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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아니다"고 밝힌 e캐피탈 관계자의 발언으로 BBK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e캐피탈의 대표이사를 각각 맡았던 홍종국(JC홀딩스 사장)씨가 일부 신문들과의 인터뷰에서 "99년 6월 이덕훈 전 흥농종묘 회장의 돈 60억원을 BBK에 투자했다가 이듬해 2월말~3월초 모든 지분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에서도 동일한 진술을 한 뒤 29일 프랑스로 출장을 떠났다.

 

이는 "이 후보부터 BBK 주식 61만주를 사들이기로 했다"는 김경준씨의 한글계약서(2000년 2월21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에서 "이번 보도는 검찰의 '검증'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이명박 무혐의' 발표에 앞서 분위기를 잡으려는 게

 

 아니냐?"(홍준표 의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적잖은 파괴력이 있다.

 

그러나 홍 사장의 최근 주장에도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적지 않다. 검찰이 홍 사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1. 10월 국회 진술과 11월 검찰 진술의 차이점

 

홍 사장은 10월 26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나와 "(e캐피탈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 (BBK에) 투자를 했던 것이고, 몇 가지 이견이 있어서 3개월 정도 후에 회수를 하면서 (BBK와의) 합작관계가 청산되었다"고 진술했다. 30억원의 전주(錢主) 이덕훈씨도 30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BBK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모른다. 2~3개월 만에 자금을 회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캐피탈이 BBK 주식 60만주를 취득한 것은 99년 9월 23일. 둘의 얘기를 종합하면, e캐피탈은 적어도 99년 11~12월 투자금을 회수해서 BBK와의 관계를 청산한 셈이다. 그런데 홍 사장은 <중앙>과의 인터뷰에서는 "2000년 2월 28일 이후 김경준씨에게 지분을 모두 넘기고 관계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홍 사장의 진술이 한달 사이에 뒤바뀐 셈이다.

 

2. BBK 지분 처분하면서 BBK '전주'에게 30억 투자 권유했다? 

 

"홍 사장의 추천으로 김씨에게 투자하기 위해 99년 12월~2000년 6월 SK증권에 30억원을 예금한 적이 있다"는 이덕훈씨의 진술에도 되짚어볼 대목이 있다. 이씨의 돈 30억원은 BBK의 역외펀드 MAF로 흘러들어갔다.

 

홍 사장은 이 시기 실무진들로부터 "김경준씨의 회사 경영이 불투명하다"는 보고를 받고 BBK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혔는데, 이씨에게 별도로 김씨에게 30억원을 투자하라고 추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홍 사장은 이에 대해 "2000년 5월 25일까지 30억원을 묻어두기로 계약이 된 상태여서 그 이전에 돈을 회수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3. BBK 주식 60만주는 몇 차례에 걸쳐 김경준에 넘어갔나?

 

99년 9월 29일 e캐피탈이 보유한 BBK 주식 60만주를 2000년 3월 9일 BBK에 양도했다는 BBK의 '주식 등 변동상황명세서'는 "2월 28일 이후 김씨에게 지분을 모두 넘겼다"는 홍 사장의 진술과 부합된다.

 

그러나 이 서류도 "99년 10~11월경 BBK 주식 60만주 중 30만 주를 김경준에 매각하고 나머지 30만주를 이듬해 2월말~3월초에 넘겼다"는 홍 사장의 진술과 충돌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두 차례에 걸쳐 지분을 처분한 것을 입증하려면 홍 사장이 당시 e캐피탈이 세무서에 제출한 주식 변동상황명세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 홍 사장의 일부 진술, 다른 BBK 투자자 얘기와 상충하기도

 

BBK 투자자를 유치했던 홍 사장의 얘기와 투자자의 얘기가 엇갈리는 대목도 있다.

 

홍 사장은 30일자 <중앙> 인터뷰에서는 "오리엔스캐피탈에서 100억원 넘게 MAF에 유치해줬다"고 말했는데, 같은 날 <경향신문>에는 오리엔스캐피탈 조모 회장이 "(BBK에) 돈을 투자한 사실도, 송금 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와있다.

 

홍 사장의 주장대로 이명박 후보가 아니라 김경준씨가 BBK 지분을 인수했다고 해도 김씨가 내놓은 30억원의 출처가 불분명하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정성호 의원은 "검찰이 e캐피탈의 BBK 투자금 30억원이 정말 이덕훈씨에게 나온 돈인지 계좌 추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회창 캠프의 이혜연 대변인도 홍 사장의 주장을 소개한 언론보도와 관련해 "이명박 후보 연루 의혹에 물타기를 시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태그:#홍종국, #BBK,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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