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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4일 저녁 7시 30분]

 

공식 선거전이 개시되면서 '광고 전쟁'이 시작됐다. 각 당은 지난 27일부터 그동안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준비해 놓은 '비장의 무기'를 선보였다. 특히 현재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등 각종 의혹 사건에 휩쓸려 있어 이번 대선 그 어느 때보다도 네거티브 캠페인 광고가 드세질 전망이다.

 

'빅3' 후보에 이어 '스몰3' 후보의 광고전략을 소개한다.

 

[권영길] "정동영만 역전 노려? 우린 막판 대역전이다!"

 

정동영 후보만 막판 대역전을 노리는 건 아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도 홍보를 통해 후반부 대역전을 노린다. 권 후보측은 특히 실험적 형식의 뮤직비디오 TV광고를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권 후보의 TV와 라디오 광고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았다. 주요 광고를 모두 12월 5일 이후에 집중 배치했다. 많은 유권자들이 주로 선거 1주일 전후에 후보를 결정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지안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후반부에 광고를 몰아쳐 막판에 판세를 뒤집는 전술"이라고 밝혔다.

 

권 후보 쪽이 홍보에서 주로 강조하는 것은 '진보 대표주자 권영길'이다. 이상현 미디어홍보본부 실장은 "총 두편의 TV광고를 제작했는데, 한 편은 삼성비자금 의혹을 정면으로 다뤘고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보수정치와 사이비 개혁정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진보진영 대표주자'로서 권영길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내용은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형식은 파격적이라는 게 권 후보 쪽의 설명이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정치 광고에서 보기 어려운 실험적 형식의 뮤직비디오도 선보일 예정"이라며 "영국의 진보적 음악인들과 민주노동당 자원 활동가들이 이미 촬영을 마쳤다"고 밝혔다.

 

광고비 10억원 책정... TV광고 2편, 5일 이후 후반에 집중 편성

 

권영길 후보 쪽도 자금 부족으로 홍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 후보는 TV광고에 6억원, 인터넷광고는 3억원, 라디오광고에는 1억원 등 총 10억원의 광고비를 책정했다. 신문광고는 자금 사정상 취소했다. 선거운동 첫날부터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에서 선보인 인터넷 광고는 진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또 당 청년위원회와 학생위원회 등 20~30대로 꾸려진 민주노동당 중앙유세단은 '거리 투쟁'에서 단련된 경험으로 활발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민주노동당을 '상징'하는 주황색 옷을 맞춰 입고 로고송 <권영길 빠라빠빠(빠라빠빠 개사곡)>와 <세상을 바꾸는 권영길(곤드레만드레 개사곡)>에 맞춰 시내 곳곳에서 율동을 선보이고 즉석연설을 하기도 한다.

 

권 후보의 홍보전략의 효과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광고를 후반부에 집중 배치한 '변칙 전술'이 지지율 정체를 겪고 있는 권 후보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인제] "이 없으면 잇몸으로... '지하'에서 승부를"

 

"홍보라는 것이 전부 돈과 직접 연결된 것이다. 당세가 작고 돈이 없어서 기본적인 홍보만 하려고 한다."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 측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김성회 실장의 말이다.

 

대선 홍보는 기본적으로 TV와 신문 광고·벽보·플래카드·전단 등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 측이 할 수 있는 것은 벽보와 플래카드·전단이 전부다. 많게는 수억원이 들어가는 TV나 신문 광고는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유권자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전단마저도 현행 선거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규모의 절반만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이 4쪽짜리 선전물을 가정으로 배달할 때 이인제 후보는 2쪽짜리 선전물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있는 자원이라도 써먹자'... TV광고 대신 '지하철 방송' 활용

 

그래서 '있는 자원만이라도 충분히 써먹자'는 것이 이인제 캠프측 홍보 전략의 핵심이다. 이 후보측은 이 후보의 '부지런하고 역동적인' 국민적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플래카드에 들어갈 슬로건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슬로건 내용을 일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편차를 뒀다.

 

호남지역에서는 플래카드에 '민주당을 살리자, 이인제를 살리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민주당에 대한 호남민들의 애정에 호소했다. 이 후보의 출신지인 충청에서는 '유능한 충청 대통령 이인제'라는 슬로건을 사용해 충청 지역정서에 호소했다. 두 지역을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는 '부지런한 대통령, 부자되는 국민'이 내걸렸다.

 

비록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절반정도 분량의 전단이지만, 유권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홍보물이라는 점에서 유권자의 피부에 와닿는 10대 공약을 중심으로 제작했다. '신경제대특구 건설' '임대주택 230만호 건설' '대학입시 논술 폐지' '휴대폰 요금 반값 인하' '유료세 30% 인하' 등 그야말로 '민생 밀착형' 공약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게, 민주당 지지자의 소개로 서울지하철에서 방송되고 있는 TV '엠튜브'에 거의 실비 수준으로 12월부터 광고를 할 수 있게 됐다. 하루에 4~5회 정도 나가는 광고에는 이 후보의 정치역정과 유세하는 장면 등이 담기게 된다. "지상에서 승부가 안된다면 지하에서라도 승부해보겠다"는 것이다.

 

로고송도 총선 때부터 사용한 것....'구전홍보단' 최대 활용

 

선거 로고송은 이 후보가 개인적으로 좋아해 총선 때부터 사용했던 현철의 '유행가', '사랑의 트위스트' 등을 쓰고 있다. 최신 가요가 아니라는 점에서 저작권료가 많이 들지 않을 뿐더러, 이 역시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실비만 들어갔다. 특히 '유류세 30% 인하, 핸드폰 요금 인하' 등 피부에 와 닿은 공약을 노랫말에 집어넣어서 대중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거리를 활보하는 유세차량 역시 넉넉치 않은 형편이다. 중앙당이 가지고 있는 대형 유세차 2대가 전부다. 이 2대의 유세를 가지고 전국을 지그재그로 돌고 있다. 지역에서 써야 하는 소형 유세차는 결국 지역 도당의 몫으로 넘어갔다.

 

김성회 실장은 "TV나 신문·인터넷 광고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홍보로 써야 할 돈을 줄이고 있다"며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후보가 직접 몸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제 후보는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하루에 20여 차례의 유세를 돌고 있다. 캠프에서도 '무한도전'이라고 명명할 만큼 강행군이다. 유세는 최대한 현장 밀착형으로 하고 있다. 대중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하는 동원형이 아니라, 연설은 짧게 하는 대신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악수를 하는 등 직접 접촉을 늘린 것이다.

 

'돈이 없으면 몸으로'를 외치며 발로 뛰고 있는 이인제 후보측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또 다른 홍보 수단은 바로 '입'이다. 이인제 후보 측은 최근 자발적 당원들을 중심으로 '구전 홍보단'을 구성했다.

 

구전 홍보의 내용 역시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수도권·호남 등의 지역에서는 '정동영을 찍으면 이명박 된다' '정동영은 국정 실패 때문에 필패 후보다' '이인제를 찍어야 떨어지더라도 다음이 있다' '정동영이 찍어서 떨어지면 저 당은 어차피 깨진다' 등의 말을 유포시킨다.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넘어가 있는 전통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충청에서는 '충청도에서도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 '충청도에서 대통령 되어야 영호남 갈등 해소된다' '40년을 영남에서 해먹었다, 또 50년 채우면 독점이다' 등 지역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부인은 불론 두 딸까지 총출동할 만큼 열혈 가족의 지원을 받으며 전국을 '발'로 뛰고 있는 이인제 후보가 과연 삼수생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국현] "'인간 문국현' 알리기와 '게릴라 전술'로 나간다"

 

 

"비정규직이 850만 명이 되도록, 청년실업자가 200만 명이 넘도록 국가는 뭘 했나."

 

TV광고 속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에둘러 가지 않는다. 직설적으로 말한다. ‘연기’한 화면도 아니다. 문 후보가 한 토론회에 나가서 했던 말이다. 그리고 이는 문 후보가 계속 밝혀왔던 '출마의 변’이기도 하다.

 

이런 광고 속 문 후보의 모습은 선거 캠프의 전략과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문 후보측 홍보전략의 핵심은 '인간 문국현을 있는 그대로 알리기'다. 이경훈 단장은 "다른 후보들처럼 '조작'된 이미지가 아닌 문 후보의 진정성을 최대한 쉽게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를 돕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문 후보를 알면 그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권에 나섰지만 정치 신인 문 후보를 많은 사람들이 아직 모른다는 것. 그래서 문 후보를 있는 그대로 알린다는 '정공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홍보비 30억원에서 대폭 삭감... TV광고는 1편만, 나머지는 게릴라 UCC로

 

그런데 난관이 있다. 문 후보의 주요 슬로건인 '진짜경제'를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이다. 이경훈 단장은 "진짜경제가 '진짜' 중요하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문 후보 쪽은 홍보비용도 많지 않다. 애초 홍보비용으로 30억이 책정됐지만 현재는 대폭 삭감됐다. 결국 문 후보 쪽이 취한 전술은 열성 지지자들의 게릴라 작전을 활용하는 것이다.

 

문 후보 쪽은 TV광고를 한 편만 제작하는 대신 나머지 공백은 열성 지지자들의 게릴라 UCC로 채울 방침이다. 문 캠프는 4일 후보의 TV광고를 네티즌이 직접 만들고, 네티즌이 결정키로 했다. 네티즌이 직접 제작한 UCC를 지상파 방송에 방영키로 한 것은 선거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문 후보 선대위는 방영을 계획 중인 총 30회의 TV광고 중에서 5회는 사용자가 제작한 동영상UCC를 직접 방영키로 했다. 특히,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선거종반부 3일(16~18일)에 '네티즌이 만든 광고'를 방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 후보측은 'TV광고용 동영상UCC 콘테스트'를 실시하여 방영작품을 선정키로 했다.

 

이런 게릴라 전술은 인터넷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유세장에서 문 후보의 로고송에 맞춰 율동을 하는 10여명의 율동팀도 4일부터 전국 '게릴라 투어'에 나섰다. 이들은 부산부터 시작해 전국을 돌며 지하철은 물론 주요 시내에서 게릴라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을 펼친다. 문 후보의 주요 로고송 '희망의 문'도 문 후보의 지지자가 제작해 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 후보의 팬클럽도 게릴라처럼 움직이고 있다. 지역 기반과 조직이 따로 없는 문 후보에게 이들은 큰 힘이다. '문함대'를 비롯한 인터넷 팬클럽 회원들은 문 후보의 주요 유세지역에 적극 결합하며 '바람잡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이런 게릴라 전술로도 풀지 못한 게 있다. 진짜경제라는 '학술' 용어를 어떻게 게릴라 전술에 담느냐다.


태그:#권영길, #이인제, #문국현, #대선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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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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