통장에 이제 문제가 생기고. 그래도 해 보니까, 그 왜, 가족들도 항상 고생하고, 내가 조금, 어떻게 해야 할 텐데, 그죠. 내가 이래 말하고 나중에 적어 놓은 거 보면 웃기겠다. 우이쒸, 내가 이렇게 말했나 싶어서.

 

옆 : 진짜 많이 알려져서 국가에서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국가에서 진짜 보조금도 많이 주고 해야 하지 않아요?

 

최 : 세금정산이며 영수증 처리하는 것만 해도 골치 아프시지요?

 

양 : 영수증 하나도 못 챙겨요.

 

옆 : 정부보조금이라도 십만 원이라도 주면, 그런 게 있잖아요. 차라리 밥 한 끼를 책방 주인끼리 모여서 먹으라고 하던가.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잖아요. 정부가 돈을 막 대 달라는 게 아니라, 부산을 사랑하고 여기 지역을 사랑하는 거니까. 무슨, 이 사람들이, 우리가 갑자기 건물 넓혀 달라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뭐,

 

양 : 국제영화제 우스운 얘기를 하면, 부대행사 아직 준비가 다 안 되었는데, 어느 기자가 말해요. 국제영화제가 부산의 공적(공공의 적)이라고. 국제영화제 일주일 전에는 국제영화제 이야기 밖에 없어요. 언제가 되면, 국제영화제 때문에 스톱을 해야 하는 불안이 올 지도 모르죠. 언론사 자체도 그러죠. 다른 거를 넣을려고 해도 통제를 하는 거죠. 그만큼 흥행이 되는 건데, 흥행 이면에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르고. 저는 국제영화제 1회, 2회만 보고 안 봤거든요.

 

옆 : 그 사람들이 아마 그거 한 번 하고 돈을 남기겠다고 한다는 건데. 장기적으로 보면 다 같이 죽자는 거잖아요.

 

양 : 우스운 일이 많죠. 국제영화제 때문에.

 

옆 : 나는 그래서, 영화제를 얘들이, 선희가 가잖아요. 어디어디 가고, 부천도 가고. 그러지만 나는 가고 싶은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어요.

 

 

양 : 사실, ‘책방골목 문화의거리 조성’이라는 사업이 있거든요. 용역결과가 76억 지원을 해서 하기로 했는데, 문화관을 짓고 뭐도 하고 뭐도 하겠다고 한다는데.

 

옆 : 그런 것 좀 말고 당장 필요한 것을 하지. 문화회관을 뭘로 채우려고.

 

양 : 문화회관이라는 게, 채울 소프트웨어는 충분히 돼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부분은, 소프트웨어는 충분한데 하드웨어는 안 된다는 거죠. 예를 들면, 이 근처에 근대역사박물관이 있고 사십계단박물관이 있어요. 그런데 정말 아까운 공간이에요. 그런 공간 하나 주면 예쁘게 잘 꾸며 볼 수 있을 텐데. 사십계단문화원 가 보셨어요? 거기 가 보면, 그냥 있던 것인데 왜 문화관을 만들었는지, 거기 대장이 무슨 생각으로 했는지 모르겠는데, 책방골목과 사십계단을 견주면, 사십계단은 역사적인 것을 말해요. 그렇지만 책방골목 역사와는 비교도 안 돼요.

 

한국전쟁 때문에라도, 또 70년대 민주운동을 했던 장소이고, 여기 가까운 곳에 (부민동) 임시정부도 있고, 그 외에도 일반인한테 제일 많이 추억거리를 준 데가 여기예요. “야, 보수동 가서 책 많이 팔아 봤는데” 하는, 그런 추억거리 다 하나씩 가지고 있어 좋은데, 사십계단 거기에 투자한 게 많아요. 그 앞에 대리석 의자 하나가 오십만 원짜리래요. 그 오십만 원이면, 여기 행사했던 팀 있지요? 그 사람들, 하루 내내 공연을 해도 십만 원을 못 주었어요. 그래, 나는 공연한 사람들한테 공공의 적이 된 거죠.

 

“야, 양수성! 두고 봐라! 돈 좀 도!”, “미안∼♡.” 그러는 거죠. 무대 꾸미던 형이, “올해도 작년하고 똑같은 가격이 되면 난 못한다!”고 그러더라고요. 행사 초대한 사람들한테 다 전화해서, “내가 너무 무리한 것을 주문했냐?” 했더니, 무리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올해는 간행물윤리위원회 때문에, 작년에 못 드렸던 한 팀한테는 그 약속을 지켰지요. 조금 더 드리면서. 내년에는 그런 거짓말을 안 하기를 빌며.

 

옆 : 우리는 녹음기를 꼭 장만해야 돼요. 좋은 걸로. 우리는 도서관이니까, 그런 걸 보관하기에도 좋고. 나중에 그분들(헌책방 일꾼들)이 다 죽고 나면, 남을 거예요. 지역마다 목소리도 다 다르고. 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물들을 찍을 때도 아무 때나 들어가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찍잖아요. 그냥 살고 있는 모습을 그냥 녹음하거나 그냥 찍거나 하는 무식한 사람을 못 봤어요. 생활에서 들려오는 소리, 엄마가 도마질하는 소리, 그런 소리를 다시 듣고 싶거든요.

 

양 : (책을 안으로 들여다 놓으면서 미술잡지를 바라보며) 미술경매 잘 알지요? 1992년에도 ‘미술경매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똑같은 이야기가 2007년에도 있다는 거.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하기에,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되어도 똑같은 문제가 되는 게. 조금만 욕심만 버리면 (문제가 안 될 것이) 가능할 것 같은데.

 

옆 : 난 그게 제일 중요한데, 부산말 쓰는 분들은 일기를 쓸 때, 부산말 그대로 적나요?

 

양 : 아뇨, 쓸 때는 표준말로 써요. 저도 말은 표준말로 하려고 애를 써요. 그런데, 사투리가 서울말로 나오지요. 끄트머리에 나오는 말이 진짜예요.

 

.. (노트북 전원이 다 되어서 여기에서 받아적기를 마칩니다) ..

 


태그:#헌책방, #헌책방골목 잔치, #보수동,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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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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