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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7대 대선 후보의 수가 12명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매일 같이 대선 뉴스를 챙겨 보지만, 아직 12명의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합니다. 이름을 알고 있는 후보라 하더라도 그 후보의 기호를 외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번 대선은 선호도가 아니라 인지도 때문에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고 예측합니다.

 

1번과 2번을 나눠 가진 정동영 후보나 이명박 후보가 유리하고, 어중간한 번호인 6번의 문국현 후보나 두 자리 수 번호인 12번의 이회창 후보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회창 후보를 돕기 위해 <조선일보>가 발 벗고 나섰습니다.

 

보통의 경우 만평에 등장하는 정치인은 개인의 특징을 강조한 캐리커처로 표현됩니다. 그런데 <조선일보> 만평에 등장하는 이회창 후보는 좀 다릅니다.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이후 이회창 후보는 <조선만평>에 두 번 등장합니다. 그런데 다른 후보와는 달리 두 번 다 유세 차량에 기호와 이름을 뚜렷이 새긴 모습입니다. 오리 모자를 쓴 노무현 대통령 캐릭터처럼, 기호와 이름이 새겨진 유세차량이 <조선만평>에서 이회창 후보의 캐릭터로 굳어질 태세입니다. 이회창 후보 입장에서는 <조선일보>를 홍보 책자로 사용해도 되겠습니다.
 


다른 후보의 경우는 어떨까요. 정동영 후보는 기호가 표시되지 않고,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의원의 입을 빌어 기호 2번이라는 게 표시 되기도 하지만 단발성으로 보입니다. 다른 후보는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기호 알리기가 급한 다른 후보들로서는 현수막 수십개 거는 것보다 더 큰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는 이회창 후보가 부럽기만 할 겁니다.

 

 

<조선일보> 독자라면 이명박 후보나 정동영 후보의 기호는 헷갈려도, 이회창 후보의 기호는 확실히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대선 때, <조선일보>는 “정몽준, 노무현을 버렸다” 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자사의 지지후보를 노골적으로 밝혀 빈축을 샀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방법이 바뀌긴 했지만 노골적이라는 것만큼은 그대로입니다.
 
<조선일보>에게 대선 판에서 기계적인 중립까지는 아니더라도,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정성을 바라는 것, 무리일까요?


태그:#조선일보,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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