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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국 내 버마 민주화 운동 세력 및 버마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손을 맞잡아 치켜들고 있다.
▲ 맞잡은 손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국 내 버마 민주화 운동 세력 및 버마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손을 맞잡아 치켜들고 있다.
ⓒ 윤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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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총칼에 짓밟히는 모습, 울부짖는 아이들, 감옥 철창을 붙잡은 수많은 손들….

80년 5월 광주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한국인과 버마인들의 눈에 민주화를 향한 버마의 열망을 보여주는 영상이 스쳤다. 버마 민중가수의 노래도 흘렀다. 우리의 80년대가 그랬던 것처럼, 그 노래는 민주주의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윽고 영상엔 아웅산 수지 여사의 모습이 비쳤고 '언젠가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리'라는 노랫말이 새겨졌다. 한쪽에선 '프리! 버마! 프리! 아웅산 수지!"라는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버마 민주화의 밤'이라 이름 붙여진 4일 밤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의 풍경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7주년 기념 행사로 열렸다. 이날 행사엔 임채정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등과 함께 정동영·문국현 대통령 후보가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의 초청자 명단의 가장 위쪽에는 한국에서 버마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아웅 민 수이 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장과 100여 명의 버마 이주노동자들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버마 민주화, 이제 우리가 도울 차례"

김대중 전 대통령이 4일 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버마 민주화의 밤'에서 "버마의 민주화는 필연적"이라며 버마 민주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4일 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버마 민주화의 밤'에서 "버마의 민주화는 필연적"이라며 버마 민주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윤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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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한국인과 버마인이 꼭 맞잡아 높이 치켜든 손이리라.

버마 민중가수 와이 민츄씨는 경희대 실용음악과 학생들과 손을 합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손은 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장과 버마 이주노동자들의 손에 포개졌다.

김 전 대통령은 한 손으로 민주화 기금 4만달러를 전달했고 다른 한 손으론 아웅산 수지 여사의 초상화를 받아들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이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버마 민주화의 영웅인 아웅산 수지 여사와 버마 민주세력의 불굴을 노력이 반드시 성공할 것"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버마 군부는 45년 동안 독재를 강행하고 있다"며 "1988년에는 3000여명의 민주인사를 살해했고, 이번 민주화 투쟁에도 무력 사용을 서슴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버마 군부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한 "오늘날 버마는 많은 천연 자원을 가졌지만 국민은 극도의 가난 속에 고통을 받고, 소수 군부 사람들만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며 "버마 군부의 행태는 인류의 양심으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화가 버마의 미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 국민들의 목숨을 건 반독재 민주화 투쟁이 계속되고 세계 민주세력의 성원이 끊이지 않는 한 버마에서의 민주주의 회복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한국 민주주의는 국민이 희생을 아끼지 않은 투쟁의 결과이지만, 세계 민주 세력의 성원의 덕도 컸다"면서 "이제 우리가 도울 차례"라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한덕수 국무총리는 축사를 통해 "9월 버마의 민주화 시위 이후 유엔의 중재 노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며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와 관심을 버마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민주화를 위한 현실적 선택은 버마 군부와 아웅산 수지 여사와의 대화뿐"

4일 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버마 민주화의 밤'에서 버마 소수민족인 친족들이 화해와 단합을 상징하는 전통 춥을 추고 있다.
 4일 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버마 민주화의 밤'에서 버마 소수민족인 친족들이 화해와 단합을 상징하는 전통 춥을 추고 있다.
ⓒ 윤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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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초청자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버마에서도 초대됐다.

1962년 버마 쿠데타 당시 대통령의 아들로서, 벨기에 등 유럽에서 버마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있는 한 양훼 '유로버마 사무국' 회장은 기념연설을 통해 "군부와 아웅산 수지 여사의 대화 외엔 민주화를 위한 어떤 현실적 선택사항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양훼 회장은 "군 장성들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세워도,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해도, 버마에 대해 군사적으로 개입해도 군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대화 없이 변화 가능성이 없고, UN이나 국제 사회의 역할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마 민주화 운동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스웨덴 출신 저널리스트 버틸 린트너씨는 "군대가 계속 결속하는 한 어느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마의 유일한 희망은 민주화 운동 세력과 군대 내 개혁적인 장교들이 만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많은 해외 인사들이 특별 메시지를 통해 버마 민주화를 위한 김 전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했다. 올레 단볼트 뮤스 노벨위원회 회장·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고노 요헤이 일본 중의원 의장 등은 버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기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어 '버마 민주화 촉구 결의문'을 통해 "UN은 아웅산 수지 여사와의 대화가 이뤄지도록 버마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고 버마 군사정부는 민주화 조치를 지체 없이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웅산 수지 여사와 버마 국민은 정의의 편에 있다"고 밝혔다.

공부하는 버마 아이들의 모습은 버마의 희망

이날 사람들에 눈에 비쳤던 영상은 어두운 모습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찰과 군인들에 홀로 맞선 한 스님의 결연한 모습도, 환호하는 인파에 손을 흔드는 아웅산 수지 여사의 모습도 아니었다. 바로 학교에서 공부하는 버마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영상과 함께 버마 소수민족인 친족의 춤과 음악이 이어졌다. 영상 아래엔 노랫말이 아로새겨졌다. 1987년 6월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울려 퍼졌을 그 노래와 함성과 격문들도 이와 같았으리라.

'오늘의 젊은이들이여 모든 버마 세대들이여, 독재의 압제에 고통받고 있지만 지혜의 갑옷을 입고 압제에 맞서라. 우리의 조국이 환한 빛 속에 있게 하자. 삶의 정수로 이어진 우리는 버마인. 우리는 독재를 거부하며 변화를 추구한다. 민주주의여 버마 땅으로 오라.'


태그:#버마 민주화, #김대중, #버마, #김대중평화센터, #아웅산 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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